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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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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스핀오프 : 크롤리와 아지라파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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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아지라파엘.

멍청한 악마의 욕심으로 기억을 잃은 천사. 적어도 크롤리는 잊을 수 없는 그 이름을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가끔씩 소문은 너무 빨라서 진실이 따라잡기도 전에 저 멀리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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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햇살이 파란 풀 위로 부서져 내리는 화창한 날, 성벽을 기어오르던 검은 뱀이 하얀 맨발 근처를 맴돌았다. 뱀은 곧 악마로 변했고 악마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 인간들 걱정이야?"

"오, 크로울리. 너구나."

"여기 나 말고 또 누가 온다고."



굳이 토 달지 않아도 되는 말에 꼬투리를 잡는 악마지만 아지라파엘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 눈썹을 한 번 으쓱이고 말뿐이다. 투둑. 천사와 악마의 고개가 동시에 위로 향했다. 에덴에 두 번째 비가 내린다. 첫 번째 비를 맞을 땐 천사가 날개로 악마를 감싸주었다. 그럼 이번엔 내가...



"저기 나무 아래로 갈까?"

"어? 어. 그래."



민망하게 뻗어진 날개를 거둬들인 크로울리는 아지라파엘을 따라 에덴 가운데, 가장 울창한 나무 아래로 들어갔다. 빗방울이 잎을 타고 미끄러져 흙을 촉촉하게 적신다. 해가 저렇게 환하게 빛나는데 비라니. 하여간... 크로울리는 천사와 함께 햇살 좋은 동산을 걸으려던 계획을 쓰레기통으로 던지며 허공을 응시했다.



"네가 이브를 유혹한 걸 원망하지 않아."



아지라파엘이 선과 악을 알게 해주는 탐스러운 과실이 있었을 빈 가지에 손을 얹었다. 크로울리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 미간을 찡그렸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냥. 내가 아는 너라면 왠지 후회하고 있을 것 같아서."

"... 말도 안 되는 소리."



크로울리는 가끔 아지라파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이미 타락해버린 천사는 모든 걸 다 알고 이해한다는 선한 눈빛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크로울리는 따뜻한 청회색 눈동자를 피해 땅으로 시선을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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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에서 유니콘이 탈출하는 걸 보고, 이집트의 시작을 구경하는 건 재밌는 일이었다. 크로울리는 아지라파엘과 세계를 여행하며 시간에 발자국을 남겼다.



"나 이름 바꿨어."

"응? 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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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인간들 틈에 섞여 있던 아지라파엘은 뒤에서 스르륵 나타난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다.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있는 크로울리가 태연하게 말했다.



"이름 바꿨다고. 이제 크롤-리라고 불러."

"크롤리... 멋진 이름인걸?"



크롤리, 크롤리. 혀를 굴려 악마의 이름을 두어 번 발음하는 아지라파엘에 크롤리는 순간 아주 짧게나마 심장이 덜그럭 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맙소사. 왜 이래?



"그럼 이제 크로울리라고 부를 일은 없겠네."

"왜. 아쉬워?"

"이제 입에 붙은 것 같았는데."

"음... 뭐, 네가 부르고 싶은 걸로 불러도 돼."



크롤리는 이름을 괜히 바꿨나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턱을 쓸었다.



"아냐. 정한 이름이 있는데 그럴 순 없지."

"난 네가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니까."



아마 지렁이라고 불러도 대답할걸? 크롤리는 이런 스스로가 참 싫었다. 멋있어 보여도 모자랄 판에 정말 모양 빠지는군.



"... 정 그러면 새 이름이 입에 붙도록 많이 말해보는 건 어때."

"오! 그것참 좋은 생각이야. '크롤리.'"



이렇게 말이지? 아지라파엘이 이름을 특히 강조하며 또박또박 발음했다. 크롤리는 그런 천사를 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을 사랑한다. 그런 스스로가 짜증 날 만큼.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의 순진함을 사랑했고, 아지라파엘의 겁을 사랑했으며, 아지라파엘의 천사다운 모습을 사랑했다. 심지어 가끔씩 튀어나오는 아지라파엘 내면의 무언가조차 그는 사랑했다.



그러나 천사를 사랑한 악마는 제 사랑이 닿을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암묵적으로 금지된 사랑은 혼자 품기에도 버거웠고, 끝을 모르고 커지기만 하는 이 사랑이 어떤 파도를 일으킬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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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비극을 몰고 온 파도는 고대 로마라는 바다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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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엔 오래 있을 거야?"

"잠깐 유혹할 게 있어서."



잠깐 머무른다던 크롤리는 아지라파엘과 헤어진 후로도 십 년을 넘게 로마를 떠나지 않았다. 물론 몇천 년을 살아온 악마에게 있어 십 년 정도는 찰나에 지나지 않으니,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크롤리는 제국의 황제가 타락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사악한 기운에 노출시키면 나머지는 뭐, 껌이지. 크롤리는 아직 어린 미래의 황제에게 시와 노래를 사랑하게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가르쳤다. 크롤리의 계산대로라면 어머니와 유모, 악마의 손에 자란 황제는 즉위를 하자마자 마음껏 그 힘을 휘두를 것이었다.



한편, 굴 요리를 질릴 만큼 즐긴 아지라파엘은 슬슬 로마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떠나기 전에 오늘 즉위한다는 5대 황제의 얼굴이나 볼까 하던 아지라파엘은 깜짝 놀랐다. 고작 십 대 중반인 왕에게서 궁전을 아우를만큼 사악한 기운이 퍼져 나왔다. 세상에. 이대로 둔다면 결말은 불 보듯 뻔하다. 아지라파엘은 로마가 무너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여기 굴 요리는 세계 최고인걸. 물론 먹을 것 때문은 아니고, 천사는 인간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악으로부터 지켜야 할 명분이 있기에 아지라파엘은 네로라는 왕의 길잡이 역할을 자처했다.



"이상하군."



지금쯤이면 알아서 폭정을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나라가 잘 굴러가지? 크롤리는 네로의 악함이 점점 연해지는 걸 의아하게 여겼다. 네로가 천사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한 크롤리는 슬슬 길어지는 일을 그만 끝내기로 했다. 이제는 이 화려한 제국의 피날레를 장식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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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을 가득 채운 수많은 초가 저마다의 불꽃을 일렁인다. 밝게 타오를수록 진한 향을 내뿜는 촛불이 스쳐 걷는 걸음에 춤을 췄다. 크롤리는 고혹적인 붉은 천 위로 화려한 금실이 수놓아진 침대에 얼굴을 가리고 가지런히 누워 있는 네로에게 사뿐히 다가갔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이제 와서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날카로운 웃음이 탁한 공기 사이로 흩어졌다. 크롤리는 몸을 감싼 얇은 비단을 살짝 걷어 하얗게 드러난 목 위로 이를 세웠다.



"오늘 밤은 네게 가장 아름다운 예술을 알려줄 거야."

"아름다움은 나약할 뿐이지. 나는 가장 완벽한 걸 원해."



크롤리는 인간의 욕심이 마음에 들었다. 악마는 입꼬리를 길게 찢으며 부드러운 비단 속 더 부드러운 살결 위로 손을 미끄러트렸다. 네로의 옷을 완전히 벗겨낸 크롤리는 마치 천사처럼 눈부시게 하얀 몸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피부는 곱고 부드러웠으며 손에 감겨오는 말랑한 감촉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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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흣, 아, 아아..."



네로의 허벅지를 잡고 허리를 움직이던 크롤리는 불현듯 이상함을 느꼈다. 그건 마치 신성한 유물을 함부로 만진 것처럼 잘못을 저지른 기분이었다.



"뭐가 이상해?"



등 뒤로 화살처럼 꽂혀오는 네로의 목소리에 크롤리는 움직임을 멈췄다. 다가오는 발걸음에도 감히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네로는 크롤리의 어깨를 쓸고 침대를 빙 둘러 걸었다. 그리곤 멍청한 악마의 얼빠진 표정에 즐거움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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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있다면, 이 자는 누굴까?"



네로가 침대 위로 살포시 앉더니 크롤리가 조금 전까지 황제라 믿고 있던 자의 얼굴을 가린 천을 걷어냈다.



"어때. 나랑 많이 닮지 않았나?"

"흐윽... 크롤리..."



눈물로 젖어 있는, 익숙하고도 제가 감히 사랑하는 얼굴이 드러나자 크롤리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볼품없이 쏟아지던 아지라파엘의 울음이 네로의 입속으로 먹혀 들어갔다.



천사야. 네가 왜...



본능과 욕구에 충실함은 악마의 미덕이다. 아직 저도 맛보지 못한 천사의 입술을 제멋대로 깨물고 빠는 네로와 그런 네로에게 얌전히 안겨 헐떡이는 아지라파엘을 보니 얼음처럼 굳어 있던 정신이 점차 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뜨거운 욕망이 차가운 이성을 한입에 집어삼켰다.



"천사야, 천사야. 아지라파엘."



크롤리가 아지라파엘의 말랑한 목을 잘근잘근 깨물고 핥으며 안을 퍽퍽 치받았다. 크롤리의 입술은 곧 천사의 입술을 베어 물었고 둘은 끈적한 입맞춤을 이어갔다.



"아흑, 아, 크롤리, 안 돼..."



천사의 하얀 허벅지를 손자국이 남도록 세게 쥔 크롤리가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자 아지라파엘의 입에서 도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네로가 눈물을 닦아주던 손가락을 핥았다.



"나는 천사가 싫어."



옆으로 길게 누운 네로가 땀에 젖은 아지라파엘의 머리를 넘겨주며 다시 한번 키스했다. 그 순간 크롤리가 깊게 박아 넣자 아지라파엘은 짧은 탄성을 토하며 사정했다.



"이렇게 쾌락에 헐떡이면서, 자기들만 고고한 척하는 꼴이 웃기잖아."



네로는 자신을 가르치던 자가 천사라는 사실을 알고 눈을 빛냈다. 한 놈은 악마고, 한 놈은 천사라 이 말이지. 잘만 하면 재밌는 연극이 한 편 나올 것 같네.



자. 그래서 악마랑 하는 섹스는 어때.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예술인가? 인간의 질문에 악마와 천사 그 둘 중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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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지대 중앙에는 큰 기둥이 세워져 있다. 아주 오래전에 천국이든 지옥이든 한쪽 진영이 회색 지대를 점령했을 때 깃발을 걸기 위해 만들어둔 것이었다. 평화를 협상한 이후 기둥은 쓸쓸한 막대로 전락해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다시금 그 기둥이 입에 오르내렸다.



회색 지대 기둥에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하얀 천사가 매달려 있다. 소문이 퍼진 지 하루가 지났을 땐 지옥과 천국의 절반이, 이틀이 지났을 땐 모두가 알게 되었다. 소문을 들은 천사 몇몇이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회색 지대로 내려갔고 이미 그곳엔 수많은 인외존재들로 북적거렸다.



"세상에... 주여..."



소문의 주인공을 두 눈으로 확인한 한 천사는 입을 틀어막았다. 아주 느린 속도로 검게 물들고 있는 하얀 날개 앞에서 다른 천사들 역시 쉽게 입을 열지는 못했다.



"저건... 아지라파엘 아닌가."



눈을 찌푸린 대천사 가브리엘이 기둥 가까이 다가가자 크롤리가 기둥 뒤에서 예의 그 껄렁이는 걸음으로 나타났다.



"아지라파엘 맞아."

"크로울리?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내 전리품을 자랑해볼까 해서. 그리고 난 이제 크롤리야."

"전리품?"



헉! 크롤리의 말뜻을 알아챈 한 천사가 시끄럽게 놀라자 가브리엘이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그 천사는 알아서 입을 딱 다물었다. 여전히 권위적이구만. 크롤리는 속으로 빈정댔다. 지금은 가브리엘을 크게 긁을 때가 아니었다.



"우리 쪽 천사가 왜 자네 전리품인가."

"날개를 보고도 모르겠어? 타락 중이잖아.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정답! 네가 아지라파엘을 타락시켰군."



가브리엘은 가끔 짜증 날 만큼 직접적인 화법을 사용했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크롤리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옛날에, 말투를 가지고 그와 싸우기도 했었다.



"어떻게?"

"내가 유혹하려는 인간을 지키려고 저 멍청한 천사가 끼어들길래 귀찮아서 그냥 따먹었어."

"뭐?"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처럼, 내가 천사를 따먹었다고."



가브리엘을 한 번에 정확하게 이해시키려면 직접적으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크롤리의 말에 주변에 있던 악마들이 휘파람을 불어댔다. 가브리엘의 얼굴엔 경악이 번졌다. 그건 다른 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 간악한 악마의 말을 어떻게 믿지?"

"이걸 보면 내 말을 믿게 될 거야."



크롤리가 꺼내든 작은 병에는 끝이 조금 까맣게 물든 하얀 깃털이 들어 있었다.



"땅, 땅바닥에 떨어진 걸 수도 있지 않나!"



뒤쪽에 빠져있던 한 천사가 소심하게 반박하자 크롤리가 더 이상 딴죽을 걸면 죽여버리겠다는 표정으로 화를 냈다.



"오, 너네 천사들은 다 그렇게 멍청해? 우리 깃털이 그렇게 쉽게 빠진다면 지금쯤 내가 네 날개를 다 뽑아버렸을 거야."

"허어어...! 어떻게 그런 말을! 역시 악마들은 격이 떨어지는군."



천사와 악마의 날개는 털갈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세게 분다고 해서 힘없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깃털을 낱개로 얻으려면 강제로 뽑는 수밖에 없는데 그건 피부를 뜯기는 것처럼 아픈 일이었다. 게다가 이미 3분의 2 정도가 검게 변한 아지라파엘의 날개를 보면 크롤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타락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뽑힌 것이 분명했다.



"감히 주님의 종을 건드리다니."

"하하하! 아주 잘했어, 크롤리!"



등을 퍽퍽 치며 시끄럽게 웃는 어느 악마를 향해 뿌듯한 웃음을 지어 보인 크롤리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천사들의 표정이 벌레를 씹은 것처럼 구겨졌다. 악마에게 몸을 내준 천사를 굳이 데려가야 할까? 게다가 이미 타락 중인데.



"정리하자면 아지라파엘은 너희들이 그렇게 사랑하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 타락을 무릅쓴 셈이지. 이거야말로 천사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희생적인 타락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너희들은 희생을 최고로 생각하잖아."



천사들의 떨떠름한 표정에 크롤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 노력은 높이 사지만... 글쎄."

"이봐, 가브리엘. 또다시 네 동료가 타락하길 바라는 거야? 아지라파엘이 들으면 실망하겠어. 아직 시간이 있어. 데려가서 정화시킬 수 있다고."



이젠 절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크롤리의 모습에 가브리엘의 눈썹이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저렇게 필사적으로 천국에 보내려 하다니. 어지간히 천사가 싫나 보군!



"좋아. 아지라파엘은 우리가 데려가겠네."






//

크롤리가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아지라파엘을 안아 들고 로마를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제발 타락만 하지 마라. 제발, 제발. 차라리 내가 성수에 뛰어들 테니까 제발. 그러나 신은 여전히 크롤리에게 잔혹했다.



여느 때처럼 아지라파엘을 세워두고 혹시나 생겼을 타락의 징후를 확인하던 크롤리는 천사의 완벽한 날개에서 오점을 발견했다. 새하얀 바탕에 생긴 검은 얼룩. 끝이 까맣게 물든 깃털 하나에 크롤리는 가만히 굳어 버렸다. 아지라파엘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기분 나쁜 불길함이 발치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왔다.



"... 크롤리."



다리에 힘이 풀린 아지라파엘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놀란 크롤리가 잡아줬지만 아지라파엘은 차마 크롤리를 잡지도, 안지도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에덴을 떠나는 아담과 이브가 걱정돼 화염검을 내줬던 아지라파엘은 겁이 많은 천사였다.



타락할 거라는 두려움에 겁먹은 아지라파엘은 자신이 타락하는 이유가 크롤리가 자길 억지로 범해서 그런 거라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너무나 비겁하고도 거짓된 생각이었다. 아지라파엘은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을 한 스스로가 끔찍하게 느껴졌다. 이토록 이기적이라니. 이제 나는 정말 천사가 아닌 걸까?



"아냐. 천사야. 너는 아무 잘못 없어. 내가 널 이렇게 만든 거지. 그러니까 날 욕하고 미워해."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을 아주 잘 알았다. 겁이 많고 생각이 많은 아지라파엘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본 크롤리는 성수에 코를 박고 싶을 만큼 후회스러웠다. 차라리 화라도 내주면 좋을 텐데.



"... 어떻게 널 미워하란 거야."



미련하기 짝이 없는 천사에 크롤리는 진짜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럴 자격이 없었다. 멍청하게 인간에게 속아 천사를 더럽혀버린 잘못을 되돌리기 전까진 울 수 없다. 이제 어떡하지. 타락은 시간문제야. 아지라파엘을 품에 안고 곰곰이 생각하던 크롤리의 뇌리에 뭔가가 스쳤다. 천사야. 절대 네가 타락하도록 두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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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아플 거야. 미안해."

"난 괜찮아, 크롤리."



아지라파엘의 뒤에 선 크롤리가 조심스럽게 하얀 날개를 잡았다. 아지라파엘은 긴장한 듯 두 손을 모아 쥐고 눈을 감고 있었다.



"셋 하면 뽑을게. 하나, 둘,"



아야!!! 둘과 동시에 깃털을 뽑은 크롤리에 아지라파엘이 파드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뽑힌 자리가 화끈거렸다.



"셋에 한다며ㅜ 이 나쁜 악마야."



미안, 미안. 아지라파엘의 눈물을 닦아준 크롤리는 깃털을 병에 담았다. 다음은 천사를 재울 차례였다.



"크롤리... 정말 괜찮을까?"

"내가 믿을만하진 못하지만, 마지막으로 날 믿어줘."



아지라파엘은 불안한 눈빛으로 침대 위에 누웠다. 침대는 적당히 폭신했고 검은색의 실크는 아주 부드러웠다.



"이제 눈을 감아."



두 손을 가슴 위로 올린 아지라파엘이 눈을 감으니 다른 감각이 크롤리를 느꼈다. 크롤리가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 아주 낮게 중얼거리자, 어둡고 고요한 바다속으로 가라앉았다.



"... 네가 날 유혹한 걸 원망하지 않아."



내가 아는 너라면 분명 후회하고 있겠지. 그래도 그러지 말았으면 해. 크롤리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진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아지라파엘은 완전히 수면 아래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천국이었다. 로마에서의 달콤했던 죄의 대가로 악마는 천사를 잃었고, 천사는 기억을 잃었다.






//

까마득히 오래전, 아지라파엘과 크롤리는 천국과 지옥의 소란을 피해 알파 센타우리로 도망친 적이 있었다.



"크롤리. 어쩌면 우린-."



그때 아지라파엘이 했던 말에 크롤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하얀 천사는 별이 뿜어내는 빛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서로 사랑하고 있을 지도 몰라."



크롤리는 여전히 깊은 수면 속을 헤엄치고 있다.








어떻게 써도 노잼이라 포기.. 흙흙

테넌클쉰 크롤아지
2020.02.15 (16:09:32)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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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시발 내센세 왔다 끼요오오오옷 일단 선댓후정독할거야
[Code: 2975]
2020.02.15 (16:22:47)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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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허어어어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브를 유혹한 크롤리도, 네로에게 속은걸 안 뒤에도 멈추지 못한 크롤리도 아지라파엘은 원망하지 않는데ㅠㅠㅠㅠㅠㅠ흐어어엉ㅠㅠㅠㅠㅠㅠㅠ아지가 타락하지 않도록 수를 썼던거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크롤리 혼자 그 이후 얼마나 오래 후회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니 맴찢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2975]
2020.02.15 (16:26:22)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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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지금 노잼이라고 했어 센세???센세가 몰알아!! 센세가 몰 아냐구!!!ㅠㅠㅠㅠㅠㅠ개존잼이라 북마크 이백만번 눌렀거든?!?!ㅠㅠㅠㅠ크롤아지 크리스마일스 킬그클러프 브랜든-로비-콜린 다 행복해지게 안해주면 나 드러누울거야 어헝헝ㅠㅠㅠㅠ
[Code: 2975]
2020.02.15 (16:12:36)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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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발(너무좋아서감탄사) 미쳤다 와 잠깐만요 센세....
[Code: bfab]
2020.02.15 (16:16:18)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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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 에덴에서 아지가 크롤리한테 이브 유혹한 거 원망 안 한다는 말이 로마에서 자길 유혹한 걸 원망하지 않는다고... 이게 이렇게 이어지네 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중간에 네로 이름이랑 짤 나왔을 때 헉 했다 진짜...여기서 크롤리가 로마에서 십 년 넘게 보낸 거 멋징에서 로마 시간 생각해보면 햐... 센세 존나 계산변태... 아지를 사랑하고 있는데 네로한테 속아서 타락시켜버린 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동안의 떡밥이 이렇게 풀리는구나...
[Code: bfab]
2020.02.15 (16:20:00)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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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지대 설정도 이렇게 이용되고 캬.... 아니 가브리엘이랑 크롤리 대화 뭔가 그 냄새가 나는데 또다시 네 동료가 타락하길 바라는 거냐니... 가브리엘이랑 크롤리랑 아지가 동료였단 건가???요???센세????? 크롤리 넌 다 계획이 있구나ㅠㅠㅠㅠ아지 재워서 회색 지대에 데려가놓고 천국으로 보내서 정화시키려고ㅠㅠㅠㅠㅠㅠㅠㅠ그리고 타락할까봐 겁먹은 아지 생각 너무 짠해 순간이나마 크롤리탓을 한 자신을 끔찍하게 여기는 천사ㅠㅠㅠㅠㅠ"서로 사랑하고 있을 지도 몰라."<< 나 여기서 찌찌 터졌다 크롤리 일어나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bfab]
2020.02.15 (16:13:31)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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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통사한 테클러의 온기가 남아있습니다 ~~~~~~~
[Code: 3446]
2020.02.15 (17:51:07)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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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ㅠㅠㅠㅠㅠㅠㅠ크롤리랑 아지 어떡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널 원망하지 않는다는 아지 말 너무 가슴 저릿하다ㅠㅠㅠㅠㅠ 로마 이후부터 지금까지 아지는 크롤리 모르고 살았고 크롤리는 알파 센타우리 가서 혼자 보내다 콜린 민난 거였내ㅠㅠㅠㅠㅠㅠㅠㅠ어쩌면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 너무 애틋해ㅠㅠㅠㅠㅠㅠㅠㅜㅠ
[Code: aa46]
2020.02.15 (19:08:03) 신고
ㅇㅇ
ㅠㅠㅠㅠ와 세상에ㅠㅠㅠㅠㅠ인간이 제일 나쁘다 흑흑흐흑흑 어떻게 악마가 하는 사랑이 더 찐사랑 같을 수 있어ㅠㅠㅠㅠ유잼이야 센세ㅠㅠㅠㅠㅠ
[Code: 9d13]
2020.02.15 (20:05:35)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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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센세 오셨는데 버선발로 마중안나오고 뭐했냐 이마 팍팍 때려야지ㅠㅠㅠ 센세 진짜 보고싶었어ㅠㅠㅠㅠㅠㅠ
[Code: 7159]
2020.02.15 (20:20:59)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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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아무리 센세라도 센세무순에 노잼이라 하는건 참을수 없어ㅠㅜㅠㅠㅠ 아진짜 뭐가 오피셜인가 착각할정도로 진짜 설정 개쩔고 존나 꼴리고 개존잼이야ㅠㅠㅠㅠ 요오어오망한 네로년 얼굴 나왔을때 크롤리처럼 심장 덜컥했다ㅠㅠㅠㅠㅠ 의도치않게 천사를 범해버린 크롤리가 정신없이 천사를 탐하는거 진짜 존나 꼴린다 헉헉ㅠㅠㅠ 그런데 그 하룻밤의 사랑으로 너무 가혹한 벌을 받는거 아니냐구요ㅠㅠㅠㅠㅠ 사랑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을 느껴야하는 크롤아지때문에 내 맴 갈갈이 찢겼어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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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5 (20:23:55)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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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타락하는게 단순히 악마한테 범해져서가 아니라 둘이 사랑을 했기때문이라니ㅠㅠㅠ 이거 진짜 미쳤다구요 센세는 이런설정을 어떻게 생각하는거야 손에 무슨일이 일어난거야ㅠㅠㅠㅠㅠㅠ 천사가 타락하는 순간이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그걸 지켜보는 크롤리 심정은 어떨까싶고ㅠㅠㅠ 끝까지 크롤리한테 자신을 믿고 맡기는 천사도 너무 좋아ㅠㅠㅠㅠ 천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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