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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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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이별을 고했다. 너랑은 이제 못 해 먹겠다는 말과 함께. 그렇지 않아도 샘이 왜 이 연애를 지속하고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던 참이라, 그러자 고개를 끄덕였다. 기가 막힌 표정으로 나를 노려본 샘이 이내 뒤돌아 사라졌다. 그렇게 그리 길지 않았던 연애가 끝이 났다.

 

샘을 이해 못 할 건 없었다. 나도 내 스스로를 못 견디는 중이었으니까. 지독한 악몽과 죄책감의 굴레 속에서 밤을 새고 나면, 밝아지는 낮에는 애써 무거운 몸뚱아리를 끌고 일어나야 했다. 근육의 강도와는 상관없이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무게가 그랬다. 바쁜 사람들 속에서, 홀로 과거에 얽매인 채 정적으로 멈추어 있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쉽게 딛고 일어나기에는 너무 많은 영혼을 밟고 지나왔다. 똑바로 서기 위해서 매일매일을 허우적대다 보면, 차라리 휘청거리고 얻어맞는 게 자연스러운 싸움터에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필연적으로 나와 적을 나누고, 내 편이 아닌 것들과 맞서 싸우는 게 옳다고 느낄 때가. 그렇게 치열한 전쟁터에서는 나의 목숨을 내어놓아도 당연하게 거두어 줄 것이다. 나는 영광스럽게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최대한 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방법으로 죽기를 원했다. 전쟁터에서 죽는 사람들은 많고, 그들은 금세 잊혔다. 나는 나의 죽음이 조용한 방식이기를 바랬다.

 

아무도 몰랐던 비밀을 샘에게 들킨 것은 우연이었다. 나를 죽일 수 있는 적을 골라 주먹을 날리고,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는 도중 샘이 백업을 하기 위해 내 뒤로 들어온 덕분이었다. 내가 거기서 죽게 된다면, 그 곳에 샘을 관여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샘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 하는 걸 알아챈 것이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지겹게 싸웠다. 자잘하게 다치는 것 정도로는 속죄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속상해하는 그 때문이었다. 우리의 싸움은 매번 샘이 울음을 터뜨리며 끝이 났다. 그러나 나의 위험한 자살 시도는 고쳐지지 않았다. 우는 샘에게 그러지 않겠다 약속을 했어도 그때뿐이었다. 임무에 나가면 나는 다시 목을 내놓고, 샘은 그런 나를 지키느라 자잘하게 다치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되면서 우리의 다툼은 샘의 일방적인 잔소리에서 서로 화를 내는 싸움으로 번졌다. 이별은 그 길 끝에 자연스럽게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헤어진 그날 이후 나는 샘의 안부를 알 수 없었다. 가끔 함께 하는 임무가 아니면 접점이라고는 없으니 그랬다. 마음을 먹으면 알 수도 있었지만, 굳이 찾아보려 하지 않았다. 어김없이 밤을 괴롭히는 악몽에서 깨어나도 잡아주는 손이 없다는 것 빼고는, 내 생활도 그럭저럭 변함 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샘을 다시 만난 건 여느 때처럼 임무 때문이었다.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위험한 일이었다. 나는 부러 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곳에 서 있었다. 익숙한 방패를 등에 메고, 알록달록한 옷을 갖춰 입은 그는 조금 살이 빠져있었다. 마음이 여린 샘은 제가 이별을 고하며 내뱉은 말들을 자책했을 것이다. 내 악몽까지 끌어안고 울어준 이였으니 그러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시선을 돌렸다. 다정한 눈짓과 말 한마디면 다시 다가와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외롭고 어두운 지옥으로 갈 걸 알면서도 내 손을 잡아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가 제임스 버키 반즈라는 족쇄를 끊고 멀리, 더 높이 날아가기를 바랬다. 그 누구보다 빛이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니까.


내 바램이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 날 줄 알았다면 억지로라도 땅에 붙잡아 놓았을 것이다.

"샘!!!!"

인이어로 토레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꺾여버린 한 쪽 날개와 함께, 빙글빙글 원을 그리다 이내 빠른 속도로 추락하는 그가 느리게 눈 안으로 새겨질 동안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위험하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에 샘을 향해 뛰었다. 토레스가 급하게 나를 불렀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늦었다. 눈앞에서 굉음과 함께 바닥으로 처박힌 얼굴이 처참했다. 나의 유일한 평안도 처참히 부서졌다.




 

2021.05.05 10:24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ㅠㅠ센세ㅠㅠㅠㅠㅠㅠ 버키샘 행복하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41df]
2021.05.05 10:39
ㅇㅇ
모바일
아ㅠㅜㅜㅜㅜ샘 아니야ㅠㅠㅠㅠㅠ 아닐거야 ㅠㅠㅠ 그치 ? ㅠㅠㅠㅠ
[Code: f9ab]
2021.05.05 11:11
ㅇㅇ
모바일
섿세.......센세때문에나아침부터눈물로베개를적시고있어..........센세 필력이 오져서 더 슬퍼ㅠㅠㅠㅠㅠ이별은 그 길 끝에 자연스럽게 있었던 거나 다름없다는 말이나, 내 유일한 평안도 처참히 부서졌다니ㅠㅠㅠㅠㅠㅠ 담담한 어조로 푸는 이별이 이렇게나 울림을 주는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내 찌찌가 갈려나갔어༼;´༎ຶ ۝༎ຶ`༽ 샘 노오오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3f27]
2021.05.05 11:17
ㅇㅇ
샘이 바란건 이별이 아니라 버키가 변하는거였을텐ㄷ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21e]
2021.05.05 12:09
ㅇㅇ
모바일
제가 뭘읽은거죠... 이건 문학이야...마스터피스.... 센세 저 찌찌다뜯어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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