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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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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제일 먼저 든 감각은 욱씬거리는 팔이었다. 꽂혀진 링겔이 보이자 피터는 그제서야 제가 독한 감기에 걸렸단 것을 생각해내었다. 찌뿌등했던 몸은 단순 잠을 많이 자서가 아니라 감기의 시작이었단걸 미처 몰랐다. 감기약 두어알을 털어놓고 의사를 불러준다는 프라이데이를 거절하며 일찍 침대에 누운것 또한 이렇게 아플줄 몰라서였다. 그런데 잠에서 깨니 제 팔에 꽂혀있는 링겔이라. 피터는 제 방을 다녀갔을 토니에 작게 앓는 소릴 내었다. 기어코 그의 신경이 쓰이게 만들 일을 자신이 만들고야 말았다.








-








"몸은."

"괜찮아요."




평소보다 일찍 돌아온 토니와 마주친 피터는 부엌에서 물을 마시던 중이었다. 하루만에 헬쓱해진 얼굴의 피터에 토니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아직도 김이 날 것만 같은 노란 단호박 스프를 피터는 멀뚱히 보았다. 안부 한 번 묻고 몸을 돌리는 토니를 피터가 다급히 불러세웠다.




"저녁.. 드셨어요?"

".....아니."

"지금 차려드릴게요."

"됐어."




다시 몸을 돌리는 토니에 피터가 다가가 그의 소매끝을 붙들었다.




"오븐에.. 스테이크 구워놨어요."

".....아픈데 그런걸 왜 해."

"꺼내기만 하면 돼요. 드세요."




결국 토니는 오븐으로 다가가려는 피터를 식탁에 앉혔다. 피터 앞으로 단호박스프가 담긴 그릇을 내려놓고, 반대편으론 김이나는 스테이크를 내려놓는 토니는 여전히 미간을 구기고 있었다. 괜한짓을 했나 싶은 피터는 그래도 입 안의 스프가 참 달게 느껴졌다. 그래도 부부였다고 자신이 어렸을적부터 아플때마다 먹는 특식같은 것이 단호박스프란걸 기억한단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기사 날거야."

".....무슨 기사요?"

"어제 왔다 간 의사가 네가 손님방에서 자는걸 봤으니 뭐든 나겠지."

"......"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신경 쓰ㅈ.."

"사실이라고 하세요."




물과 같은 스프가 삼키기 힘들만큼 무거워진 피터는 목구멍을 제 손으로 쩍 벌리고 싶었다. 가까스레 삼키자 토기가 쏟아지듯 나간 말에 솔직히 제 자신도 놀랐다. 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다시 스프를 입으로 밀어 넣었다.




"아직 일러."

"저 당장 주말에 나가요."

"....."

"지금쯤이면.. 딱 좋은것 같아요."




토니는 대답을 하지도, 고개를 끄덕이거나 가로 젓지도 않은채 피터를 빤히 봤다. 피터도 그런 토니를 빤히 바라보다 결국 스프로 다시 눈을 돌렸다. 그렇게 한 마디도 없이 그저 고기를 써는 소리, 스프를 뜨는 소리만 둘 사이를 맴돌다 식사자리가 끝이났다.

그리고 다음날, 아니나 다를까 스타크 부부의 불화설이 온 포털사이트 1면을 차지했다. 그리고 토니는 제 고집대로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그가 함구하는 마당에 피터가 제가 나서서 맞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딜 눌러도 뜨는 둘의 사진에 피터는 자고 일어나 말끔히 나은 몸이 다시 아파오는 듯 했다. 지끈거리려는 머리를 붙잡고 부엌에 가서 벌컥이며 찬물을 들이켰다. 조금이나마 쓰린 속이 풀리는 듯 해 찬 숨을 뱉었다.
컵을 씽크대에 내려놓자 전날 먹었던 저녁의 흔적이 보였다. 물을 틀고 빈 그릇들을 다 씻어갈 때쯤, 오븐에 놓았던 팬이 보이지 않자 피터는 작게 웃었다. 요리라곤 적성에 맞지 않는 그가 스테이크를 덜고 남은 고기를 냉장고에 넣었을리 만무했다. 기껏해야 오븐에 다시 넣어놨을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피터는 고무장갑을 벗고 오븐에 다가섰다.




"그래. 토니 스타크도 인간이지."




혼잣말을 중얼거린게 새삼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전에는 참 혼자서 잘도 떠들었었다. 토니를 기다리며 오늘은 저녁으로 무얼 만들까 떠들며 부엌을 서성이기도 했고, 그러다 프라이데이를 붙잡고 온갖 레시피를 물어가며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했다.




'어때요 토니?'

'솔직히?'

'솔직히요. 맛없어도 꼭 얘기해주세요.'




피터가 처음으로 만든 토마토 파스타는 그릇 밖으로 몇가닥의 면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걸 보며 웃음을 참는 토니가 보였으나 피터는 긴장되는 속에 손가락만 잘근거리며 씹고 있었다. 곧 포크를 든 토니가 한움큼 입 안으로 면을 밀어넣곤 우걱거리며 씹었다. 눈썹을 찡그리는듯 하더니 이내 꿀꺽 삼키고 피터를 바라봤다.




'솔직히 맛없어도 참고 먹으려 했어. 그런데 이건...'

'맙소사. 그정도에요?'




절망하듯 얼굴을 양손에 묻는 피터를 토니가 끌어다 제 무릎에 앉혔다.




'킫. 비주얼만 보면 먹고 한 삼일 회사 병가 내게 생겼잖아.'

'......토니.'

'왜 그렇게 봐? 사실대로 얘기해달라며.'

'그래도 조금 돌려가며 얘기해 줄 순 있잖아요!'




어깨를 찰싹 때리는 손에 토니가 소리내서 웃었다.




'아무튼, 내 생각이랑 비주얼과 다르게.. 맛있어. 충분히 먹을만해.'

'.....진..진짜요..?'

'먹어봐. 먹어보면 알잖아. 솔직히 한 두 세번만 더 연습하면 완전 맛있을 것 같아 달링.'




토니의 무릎에 앉아 받아먹은 파스타는 제가 만들었음에도 정말 그럭저럭 맛있었다. 그에 요리에 취미를 붙인 피터는 집 안 에서도 부엌에 머무는 일이 제일 많을 정도였다.

잠시 회상에 잠겼던 피터는 이내 눈을 깜박이며 다시 오븐으로 눈을 돌렸다. 이정도 추억이면.. 그래, 어쩌면 마냥 불행한 결혼은 아니었단 생각도 들었다.

오븐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덮개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팬을 피터가 잡아 빼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팬 속에서 마주친 구석구석 새카맣게 탄, 썰고 남은 고기가 보였다. 옅게나마 지어져있던 미소가 빠르게 사라져갔다.

오븐 앞에 쭈구려 앉은채 자신의 전날을 회상했다. 감기에 정신 없는 와중에도 토니에게 저녁을 차려줘야 겠단 생각은 빚을 갚겠단 것과 같았다. 나 때문에 그가 의사를 불렀다. 그 손님방에. 그 때문에 원치않는 기사들이 퍼져나갈 거란 건, 하다 못해 찌라시라도 돌 것이란건 피터 스타크로 산 경력덕에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예민한 토니로썬 꽤나 힘들 일일테고, 그럴때마다 그는 제일 먼저 끼니를 걸렀다. 밥은 커녕 커피 한 잔도 사마시지 않을 그의 생각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피터가 참 여렸다.
그래서 고기를 구웠다. 그가 좋아하는 부위로. 아프긴했어도 링겔 덕인지 수월하게 몸을 움직였고 오랜만의 요리가, 그래. 어쩌면 조금 신이 났던 것도 같았다. 그래서 그랬던가. 타이머의 알람이 울렸고, 다 구웠다며 알람을 끈 자신이 오븐의 불을 끄는건 깜박한 것이.
그제서야 자각이 들자 피터는 여전히 멍하게 탄 고기를 바라보았다. 토니가 오기전까지 계속해서 구워지던 고기는 당연히 새까맣게 탔을것이고, 불행중 다행이도 불타버릴 뻔한 오븐은 토니덕에 위기를 모면했을 것이다. 그리고 토니는 저녁을 말끔히 비웠다.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아 피터는 오븐 앞에 한동안 주저 앉아 있었다.
















토니피터 로다토모
2020.02.21 05:18
ㅇㅇ
모바일
센세 오셨다
[Code: 5a40]
2020.02.21 05:24
ㅇㅇ
모바일
솔직히 탄고기 말없이 먹어준 거 저건 사랑 아니냐???????
[Code: 4bb3]
2020.02.21 05:28
ㅇㅇ
모바일
서로 존나 말없이 배려해주고 있는데 웨 저게 사랑이 아니야ㅠㅠㅜㅜ 니피 정신차려ㅠㅠㅠㅠㅠㅠ
[Code: 1354]
2020.02.21 05:30
ㅇㅇ
모바일
토니가 빤히 바라봤다는 그 표정 존나 상상감ㅋㅋㅋㅋㅠㅠㅠ
[Code: 1354]
2020.02.21 05:40
ㅇㅇ
모바일
피터 이시키ㅜㅜ 이럴땐 좀 빨리 행동하지 말고 가만있어봐ㅜㅜ 왜 벌써 나가 바보야 광광ㅠㅠㅠ
[Code: ca20]
2020.02.21 05:43
ㅇㅇ
모바일
김토니 정신 못 차리냐 저게 사랑이 아니라면 뭐가 사랑이란거야ㅠㅠㅠㅠㅠㅠ
[Code: c225]
2020.02.21 05: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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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토니ㅠㅠㅠㅠ 24시간 예뻐보이고 귀엽고 감시하고 싶고 그런것도 사랑이지만 지금 니가 하고 있는것도 사랑이야 바부야ㅠㅜㅜ
[Code: bdb3]
2020.02.21 07:3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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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중에 토니 살림 못하는거 존웃존커ㅋㅋㅋㅋㅋ
[Code: 5ba3]
2020.02.21 08:20
ㅇㅇ
둘이 사랑을 하고 있는데 왜 모르냐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45c]
2020.02.21 08: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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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가 아픈 피터 자극 안하려고 탄 고디 질겅질겅 먹어준 거잖아 ㅠㅠ 저만큼 배려해줄 정도면 사랑이라구ㅠㅠㅠㅠ
[Code: 1bef]
2020.02.21 09:23
ㅇㅇ
피터 바보ㅠㅠㅠㅠ 왜 이해가 안 되냐ㅠㅠㅠㅠ 널 생각했던 거잖어ㅠㅠㅠㅠㅠ
[Code: db25]
2020.02.21 09:5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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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쓴 걸 말없이 먹어줬다면 ㄹㅇ 사랑인디 ㅅㅂ
[Code: 2437]
2020.02.21 11: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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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피 느그들 뭣허냐.... 둘은 사랑을 하고 있다고...... 떨어질 생각 하덜덜 말라고... 하..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f7b]
2020.02.22 15: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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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사랑이잖아 왜 몰라 왜༼;´༎ຶ ۝ ༎ຶ ༽
[Code: 7bf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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