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8c369b8b2316435d7cd91dc2f50019.gif

08e8cb91d8495a26d4b447792232b662.gif

79f418880d1166460916ae815b6d2610.gif

20200205_205419.gif

14ㄴㄷ
https://hygall.com/index.php?mid=china&document_srl=265166475

진혼 부생한천 웨이란 주일룡백우




"조운란!"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한 시각, 운란이 별안간 발작을 일으키며 깨어났고, 갑작스러운 소란에 번쩍 눈을 뜬 션웨이가 소리쳤다. 머리맡에서 자고 있던 다칭 역시 퍼뜩 정신을 차리며 몸을 일으켰다. 션웨이의 팔을 쥐어뜯을 듯 세게 움켜쥔 운란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꼭 숨이 멈춘 사람인 것 같았다. 이어서 운란의 손에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력이 위태롭게 피어오르니, 션웨이는 혼란을 뒤로 미루고 우선 운란을 진정시켰다.


"아란, 아란. 괜찮아, 내가 있잖아."

"션, 웨이, 션웨이...!"

"응, 나 여기 있어. 이제 괜찮아, 아란. 내 쿤룬."


션웨이가 은근하게 자신의 신력을 풀며 조곤조곤 말했고, 다행히 운란은 자신의 몸을 감싸는 익숙한 기운에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션웨이의 팔을 붙든 채 헉헉거리던 운란이 한참 뒤에야 몸에 힘을 풀며 긴 숨을 내쉬었다. 션웨이와 다칭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운란을 살폈다. 땀에 젖은 머리칼을 넘겨주던 션웨이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란, 이제 좀 괜찮아졌어?"

"응, 덕분에... 걱정하지 마."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안색이 안 좋은데."


이어지는 다칭의 걱정에 힘없이 웃으며 그의 턱을 간질인 운란이 옷 소매로 식은땀을 훔쳤다. 여기까지는 예상한 대로다. 그렇다면 이다음은-


"알고 있었어?"


역시나, 불쑥 나타난 부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션웨이와 다칭은 부생의 갑작스러운 방문보다도 눈물로 엉망이 된 그의 얼굴에 놀랐고, 운란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 네 잘못이 아니야."

"어떻게!"


운란이 말을 끝맺는 동시에 부생이 버럭 소리쳤다.


"어떻게 숨길 수가 있어? 영원히 말 안 할 작정이었어?"

"아니야, 알려줄 생각이었어. 네가 한천과 완전한 짝이 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운란의 말을 자른 부생이 거칠게 눈물을 닦아냈다.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운란이 부생의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부생은 도망치듯 뒤로 물러났다. 허공에 뻗어진 손을 거둔 운란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예상했음에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내가 한천과 짝이 된다고? 나한테 짝을 준다더니, 이런 뜻이었어?"

"누가 뭐래도 한천은 네 짝이야. 네가 가장 잘 알잖아."

"아니야... 나는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야."


부생이 턱 막힌 목소리로 말했고, 닦아낸 것이 무색하게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양손에 얼굴을 파묻은 부생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이런 건 줄 알았으면, 한천이 누구인지 알았으면 짝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을 거야."

"...."

"이렇게 하면서까지 짝을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고..."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 희미한 목소리로 말한 부생이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당황한 션웨이가 서둘러 그 뒤를 쫓으려 했으나, 그의 손을 붙잡은 운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통 종잡을 수 없는 대화에 안 그래도 안절부절못하던 션웨이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부생의 짝한테 문제라도 생긴 거야?"

"...샤오웨이, 내 아가."


잠시 머뭇거리던 운란이 문득 손을 들어 션웨이의 뺨을 감쌌다. 무척이나 복잡하면서도 슬픔이 느껴지는 눈빛에 흠칫 놀란 션웨이가 조심히 그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에 씁쓸하게 웃은 운란이 션웨이의 눈가를 조심히 어루만졌다.


"너한테 말해줄 게 있어. 다칭, 너도 들어줘."


운란은 나지막이 말하며 창밖을 힐끗 쳐다봤다. 어느덧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순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낀 션웨이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검은 고양이 역시 불안한 표정으로 션웨이의 옆에 앉았다.




갑작스레 신성이 깨어난 한천은 곧장 야존에게 찾아갔다. 기억이 돌아온 그가 아는 한 운란과 션웨이를 제외하고 가장 신력이 강한 자는 야존이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곤륜산의 쿤룬의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던 야존은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자의 방문에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왕 의원이 저한테, 이상한 약을..."


다행히, 그리고 당연하게도 션웨이네를 통해 그간의 소식을 모두 알고 있던 그는 한천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 마당에 털썩 주저앉은 한천을 제 품에 기대게 한 야존이 그의 가슴팍에 손을 올렸다.


"신성을 억지로 각성시키는 약이야. 큰 문제는 없으니 걱정할 것 없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천의 몸속을 샅샅이 살피던 야존이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에서 예상치 못하게 각성한 탓인지, 한천은 가슴팍을 움켜쥔 채 연신 밭은 숨을 내쉬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야존이 조심히 자신의 신력을 풀었다. 그러자 창백하게 질려있던 한천의 얼굴에 차츰 혈색이 돌면서 호흡도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혹시나 거부반응이 있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션웨이와 쌍둥이인 덕에 얼추 진정시킬 수 있는 모양이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 것 같네요."


한참만에야 겨우 신력이 가라앉은 한천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야 긴장을 푼 야존이 한천을 부축해 툇마루에 앉혔고, 동시에 쓰러지듯이 기둥에 머리를 기댄 한천이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그를 달래주기라도 하듯 쾌청한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주었다. 그 사소한 움직임이 운란과 지독히도 닮아있으니, 잠시 머뭇거리던 야존이 말했다.


"당신은 부생의 짝이라고 알고 있는데."

"네, 한천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왜 당신한테서 쿤룬과 똑같은 기가 느껴지는 거지?"


멋쩍게 웃으며 말하는 한천을 가만히 바라보던 야존이 물었다. 그의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생각을 정리하듯 눈동자를 도록 굴린 한천이 이내 땅바닥의 어딘가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겠군요. 어떻게 보면 제 죽음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니까."

"죽음이라니?"

"아마 부생은 당신들한테 제가 운란의 신력으로 만들어진 인간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방황하는 자기를 위해 만든 인간이라고요. 옛날에 제가 짝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으니 그렇게 생각할만하죠."


어느새 양손을 맞잡은 한천이 엄지로 손등을 느릿하게 쓸었다. 나뭇잎 모양을 따라 그늘이 드리운 얼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을 담고 있었다. 슬픔과 후회, 안타까움, 애정, 분노, 자기혐오. 야존으로서는 그 무수히 많은 감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부생이 한 말은 맞기도 하지만 틀리기도 해요."

"무슨 뜻이야?"


야존은 질문을 하는 동시에 아주 작은 기시감을 느꼈다. 한천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단순히 신력으로 만들어졌다기에는 굉장히 뚜렷했다. 마치 그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설마. 야존의 얼굴에 일순간 절망이 스쳤다.


"저는 부생의 짝이 맞지만, 신력으로 만들어진 인간은 아니에요."

"...."

"운란의, 쿤룬의 일부지만 신력과는 다릅니다. 몸의 일부이자 영혼의 조각이죠."

"말도 안 돼..."


한천이 말을 끝맺는 동시에 야존이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양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한천은 그런 야존의 반응에도 당황하지 않고 그저 조심스럽게 그의 등을 토닥였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알고 있어?"


잠깐의 정적 끝에 야존이 묻자 어깨를 으쓱인 한천이 대답했다.


"저는 알지만 운란은 모릅니다. 저도 우연히 알게 된 거예요."

"그게... 그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책하지 마세요. 오히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니야, 그러지 마. 나는-"


무어라 더 말하려던 야존이 별안간 입을 다물었다. 한천이 얼마나 자세하게 아는지 모르겠으나,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죄책감에 숨이 턱 막혀왔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줄 수 있어?"


절박함이 담긴 부탁에 한천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늦든 빠르든 어차피 알려줄 생각이었고, 게다가 상황을 봐서는 더 이상 숨기는 것도 무리일 듯했다.


"제가 션웨이를 살리기 위해 석 달 동안 신력을 쏟아부었던 일은 알고 있나요?"

"응, 다칭이 얘기해줬었어. 첫 탈피 때였다던데."

"맞습니다. 션웨이는 황룡 중에서도 가장 강한 힘을 타고났기 때문에 탈피를 겪으면서 폭발하는 신력을 누르려면 제 신력을 모조리 써야 했어요. 깨어난 션웨이가 다시 저한테 피를 먹일 정도였으니까 꽤 심각한 일이었죠."


잠시 말을 멈춘 한천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아직도 뼈가 드러나 피를 철철 흘리던 션웨이의 팔뚝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참 미련한 녀석이지. 자신을 위해 생살을 물어뜯은 아이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려왔다.


"아무튼, 그렇게 힘을 있는 대로 다 빼냈으니 회복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션웨이의 신력을 채워 넣었다 해도 그걸로는 부족했어요. 다칭의 말마따나 만 년은 넘게 쓸 신력을 한 번에 썼기 때문에 몇 년은 고사하고, 몇천 년이 지나도 다 채워지지 않을 정도였죠. 그래서 원래는 그냥 그대로 션웨이랑 쭉 지내면서 천천히 회복할 생각이었는데, 일이 틀어져버렸어요."

"션웨이가 두 번째 탈피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귀왕이 태어났지."


야존의 눈이 일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한천은 조금 가라앉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당시 아직 힘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고, 그 와중에 귀왕까지 상대하려고 하니 또다시 무리를 했어요. 귀왕을 포함해서 곤륜산을 습격했던 모든 귀족을 봉인했죠. 하지만 몸이 안 좋은 만큼 조급해서인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힘을 쓰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귀왕이 가짜였으니까."

"네, 맞아요. 귀왕이 저를 죽이면서 본인이 생각도 없이 곤륜산을 습격한 줄 아느냐고 물었을 때 깨달았습니다. 갓태어난 그자는 아직 힘이 불완전하니 저랑 맞서면 죽는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정면에 나설 수 없었을 거예요. 가짜를 내세워서 제가 쓸데없이 힘을 빼게 한 후에 목숨을 앗아갈 계획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귀왕이 미처 예상 못 한 변수가 있었죠."

"변수?"

"우선 제가 바로 죽지 않았다는 것도 그렇고, 션웨이의 힘이 귀왕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강했어요. 하지만 귀왕은 션웨이를 그저 어리고 나약한 아이로 여기고, 그 힘을 휘두를 생각밖에 안 했죠. 만약 그날 션웨이가 감정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았다면 분명히 그 아이가 이겼을 거예요."

"하지만... 당신이 죽었는데 션웨이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렇죠. 그래서 제가 즉사하지 않은 게 변수라는 겁니다. 제 신력으로 귀왕을 붙잡았고, 그자가 당황한 틈을 타서 션웨이가 죽인 거니까."


애초에 션웨이는 탄생부터가 범상치 않은 황룡이었으나, 야존의 말마따나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짝을 잃은 그에게 차분히 상황을 계산할 여유는 없었다. 분노로 이성을 잃은 션웨이는 정면으로 귀왕에게 덤벼들었고, 만일 그때 쿤룬이 이미 죽어있었다면 션웨이 역시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아프게 옥죄이는 탓에 미간을 살짝 찌푸린 한천이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도 다행히 션웨이는 죽지 않았고, 대신 귀왕의 심장을 통째로 삼켜버렸어요. 심장은 우연히도 훼손되지 않은 채 그대로 션웨이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그대로 션웨이의 비늘 하나에 뿌리를 내렸죠. 나중에 션웨이가 그 비늘을 뽑았을 때는 이미 온몸으로 뿌리를 뻗었으니 별다른 타격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귀왕의 심장이 멀쩡하게 뛰고 있으니, 귀왕도 겨우 살아남은 거예요."

"...."

"사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귀왕이 죽은 줄 알았습니다. 사지가 찢겨 무로 돌아간 줄 알았죠."

"...그런데 살아있었지."


잠시 침묵하던 야존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안색이 다시 하얗게 질리면서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한천은 그것을 못 본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몸이 꽃잎으로 세상에 흩어진 후, 곤륜목에 있던 영혼의 힘이 조금 회복됐을 때 한 번 다시 태어났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귀왕을 만난 순간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나더군요. 그래서 미친 듯이 도망쳤는데, 어린 몸으로는 헛수고였습니다. 그대로 귀왕에게 죽었지만, 그자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어요. 제가 지금 시대에 태어나면서 쿤룬이 귀왕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쿤룬이 알고 있었다고?"

"네. 제가 처음 죽었을 때는 워낙 어린 나이라 삶도 짧았고, 곤륜목에 있는 영혼의 힘도 안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로 태어났을 때는 알 수 있었어요. 이번에도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난 건 똑같지만, 쿤룬이, 그러니까 운란이 제 탄생을 알아챘죠. 안 그래도 힘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제가 태어난 거예요. 저를 살피러 왔을 때 귀왕에게 죽었던 기억을 본 겁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세상 어디에서도 귀왕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한천이 말을 맺으며 야존과 눈을 맞췄다. 어깨를 움찔 떤 야존이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때 저를 죽이겠다고 큰소리치던 귀왕이 보이지 않는 게 의아하긴 했지만, 그자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몸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힘이 약해진 거겠거니 했습니다. 그래서 운란은 제가 어느 정도 자라거든 자기 몸으로 불러들일 생각이었죠. 당연히 그게 맞는 거고, 귀왕이 살아있다는 걸 안 이상 가만히 둘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왜... 아."


왜 아직 운란에게 돌아가지 않은 것이냐고 물어보려던 야존이 별안간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짐작 가는 것이 하나 있기는 했다. 그런 야존의 생각을 알아챈 것인지, 한천은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부생이 태어났고, 그 녀석이 중학생 때 그 사건이 벌어졌죠."


야존은 이제야 운란이 그때 말했던 짝을 준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확신에 차 말하기에 무슨 방법이 있는가보다 했더니, 설마 영혼의 일부인 한천을 준다는 뜻이었을 줄이야. 넋 나간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야존에 한천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그 사건 이후에 운란은 생각을 바꿨습니다. 제 신성을 잠재우고 평범한 인간으로 위장시킨 거죠. 저와 부생이 안전하게 만나도록 하기 위해서."

"그, 그럼 귀왕은?"

"혼자 처리하려고 한 거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정리하고, 저와 부생이 완전한 짝이 됐을 때 알려줄 계획이었습니다. 무리한 방법이긴 해도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왕 의원이 귀족과 한패인 건 몰랐지만."

"그 남자가 귀족과 손잡은 건 확실한 거야?"

"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확실해졌어요. 제가 형사였을 때, 백화점 사건이 벌어지고 운란이 왕 의원을 찾아갔었습니다. 제 삶에 해를 끼칠 게 분명했기 때문에 저에 대한 기억을 봉인했죠. 그런데 최근에 누군가 그 봉인을 풀었고, 운란은 곧장 귀왕을 의심했어요. 애초에 쿤룬의 봉인을 풀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말을 마친 한천은 복잡한 표정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애초에 운란이 아직 기억이 없는 자신을 찾아왔을 때 모든 것을 이야기해준 이유가 있었다. 기억이 없어도 부생이 걱정돼서 알리지 않을 것이고, 기억이 돌아와도 자신이 곧 운란이니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 테였다. 한천이 운란을 알듯, 운란도 한천을 알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 자신을 모를 리가 없으니 당연했다. 그렇기에 한천에게 모든 사실과 본인의 계획을 알리고 약간의 협조를 구한 것이지만, 왕 의원이 한천을 불러 수상한 약을 먹인 탓에 일이 또 틀어져버렸다. 결국 부생이 알아버렸고, 션웨이와 다칭도 알게 될 테고, 야존도 알게 되었다. 이것마저도 그자의 계획인 걸까.

지금으로써는 쓸데없는 잡념을 날리듯 고개를 가로저은 한천이 말했다.


"제 신성이 깨어나면서 일이 또 틀어졌습니다. 부생이 전부 알게 됐으니 당연히 운란을 찾아갈 거고, 운란은 어쩔 수 없이 션웨이와 다칭에게 사실을 말해야 하겠죠. 저도 당신을 찾아와서 이렇게 전부 이야기하고 있고요."


한천은 일이 틀어진 것 치고는 대수롭지 않은 말투였고, 오히려 야존이 더욱 불안해하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한참이나 생각하던 야존이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 하려고?"

"걱정하지 마세요. 일이 틀어지긴 했어도 길이 아예 막힌 건 아닙니다."


마치 먼 옛날의 쿤룬처럼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한천이 손을 들어 살짝 휘저었다. 금빛의 띠가 춤추듯 그의 손을 맴돌았다.


"저는 부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예요."


설령 내 손에 피를 묻히게 된다고 해도, 이 몸이 만신창이가 된다고 해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한천은 어떻게든 부생의 행복을 지킬 생각이었다. 자신은 그러기 위해 존재하니까.
2020.02.16 (01:23:45) 신고
ㅇㅇ
모바일
와 센세 필력ㅠㅠㅠ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설정을 생각해 내지? 감탄만 나온다ㅠㅠㅠㅠㅠ
[Code: 90d6]
2020.02.16 (01:24:08) 신고
ㅇㅇ
모바일
한천이 쿤룬 영혼의 일부였구나ㅠㅠㅠㅠ 신성을 되찾은 천이가 부생이 지켜주겠죠ㅠㅠㅠㅠㅠ 부생이 불안불안한데.. 천이 믿는다ㅠㅠㅠㅠㅠㅠ
[Code: 90d6]
비회원은 통신사IP나 해외IP로 작성할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