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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3 10:24
1~9편 링크 // 10편
1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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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Alec Hardy’s Side

 

 

정황상, 모든 증언들과 증거는 사람이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람의 말실수 번만 있다면, 사흘, 아니 빠르면 내일이라도 당장 사건이 종료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수하지 않게, 박자 쉬고 갈까. 하디는 오늘 조금 일찍 퇴근했다. 마일스가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다면, 같이 먹으러 나갈까 싶었다.

 

 

어차피 먹을 끼니인데 정도는.

 

 

내내 마일스와 데면데면하게, 성공적으로 보냈지만 하디는 애써 정도는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하디는 지쳐서 이제 모르겠다, 싶었다. 될대로 되라지. 손을 잡는다던가, 안는다던가 하는 것들은 예전보다 참고 있지만, 하디는 마일스의 얼굴만 보면 다짐과 달리 모질게 대하지는 못했다.

 

좁은 골목을 지나와서 물이 들이차는 앞을 지나 삐걱거리는 창문이자 대문 열고 집에 들어섰다. 집에는 온기가 있지만 마일스는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마일스가 샤워하는 물소리가 들린다. 화장실 문에 귀를 대고 인기척을 확인한 하디는 겉옷도 벗지 않은 상태로 의자에 앉아 식탁 위의 달력을 집어들었다. 수술 날짜로 제안 받은 날들이 정확히 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벌써 3월이 되었건만, 달력은 아직 2월에 머물러 있었다. 하디는 2, 이라고 적힌 글자 옆에 작게 그려진 아몬드  그림 봤다.

연초에 달력을 사자마자 마일스는 사건 파일을 읽는 하디 옆에 앉아, 답지 않게 조용하게 달력에 뭔가를 적어 넣었다. 생일, 기념일, 그리고 특별한 의미 없이 장식을 위해 그려 넣은 작은 그림들. 화장실에서 들리는 싸아, 하는 물소리가 바람 소리를 닮았다.

 

바람소리. 하디는 바람이 매미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며 울어대던, 초가을날을 기억한다.

 

 

 

 

 

 

달달한 거만 묵는다이가.”

 

이것도 나름 그런 맛이 있어, 아저씨. 몸에 좋은 거니까 빼려고 머리 굴리지 말고 어서 먹어.”

 

마일스는 하디의 어깨에 기대 앉아서 하디의 손을 잡고, 위에 아몬드 알을 올려준다. 공원은 바닷바람이 드는 곳에 위치해 있다. 세네 살이나 되었을까,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모자를 여자와 선글라스를 남자. 아이 옷의 땡땡이 무늬와 여자가 입은 옷의 무늬가 같다. 캡모자를 쓰고 달리기하는 무리의 사람들, 가을인데도 반바지가 짧다. 갈색 개와 공놀이를 하며 달리는 열살 남짓의 아이들.

 

 

“... 청산가리에서 아몬드향 나는 알고있나.”

 

 

아몬드를 하나 들고 깨작깨작 먹던 하디가 말했다. 마일스가 하디의 어깨에서 얼굴을 떼더니 하디를 노려봤다. 마일스가 챙이 넓은 흰색 모자를 고쳐쓴다. 팔꿈치가 연한 보라색의 나무그늘 아래서 벗어나 하얗게 빛나다가 다시 그늘 아래로 들어온다.

 

 

. 누가 경찰 아저씨 아니랄까봐. 눈치 없게. . . 아저씨, 분위기 챙겨요.”

 

무드가 어떠타꼬 그라노. 그기 원래는 아몬드는 독이데이, 독이야.”

 

이제 몸에 좋은 먹으려고 온갖 갖다 붙이네. 수확했대서 구해왔는데 먹는 소리 한다.”

 

 

아몬드를 끝으로 잡고 이로 조금씩 갉작거리며 하디가 답했다.

 

 

내가 뭐할라꼬 거짓말하노. 원래 아몬드는 안에 청산가리가 있어가 묵는 긴데 없는 돌연변이를 가공해가 묵는 걸로 맨든기다.”

 

, . 많은 정보와 지식. 고마와요.”

 

 

마일스가 하디에게서 고개를 돌리더니 모자를 벗고는 뒤로 쓰러지듯 엎어져 하디의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누웠다. 햇빛이 나뭇잎들을 들이쳐 만들어낸 밝은 얼룩이 이마에 , 뺨에 하나, 턱과 인중에 하나씩 생긴다. 밝다. 얼굴에서 눈을 떼고 하디는 앞으로 보면서 말했다.

 

 

“...가씨나야, 누가 보면 오해해뿐다.”

 

무슨 오해?”

 

 

얇은 눈썹을 위로 올리며 마일스가 물었다.

 

 

남사시럽구로... , 누가 보면 이거는 연인맹키로.”

 

 

마일스가 몸을 틀어 모로 누웠다.

 

 

“...아저씨... 미워.”

 

이라노... 내사 피크닉 오고 싶다케가 이래 왔지 않나. 그럼 신나게 놀아야제.”

 

 

하디는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다.

 

 

“...내가 아저씨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해야겠어?”

 

“... 들여다봐봐리. 그냥 의지가 되는 긴지, 아님 참말로, 맘이 ,”

 

 

마일스가 누운 채로 하디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다.

 

 

참말이라고, 진짜라고. 동안 진심이라고 말했잖아. 아저씨 싫으면 차라리 그렇게 행동을 그렇게 . 근데 여기까지 데려와. 같이 놀아줘, 그럼? 같이 사냐고. 아프면 안아주는데. , , 그러는 건데.”

 

 

마일스가 얼굴을 대고 누운 바지가 축축해지자 하디는 몸이 굳어 눈동자만 굴렸다. 있고 애도 있는 이혼남이 뭐가 좋다고 이러는지 하디는 도저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걸 받아준다 해도 받아주고 나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수가 없었다. 없는 일들 투성이라 그냥 미루고 미뤘던 건데.

 

 

바닷바람은 고요가 싫은지 나뭇잎을 부러 건드리며 , 하는 소리를 반쯤 쓸어간다. 나머지 반쯤은 하디와 마일스의 머리 위에 남는다. 바람의 흐름에 춤추는 빛과 옅은 보랏빛 그림자가 마일스의 떨리는 곱슬머리 위에서 빠른 속도로 엮었다가 떨어졌다 한다. 빛을 따라 하디는 마일스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줬다.

 

언젠가 마일스는 하디보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것이다. 마일스는 그저 온기가 필요한 수도 있다. 상대보다 상대의 온기가 중요해서 매달리는 건, 둘 모두에게 비참하다. 그건 겪어봐서 안다. 그리고 그 상대가 그저 자신에게서 온기가 필요했을 뿐인 것을 깨달은 후에, 그러니까 끝에 가서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걸 안 후에 혼자만 목매는 , 하디는 이제 싫었다. 예전에 이미 겪었던 것처럼


마일스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든 가능성은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 , 먹을래.”

 

묵는다꼬? 사다주꾸마.”

 

 

상황을 빠져나갈 눈치를 보던 하디는 옳다구나 답했다.

 

 

있는 아몬드여도 아저씨가 먹을 거야.”

 

뜬구름 잡아끄는 소리맹키로 이상한 말로 고집 피지 말라카이,”

 

고집을 피우는 아저씨야.”

 

 

마일스는 울었는데도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마일스가 어느 몸을 돌려 누웠다. 싸한 박하향이 날아든다. 바람이 나뭇잎들의 윗면과 아랫면을 쓰다듬으며 여름 쓰르라미처럼 운다. 마일스가 하디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알렉 하디, 좋아하잖아.”

 

 

모든 색을 담은 눈이 하디를 올려다본다. 충혈되어 붉게 반들거리는 흰자. 빛이 곳의 바다색과 녹색, 그리고 뒤에 퍼지는 호박색. 눈꺼풀의 그림자를 따라 휘어지는 보랏빛. 하디는 풍경에서 눈을 수가 없다. 마일스가 누운 채로 굳은 하디의 손을 펴내 거기 남은 아몬드 알을 빼내며 말한다.

 

 

알렉도 내가 거면, 독이 있어도 먹을 거야?”

 

 

마일스는 듣지 않아도 답을 안다는 , 아몬드를 반쯤 입에 물고 자신에게 오라는 손짓한다. 하디는 고개를 숙여 마일스의 입에 물린 아몬드를 이로 물어 빼낸다. 입술이 스친다. 처음 닿아보는 마일스의 입술에 하디는 온몸이 떨렸다. 하디는 빼낸 아몬드를 뱉아버리고는 곧장 마일스에게 입을 맞췄다. 손으로는 마일스의 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허리를 잡아 일으켰다. 콧속으로 박하향이 달려들어온다. 끝에서 은은한 향이 빠르게 자라나는 같다.

 

 

이게 무슨 향이더라. 마일스에게 물어보면 알까? 자신에게서 나는 향이라 자신은 맡지 못할 테지. 나에게도 그런 있어서 아이가 다가오는 걸까.

 

 

하디는 기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기대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디는 마일스의 허리를 쓸며 단단하게 잡았다. 마일스가 하디의 목에 팔을 걸며 응수해온다.

 

 

이제는 무를 수가 없다. 없어도 괜찮다.

 

 

깊은 향을 느끼고 싶어서 하디는 자꾸만 마일스의 안을 쓸었다. 중력과 파도에 그리 오래 견딜 있는 절벽은 없었다. 붉은 돌들은 비극에 이끌린 건지, 꽃향기에 꿰어내진 건지, 자꾸 자꾸 무너졌다. 붉은 돌들은 잘게 쪼개져 붉은 모래가 된다. 모래는 온몸으로 바닷물을 느낀다. 파도에 쓸려 어디로 갈지 모르더라도.


어쩌면 이번만큼은 나중에 버려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지 모른다.

 

 

숨을 쉬기 위해서 마일스가 살짝 입을 순간이 견딜 수가 없어 하디는 마일스의 뒤를 세게 잡아당겼다. 하디는 마일스를 뒤로 쓰러뜨렸다. 말이 쓰러뜨리는 거지, 바스락거리는 돗자리에 눕혔다, 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하디는 마일스를 안은 상태로 마일스를 밑에 깔고 누웠다. 하디는 조급하게 마일스의 목을 쓸고 허리를 움켜쥐었. 눈을 감았다. 마일스가 몸을 뒤트는 느껴졌다. 향이 진해진다.

 

 



하경위마일스  테넌클쉰  매실포도  테클



고구마 백만개인데도 언제나 읽어주는 붕붕이들 코맙!
 
2020.02.13 10:44
ㅇㅇ
모바일
왜...왜 독 얘기를 해 너네..?ㅠㅠㅠㅠ독이 든 아몬드도 알렉이 준 거면 먹는다는 마일스ㅠㅠㅠㅠ둘이 사랑만해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b1f]
2020.02.13 12:29
ㅇㅇ
모바일
독은 무슨 니들이 나눠 먹은 건 독 없는 아몬드다ㅠㅠㅠㅠㅠㅠㅠㅠ 알았어ㅠㅠㅜㅠㅠㅠㅠ?
[Code: 3db7]
2020.02.14 11:11
ㅇㅇ
센세 ㅜㅜㅜㅜ 센세의 글은 아름답게 느껴져 ㅠㅠㅠㅠ 문장 하나하나가 화가가 섬세하게 붓터치를 해서 그 화가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 그대로 들어있는 명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게 가슴이 저릴때까지 느껴지는데 행복했으면 좋겠다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범인도 잡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나고 ㅠㅠㅠㅠㅠㅠ
[Code: 5d6d]
2020.02.29 18: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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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돗자리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첫키스 하는 장면이 이렇게 가슴떨릴수가 있나요ㅠㅠㅠㅠ 아몬드로 표현되는 마일스와 알렉 사이의 감정 밀당이 진짜 내가 감히 센세한테 이런 하긴 그렇지만 진짜 세련됐어요ㅠㅠㅠㅠㅠ 센세 진짜 묺 걸어야하는거 아니냐고 이거 핸드폰텍스트가 아니고 진짜 책으로 읽어야할 거같잖아ㅠㅠㅠㅠㅠㅠ 센세가 쓴 무순 내용이 이미지로 튀어나오는데 영상효과에 심지어 바람소리까지 들리는거 뭐야...? 센세 사실 마법사지? 무순에 마법걸어 놓은거지ㅠㅠㅠㅠ 첫시작도 조심했던 매실포도ㅠㅠㅠㅠㅠ 조금도 벗어나려는 마일스를 잡아채면서 키스하는 알렉 진짜 개발린다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9d2]
2023.08.11 16:2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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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둘이 키스하는거 영화 한 장면같다..
[Code: 8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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