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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2 01:11
근데 그게 장거리 연애였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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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재업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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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카이는 소위 말하는 '요즘 애들' 치고 별다른 취미랄게 없었어.

사관학교 동기들이 다들 맥카이보고 할아버지라고 별명지어 놀려댈 정도였지. 다른 애들 다 피/파,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하며 놀때 맥카이는 혼자 체스를 하거나 책을 읽고 운동이나 했어. 유일하게 가끔 챙겨보는게 축구경기 정도? 원래 제 성격이 그런걸 어떡해. 가만히 앉아 게임을 하는걸 못견뎌 한다기엔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체스를 하는걸 좋아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걸 좋아한다기엔 몸을 한시도 가만두지 않고 몇시간이고 운동을 하는걸 즐기기도 했어.

아무튼 남들이 들으면 재미없어.. 하며 여길 그런 지루한 것들만 즐기는 조지였지. 그래서 조지는 누군가와 소통할때 제 생각을 글로 써서 표현하는게 제일 편하고 좋았어.

그러니까 그냥,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좋았어. 그게 저를 제일 편하게 하니까.



- 중위님, 아직도 편지 쓰고 계시는 겁니까?

- 그래.

- 중위님 이럴때 보면 왜 별명이 할아버지였는지 잘 알겠습니다.


키득거리는 맷의 옆에서 맥주를 병째 들고 마시던 제임스가 그를 따라 웃기 시작했음. 맷은 여기와서 처음 만난 직속 부하였고 제임스는 조지의 사관학교 1년 선배였지. 그리 나쁜 성격은 아니지만 다른 사관학교 출신들과 다를 바 없이 권력욕이 꽤 심해서 벌써 대위를 단 사람이기도 했음.


- 그냥 전화나 문자 하다못해 뭐, 이메일 같은거 보내면 안돼?

- ....

- 왜, 아내가 네 목소리 듣기 싫대? 그래서 그런거면 그냥 이메일을 쓰지 그래, 그럼 언제 메일을 읽었는지 알 수 있잖아.



제임스의 말에 맷도 맞장구를 치긴 했지만 조지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자 둘을 휴게실로 돌아갔겠지. 오늘은 금요일 저녁이었고, 마침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었거든. 위성티비가 놓인 유일한 2층 휴게실에 거의 대부분의 군인들이 모여서 거의 런던 중심가의 펍이나 다름 없이 술을 차려두고 마시고들 있었지.

그래서 조지를 데리러 왔다가 여전히 며칠째 쓰고 있는 편지에 맷과 제임스도 포기하고 돌아간거고.

조지는, 누가 뭐래도 상관없었음. 왜냐하면, 허니가 제 볼품없는 편지에 답장을 보내줬으니까. 저는 두장의 편지를 보냈지만 허니는 한장으로 답장이 왔음에도 괜찮았어. 어쨌든 답장이 왔으니까. 저는 Dear, 하고 시작했던 편지에 허니는 그저 조지, 하고 쓰기만 했지만 괜찮았어. 답장이 왔으니까.

...이번에도 답장이 오려나. 솔직히 이번엔 잘 모르겠어. 허니의 편지에 답하는 이번 답장은 그냥 별거 없었음. 매일 아침 가벼운 트레이닝이 있어서 런던에 있을때보다 더 부지런해진 것 같다, 런던에서와 다를거 없는 직무를 수행해서 이 곳이 런던과 크게 다른 점이라고는 밖에 자유롭게 나가기가 껄끄럽다는 것 뿐이다.. 뭐 이런 내용. 허니가 보기엔 아주 재미없고 지루할 내용들인데 조지도 저가 왜 이렇게 제 생활에 관해 구구절절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냥 허니의 답장에 다시 답을 하지 않으면 되는 일인데, 그냥 뭐랄까.. 그냥 무시하는게 안된달까.




- 뭐? 또 편지가 왔어?

- ..좀 놀랍지?

- 좀이 아니라 아주 많이 놀랍다. 걔 진짜 조지 맥카이 맞아? 거기서 누가 대신 편지 써주는거 아니야?



그래서 런던에서 조지의 답장을 받은 허니도 꽤나, 아주 많이 놀랐던거지.

그 날 조지의 편지를 받은 허니는 문득 이게.. 조지와 제 결혼이 제대로 시작되는 신호탄 같은게 아닐까..하고 생각했음. 엠마한테 말하니 엠마가 코웃음을 치며 그거 조지 맥카이 아닐지도 몰라, 하고 말했지. 근데 그럼 그게 좀.. 이상한데.



- 그럼.. 나 계속 이렇게 편지 해야하나? 조지는 10개월 뒤에나 올텐데..?



엠마가 코웃음을 치며 한소리 거들었음.



- 야, 니네 무슨 영화찍어? 결혼기념일도 지난 헌내기 부부 사이에 갑자기 웬 장거리 연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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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와 조지에겐 5살의 나이 터울이 있었음.

그래서 이 바닥에서 노는 무리가 다를 수 밖에 없었고 허니는 어릴때 파티장에서 조지를 두세번쯤 본 것 빼곤 그를 만난 적이 없었어. 그래서 당연하게도 서로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연애해왔는지 모르는게 당연했지. 이제껏 그게 궁금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렇다고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대뜸 나랑 결혼하기 전에 여자 몇명 사귀었어요? 하고 물을 순 없는거잖아. 근데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때 처음으로 부부가 함께 참석해야하는 자선행사장에서, 그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기회까진 아니어도 조지를 탐냈던 사람들이 꽤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된 일이 생기고 말았음.



- 조지랑 사는거 재미있어요?

- 네? 어, ..뭐..


이 사교계 바닥은 관계들이 아주 예민해서, 내 지인이 다른 사람의 친척이고 또 서로 싸웠던 전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현남친의 구여친이 쟤의 여동생이고.. 뭐 이럴 정도로 좁은 바닥이라, 아주 복잡한 관계들이 많아 항상 말을 조심해야했음.

게다가 조지가 한창 학교를 다니고 이 모임, 저 모임에 초대받을때엔 허니는 어렸던데다 아직 애였고, 솔직히 말하자면 맥카이의 집안보다 한참 기우는 쪽이었던 탓에 다들 맥카이 덕 보려고 허니가 조지에게 시집왔다고 아니꼬와했지. 그러니 대충 얼굴은 알지만 친하지도 않은 여자들 사이에 혼자 끼어서는 저 멀리서 맥카이가 신문에 나오던 어떤 정치인과 얘기를 하는걸 멀리서 지켜보면서도 허니는 그저 자기 자리를 지키고 서있을 수 밖에 없었어.



- 그래도 조지는 그 집안 사람들 중에서 가장 순하고 부드러운 타입인데. 아직 그 정도까진 모르는 사인가보네요.



..그렇다고 이런 모욕을 듣고 서있을만큼 허니도 낯짝이 두꺼운 타입은 아니었음.

아까부터 허니 앞에서 조지 얘기로 거들먹거리며 살살 신경을 긁던 웬 브루넷을 한 여자가 기어코 툭 쏘아뱉은 말에 함께 모여있던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그 말뜻을 알아듣고 키득거리기 시작했지. 허니는 참을만큼 참았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하하, 어색한 웃음 한번 보여준뒤 당장 뒤를 돌아나왔음.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그때의 순간이 허니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 났고, 친오빠의 약혼녀를 소개받는 자리에서 저만치 떨어진 자리에 있던 '그' 브루넷의 여자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 순간 그 때의 기억이 다시금 생생히 떠올라버렸겠지.



- 오랜만이네요.

- 네, 그러게요.

- 조지는 잘 지내요?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사이 뒤에 다가온 그 여자가 대뜸 말을 걸더니 조지에 대해서 물어와. 허니는 어제 밤새 쓰던 편지를 떠올렸지.



- ..얼마전에 파병을,

- 아, 이/라크였나. 떠났다는 얘기 듣긴 했는데. 

- ....

- 한번 다녀온 장교는 승진이 빠르니까, 조지도 어쩔 수 없었겠죠. 근데 앞으로 계속 나가 있을 수도 있어요, 거기선 옆에 쓸데없이 붙어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편하잖아.



여자는 제 할말만 하고는 자리를 떴고, 허니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그날이 떠오르며 속이 부글 부글 끓었음. 아니.. 내가 계속 이런 취급을 받아야하나?





머그컵에 반절 정도 티백으로 차를 우린 다음, 지난 밤사이 쌓인 작전 수행 보고서를 빠르게 훑는 조지 앞으로 특송이요. 하고 탁, 우편물이 도착했음.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두고 발신자를 확인한 맥카이는 조금 놀라 탁상 끝에 놓인 달력을 쳐다보았음. 편지를 보낸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심지어 가장 빠른 우편으로 왔네. 봉투에 빨갛게 찍힌 인장에 맥카이는 조금 어리둥절해졌음. 허니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급하게 편지를 보낼 이유가 있나 한번 생각까지 해봤지만 그럴 마땅한 이유가 없었음.



- 중위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잠깐 앉아서 기다려.

- 네 알겠습니다.



보고하러 온 사병 하나가 책상 앞의 의자에 조용히 마주 앉고 맥카이는 봉투칼로 편지를 깔끔히 뜯은 뒤 편지를 꺼내 내용을 확인했음.


- ...풉..

- ..?


그리고 맥카이는 이 곳에 온 뒤 처음으로 얼굴이 순식간에 풀어져 살짝 웃었음.



[ 조지에게,
편지 잘 받았어요. 하루의 일교차가 크다니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유의하는게 좋겠네요. 지난번 편지에 썼던대로 ………,
.
.
.
PS. 당신 대체 헬렌 테일러랑 무슨 사이였어요? 내가 납득할 정도로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면 당장 영상통화, 뭐 그런게 되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거기로 전화걸거예요. 시차 같은, 뭐 그런거 따지지도 않고 할거예요. 그렇게 알아요! ]



편지는 저번처럼 짤막한 한장이었음. 근데 본문과 PS의 분위기가 아주, 매우 다른 온도차를 가진 편지였지.

아마도 본문을 다 쓰고 보내려다가 마지막에 무슨 일이 생겼던 것 같아. 그런게 아니고서야 별다를 것 없는 런던의 날씨 얘기와 형식적인 건강에 관한 질문, 허니 본인은 요즘 잘 지낸다는 단 한줄의 설명을 몇 줄에 걸쳐 늘려 쓴, 그런 뻔한 본문에 비해 급하게 휘갈겨 써넣은 PS의 글씨체만 봐도 이 편지를 보내기 직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가 뻔히 보였지.
 
그러니 맥카이는 웃을 수 밖에 없었음. 딱봐도 급하게 휘갈겨써서 줄칸에 맞지 않을 정도로 큰 허니의 필체와 그녀의 말버릇이 그대로 적힌 문장들이.. 당연하잖아, 그걸 보기만해도 맥카이는 웃을 수 밖에 없었어.





장거리 연애하는 맥카이너붕붕
 
2021.02.02 01:1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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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발 존나 짜릿해 최고야
[Code: fd91]
2021.02.02 01:18
ㅇㅇ
모바일
아ㅠㅠ 내가이거볼라거 안잔거지ㅠㅠㅠ 허니가 먼저 감정 드러내줘서 너무좋다 둘이 얀애해!!!!
[Code: 88fa]
2021.02.02 01:32
ㅇㅇ
모바일
아 미친 너무 ㄱㅇㅇ...맥카이 걔가 누군지 똑바로 불어라 아주 단단히 조져주게 크으으으으 얘네 연애하는 거 넘 커엽
[Code: 6a8a]
2021.02.02 01:38
ㅇㅇ
모바일
센세 어나더가 없으면 붕붕이는 죽소.....
[Code: cabe]
2021.02.02 01: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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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헝ㄹ헐 내센세 오셨네에ㅔ에ㅔㅔ 아아ㅏ 너무 달달해서 미칠것같아 센세 아진짜 미쳣다 너무재밋어효.!!.!!.! ㅠㅜㅠㅠㅜㅜㅠ
[Code: 428b]
2021.02.02 01:43
ㅇㅇ
모바일
저런거에 발끈한다는거 자체가 청신호죠????? 둘이 ㄹㅇ 연애 시작이죠??????????? 나도 조지따라 웃었자나 허니 귀여워서ㅋㅋㅋㅋㅋ
[Code: c4d2]
2021.02.02 02: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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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서어어??? 조지 맥카이༼;´༎ຶ ۝ ༎ຶ༽ 너 웃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576]
2021.02.02 02:4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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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내가 미리 레드카펫 깔아놨어 ㅠㅠㅠㅠㅠㅠㅠ
[Code: 8751]
2021.02.02 08:0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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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ㅇㅇ 재업 사랑해ㅠㅠㅠ
[Code: 2e76]
2021.02.02 09:47
ㅇㅇ
모바일
달달하고 좋다고ㅜㅜㅜㅜㅜㅜ 오히려 구식이여서 더 좋아ㅜㅜㅜ
[Code: 5bcc]
2021.02.02 12:1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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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찐짜 개좋아증말루ㅠㅠㅠㅠ
[Code: 6837]
2021.02.02 20: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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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맥카이랑 (하지만 스윗하겠지..) 오늘은 이랬어요 저랬어요. 이래서 기분 좋았고 저래서 속상했어요..말하는 허니비 상상된다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좋아
[Code: eea4]
2021.04.29 03:0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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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이커플 연애 알콩달콩 잘하네
[Code: 1f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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