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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1 21:59
인씹까진 아니고 양인 지위가 조금 낮은걸로... 노잼ㅈㅇ









요화목의 열매를 발견했을 때 어렴풋이 예상은 했었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남망기는 거의 험악한 눈으로 손에 든 책을 노려보았다. 특정 지방의 요수를 설명하는 글자 위로 구겨진 듯한 금 너머에는 주술로 숨겨둔 공간이 있었다.
그 속에서 남희신이 창기처럼 옷을 하나하나 벗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사내는 남망기와 꼭같은 얼굴에, 같은 옷을 입고 냉랭한 표정도 판에 박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남희신이 그의 목에 매달리자, 두 손이 나무덩굴로 변해가더니 무수한 가지를 뻗어 남희신의 몸을 공중에 띄우고 옭아매었다. 
남망기는 엿보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내력을 누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남망기 모습을 한 열매는 다른 데는 관심이 없어 남희신의 몸을 고정시킨 다음에는 몸 가운데에서 촉수같은 덩굴이 기어나왔다. 
-윽... 흑...
남희신이 신음소리를 삼키며 하얀 알몸뚱이를 부들부들 떨었다. 뒷모습이라 남망기 편에서는 엉덩이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밑으로 스르르 사라지는 나무빛 생식기는 분명 남희신의 음문으로 침입하고 있을 터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두 형제는 엄격한 가풍 아래 목욕조차 함께 하지 않아 남망기는 남희신의 나신을 보는 것이 생전 처음이었다. 뒷모습이 온통 길다란 머리채로 가려져 있었으나 보기좋게 다져진 팔과 둥그스름한 하반신의 아랫부분, 그리고 옆으로 쫙 펼쳐진 다리가 숨이 막히게 아름다웠다. 그런 몸을 제 얼굴을 한 괴가 끌어안고 범하는 광경에 남망기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그리고도 부족한지 남희신이 팔을 뻗어 차가운 남망기의 얼굴을 한 머리를 소중한 듯 끌어안았다. 그리고 뒷모습만을 보여 주며 흘러나오는 달뜬 목소리는 온전히 제 형장의 것이었다.
-흐윽... 망기... 망기야... 잠아...
검게 얼룩진 울화가 영력과 함께 터져나오려는 찰나 남망기는 간신히 눈을 떼었고, 탁자 위로 책을 되돌려놓는 손이 무섭게 떨렸다. 그리고 숨통이 죄이는 듯한 느낌에 목 언저리를 문지르며 뒷걸음을 치다, 한실을 빠져나왔다.



타인의 마음 같은 건 잘 알지 못하는 남망기도 근래 남희신이 의기소침해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마음이 부드러워 또 사사한 인정에 끌려 고민하는 줄로만 알았다. 
얼마 전 남망기가 수업에 쓸 교본을 빌려달라고 청을 했더니, 남희신은 그 책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한실에 들른 남망기는 자기가 원했던 책이 멀쩡하게 서안에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남희신이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는 남망기는 책을 꺼내어 낙장이라도 있는지 살펴 보았다. 그러다 무척 강한 주술이 책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주술의 종류를 간파해내고 책 안에 숨겨진 공간이 들어앉았다는 걸 아는데는 한 주향도 걸리지 않았다.
남망기는 물동이 하나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 안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내가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요화목은 갖가지 동물의 형태로 변화해 음기를 빨아서 자손을 낳는 괴목이었다. 단지 그것뿐, 생명체의 목숨을 빼앗거나 해를 입히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발현하는 괴에 집착을 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일이 간혹 생겼기에 발견하는 족족 퇴치하곤 했다. 
남망기는 몇 달 전 남희신과 수사들이 야렵을 나가서 요화목을 불태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남희신은 아마 그 때 요화목의 열매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 이후, 언젠가부터 남희신이 가끔 한실에 틀어박혀서 폐관급의 수련을 한다고 사람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리고 금일. 또다시 남희신이 방해하지 말라는 언질을 주고 한실을 들어가는 것을 본 남망기는 잠시 후 한실의 문을 두드렸다. 남희신은 답이 없었다. 그리고 한실에 들어가 서책을 펼치고 이공계의 금을 엿본 결과가 이것이었다.



양인인 남망기는 자신이 언젠가 지체 높은 음인에게 보내져 판에 박힌 여생을 보내게 될 걸 알고 있었고, 암묵적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남희신의 괴이쩍은 행동을 보고난 후 비로소 그는 자신이 제 형장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인생의 단 맛을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그는 무미한 지식도 수련도, 미래의 배필을 향해 지워질 의무도 당연하게 여겼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인생은 쓴 것이었고, 그는 아무런 희망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남희신이 벌거벗은 채 제 이름을 흐느껴 부르던 광경은 그런 남망기의 존재 전체를 뿌리부터 뒤흔들어놓았다.



다음날 남망기는 핑계를 대고 아침부터 남희신을 찾아갔다. 
이틀 전이었다면 흐트러짐이 없는 의관과, 부드러운 미소로 맞이하는 그가 평소와 똑같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남망기의 눈에는 남희신의 얼굴이 미묘하게 씁쓸한 것과, 자신과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것이 환하게 보였다. 남망기는 찾아온 용건을 설명하며 집요하게 남희신의 얼굴을 주시했다. 요화목에 안긴 그가 남망기의 가슴에 질투와 애욕의 불을 질렀다면, 코앞에서 자신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는 남희신은 남망기의 가슴을 바늘 끝으로 콕콕 찌르는 듯한 아픔을 남겼다.
도대체 남희신은 언제부터 제게 그런 연정을 품고 있었을까. 이제까지 남희신을 제대로 본 적이 없던 남망기는 그것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으나 이제 와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남희신 본인에게 묻지 않는 다음에야.
그러나 남망기는 혼란스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경 쓸 필요 없다. 오늘 당장 고치면 될 일이야.
남망기의 기분에 예민한 남희신은 남망기가 언짢아하는 걸 알았으나, 현재 말하고 있는 일에 편집증처럼 짜증이 나서 그런 줄 알고 위로하듯 말했다.



남희신은 남망기가 나날이 인상이 험악해지고 우울해지는 것을 알고 근심스러워했다. 그렇지만 자신이 저지르는 흉하고 괴이쩍은 일과 관계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남망기는 명백히 불쾌해하는 가운데서도 남희신에게는 변함없이 공손했고, 다른 이에게 그러듯 사람을 물리는 일도 없었다. 
사실 남망기의 속은 매우 위험스럽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남희신은 홀로 한실에 들어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잦아졌다. 그러나 남망기는 첫번 이후로 다시는 책 속의 남희신을 훔쳐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뜨겁게 신음하는 남희신은 하루가 멀다 하고 그의 꿈 속에 나타났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뒷모습 뿐이었고, 자신의 앞에는 벽이 있어 뭔지모를 존재에 파먹히는 남희신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니 색스러운 꿈이 아니라 악몽과도 같았다.
남희신은 아무도 못 알아챌만치 우울했고, 남망기는 남계인이 의원이라도 붙여야 하나 염려할 정도로 드러내놓고 우울해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한 자리에 앉으면 깍듯한 예의 뒤에 저마다의 마음을 감추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망기의 심경의 변화와 함께 꿈 속의 상황도 바뀌어 남망기는 뒷모습만 보여 주던 제 형장을 잡아채어 품 속에 안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신에게 팔을 뻗어오며 '망기'하고 부르는 남희신을 보고 넘쳐 흐르는 마음을 어찌해야 할 지 몰랐다.
춘궁도 한 점도 본 적이 없는 남망기가 터질듯한 제 양물을 남희신의 다리 사이에 밀어넣고 무섭도록 밀어붙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쾌감은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고, 별안간 남희신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얄밉게 웃는 표정은 절대 품위 있는 택무군의 것이 아니었다. '요화목이냐?!' 그렇게 부르짖는 순간 남망기는 잠에서 깨어났고, 온 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아직 새벽의 여명도 떠오르지 않은 어둠 속에서, 남망기는 똑같은 어두운 눈빛으로 허공을 노려보았다. 연한 두 눈은 의심할 데 없이 확고한 빛을 띠고 있었다.



남망기는 어린 자제들을 가르치고 일과가 다하자마자 남희신을 찾았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형장.
남희신은 남망기가 하려는 말을 모를 텐데도 이상하게 얼굴이 어두웠다. 잠시 후 남희신이 말했다.
-그래. 마침 잘 됐구나. 나도 할 말이 있다.
남희신은 앞장서서 한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맞은편에 조용히 앉는 남망기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할 말이 무엇이냐?
-...먼저 말씀하십시오.
-그래.
남희신은 제 앞에도 놓은 찻잔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걸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불쑥 내뱉았다.
-운몽 강씨에게 네 혼서를 넣었다. 그리고 어제 허혼서가 날아왔단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에 남망기는 아연해서 눈을 치떴다.
운몽 강씨의 종주인 강만음은 가문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이었고, 따로 마음에 둔 이가 있다는 소문도 돈 적이 없었다. 그러니 자기네와 같은 수준의 세가인 고소 남씨의 혼서를 받고 물리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혼서를 넣을 때부터 남희신은 그것을 알았지만 허혼서를 받고 나자 역시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만은 억지 미소조차 떠올리지 않았다. 또한 남망기 역시 무엇을 배우거나 행동하는데 있어 윗선의 가르침을 거스른적이 없으니, 그는 결국 강씨의 사람이 되고 말 것이었다.
-...싫습니다.
남망기가 나직하게 말했다. 남희신은 이렇게 중요한 일에 남망기가 거절을 표시할 줄은 몰랐기에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어려서부터 윗어른의 말에는 무조건 순종하던 그였다.
남희신은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대뜸 혼사라니 놀라서 그랬겠지. 게다가 남망기가 싫다고 물러질 일도 아니었다. 음인의 혼사는 가문에서 정해버리는 게 보통이었다. 아주 가끔 양인과 음인이 눈이 맞는 경우도 있긴 했으나 그런 경우에도 음인은 감히 혼인을 요구할 수 없었다. 
-곧 혼례식 날짜가 정해질 것이다. 강종주가 후사를 원하는 모양인지 무척 서두르더구나. 너도 딴 마음 먹지 말고 몸가짐을 더욱 바르게 하면서 준비하도록 해라.
이 말에 남망기의 눈에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다음 순간 분노를 억누르며 터져나올 뻔한 말을 굳은 입술 뒤로 삼켰다.
-알겠습니다.




망기희신
 
2020.07.01 (22:41:20) 신고
ㅇㅇ
와 센세 진짜 이거는 문학이에요 헉헉
[Code: 1130]
2020.07.02 (02:20:24) 신고
ㅇㅇ
모바일
이건 미 쳤 다 남희신은 마음 표현해보기도 전에 접어버리네ㅠㅠㅠ 얘들아 근친해....헉헉헉
[Code: fc5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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