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247277316
view 94
2019.12.05 03:41

엉님이 연상의 매력을 보여줘야겠다면서 일 꾸미는데 그거 다 귀여워하는 키류 보고싶다.

키류쨩이랑 사귀기 전까지는 큐트/섹시/청순? 뭐든 가리지 않고 다 보여주면서 키류 꼬시는데에 정신이 없었는데, 막상 사귀고 나서보니까 키류가 자기를 너무 귀여워만해서 당황스러운거. 

캐붕 ㅈㅇ
 



*

"고로미 섹시하지 않나예?"
"응, 예뻐."
"키류씨, 제대로 봐바-,힉! 뭐하시는거에예!!" 

"키류씨, 잠깐, 아, 흣!"

 

갑자기 시작한 섹스는 키류의 욕구가 잦아들 때까지 한없이 이어져 겨우 끝을 내렸다. 입술을 삼킬듯한 키스에 쾌락에 젖어 잔뜩 흘린 눈물을 생각하면 화장 같은 건 이미 다 지워져 있을 게 뻔했다. 허리가 찡하고 저려왔다. 오늘의 감상을 물어보려 입을 열면, 저보다도 먼저 키류가 운을 떼었다. 
"웬일로 고로미로 나온거야? 부탁해도 안해줬었잖아."
"..맘에 안드나."
"아니. 엄~청 귀여웠어."
개운한 얼굴의 키류가 가발로 헝클어진 머리 위를 귀여운 애완동물을 만지듯 쓰다듬었다. 고로미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정말 귀여움 이상이 아니라는 듯, 딱 그정도의 애정표현. 
'귀여워..? 또??' 
아니, 그래도 연상인데, 그리고 남잔데! 아무리 박히는 입장이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게다가 오늘 팬티는 새빨간 색의, 누가봐도 섹시한 승부 속옷이었다꼬!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자신을 그저 귀여워만하는 키류에게 새로운 매력을 뽐내는, 그런 날. 최고로 야시꾸리한 속옷까지 골라서 위아래 맞춰입고 왔는데. 니눈엔 내가 귀엽기만 한거냐고, 따지고 싶은 말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남들한테는 절대 보여주지 않을 환한 미소로 저를 칭찬해주는 키류의 앞에선 섣불리 나오지가 않았다.  

 

 

*

섹시한 고로미에 대한 감상을 '귀엽다.'는 한 마디로 압축시켜버리는 키류에게, 하루가 지나도록 화가 풀리지 않아 종일을 더러운 기분으로 보내야했다. 울적한 기분에는 싸움이 최고의 해결책. 적어도 제가 알기엔 그랬다. 카무로쵸의 불량배들에게 부러 시비를 걸어 싸움을 하다 시시한 싸움에 흥미를 잃고 배트장에서 홀로 스윙을 연습했고, 이내 그것도 재미가 없어져 공원 벤치에 앉아 가만히 해가 지는 것을 구경했다. 빨강과 파랑, 그 사이에 어슴푸레한 보라빛의 하늘색에 조용히 시간을 맡겼다.
아무것도 모르고 눈치없이 웃기만 하는 애인이 밉지만, 그에게 제대로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자신도 똑같이 멍청했다. 니시다에게 뭐라도 조언을 얻고 싶어져 벤치에서 떨어질 줄 몰랐던 엉덩이를 힘겹게 떼어내고는, 천천히 노을을 등지며 사무실로 향했다. 

어느새 밤하늘은 새까매지고 거리엔 가로등이 켜져있었다. 하아, 입김을 불자 하얗게 피어올라가는 수증기가 햇빛을 잃고 온기를 잃은 겨울밤의 기온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무실은 좀 따뜻했으면 좋겠는데.  

"오야지! 오셨습니까."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마자 합이라도 맞춘 듯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귀가 울렸다. 저음의 소음이 끝나자 먀~하고 울리는 높고 카랑카랑한 울음소리가 연이어 들렸고, 다리에 무언가 달라붙은 이상한 느낌에 아래를 쳐다보면 검은 고양이가 저를 봐달라는 듯 주의를 끌고 있었다.    
"야는 뭐고? 키우는 거가?"
"아뇨. 어쩌다가 들어온 길고양이 같습니다."
낯선 사람 다리에 얼굴을 부비적 거리는 게, 사람 손을 타본적이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
"밥이나 주고 보내래이."
"넵!"
"니시다는 어디있나?"
"니시다 형님, 수금하러 가셔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
"글나. 알았데이."


'니시다... 이놈은 왜 중요할 때 없는거고.'
어떡하면 키류 입에서 나오는 귀엽다는 소리를 멈출 수 있을까. 예전처럼 작전회의를 열고 아이디어 좀 내라고 닦달할까.
"으그윽.."
왜 이런 고민을 해야하는건데.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하는 자신이 한심해 쿵쿵 머리를 박아댔다. 


"오야지... 괜찮으십니까? 그,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요."
"...괜찮다. 일 본나."
걱정스런 얼굴로 고개를 빼꼼 내미는 녀석에게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다가 그대로 이마에 손등을 덮었다. 생각없이 너무 큰 소리를 냈나. 어쩐지 이마가 조금 부은 거 같기도? 등받이에 온 체중을 실어 허리를 앞으로 내빼고 기대어있으면 살짝 열린 문틈으로 바깥의 소리가 들려왔다. 
"얘 엄청 귀여운데요. 애교도 부려요."
"진짜 귀엽다."
"나비야, 우리 나비는 뭘 먹고 이렇게 귀여울까.'
"이름이 나비가 뭡니까. 촌스럽게."
귀엽다, 귀엽다. 정도껏하란 말이다.
"아, 진짜. 너무 귀여워!!"
사무실에서조차 들려오는 그 지겨운 소리에 얼마 없던 인내심이 툭, 하고 끊어졌다.


쾅, 하고 큰 소리가 났고 무시무시한 얼굴의 마지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니들! 앞으로 귀엽다는 말은 금지데이! 한 번만 더 들리면 다들 죽는기다!"

"이건 또 뭐고!"
깡! 빈 캔이 부딪히는 금속 소리가 났다. 사정없이 벽에 부딪혀 힘없이 떨어진 캔은 본 모양을 잃고 찌그러졌고 조금이라도 잘못됐으면 저 캔이 곧 자신들의 운명이었음을, 조원들은 알 수 있었다. 마지마가 떠난 자리엔 고양이를 쓰다듬던 그 자세로 얼어붙은 조원들과, 경첩이 고장나버린 문 한짝이 남아있을뿐이었다. 

 

 

**

'이대로는 안된데이.'

연상의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찬 남자는 카무로쵸 거리를 정처없이 떠돌았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조차 그의 생각을 방해할 수는 없었지만, 추위를 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은 보다 열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했다.    
무작정 내딛던 발을 멈추고 나면 눈 앞에 보이는 건 영화관의 입구. 방금 막 상영이 끝난 듯 우르르 몰려나온 사람들이 빼곡히, 거리를 채워갔다. 


"여,영화 어떠셨어요?"
"재밌었어요."
"그러면, 이제 저녁 먹을까요? 아, 그, 배 안고프시면 조금 더 있다가 먹어도 되구요..."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여인의 여유로움이 남자의 어수룩함과 대비되어 돋보이는 한쌍이었다. 소개팅? 아니, 첫 데이트인가? 뭐가됐든, 미모의 여인 앞에서 꽤나 긴장한건지 남자는 그 후로도 쓸데없는 말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하는 그녀의 반응에 '이거 망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 쯤, 꼭 다물고 있던 그녀의 입이 열렸고, 차마 보고 있기 민망할 정도였던 분위기를 단번에 뒤집었다. 
"저녁, 먹으러가요. 그나저나 손이 좀 시려운데, 잡아 주실 수 있나요?"
"네? 아, 네!!"

'키류쨩은 능글맞아서 저런 건 꿈도 못꾸겠제.' 
숫기없는 저 남자에게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로맨틱한 상황이겠지만, 키류라면... 분명 목도리며 겉옷이며 빠짐없이 둘러주고서는 장갑은 쏙 빼놓고, 깜박 준비를 못했다며 자연스레 손을 낚아챘겠지. 연상의 여인은 멋있었다만, 저 커플은 참고할만한 건덕지가 없었다. 


"와, 진짜 무서웠다."
"그렇게 무서웠쪄? 누나가 손 잡아줄까?"
"누나는 무슨, 나보다 쪼마난게."
커플 후드티와 청바지, 척 보기에도 학생 티가 풀풀 풍기는 게 대학생 커플인듯 했다.
큰 키의 남자가 손으로 서로의 키를 비교하다 픽, 웃으며 여자의 머리 위에 손바닥을 얹어놓았다. 명백한 놀림이 담겨있는 그의 행동에 여자는 자신의 남자친구를 진심을 담아 때리기 시작했고, 분노가 담겼던 주먹이 애교섞인 장난으로 바뀌는 건 풋풋한 연애의 한복판에 있는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친구같은 연인관계. 나이도, 성별도 한참 다르지만 이상하게도 자신과 키류의 모습이 비쳐보여 쉽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도 얼마 안 가 생각을 고쳐먹긴 했지만. 점점 심해지는 동갑내기 커플의 염장짓을 보고 있으려니 괜시리 짜증이 났다.
'그래, 실컷 즐거워하그라. 니들은 걱정 없어서 좋겠구마.'


'내는 머리 굴리느라 이래 힘든데.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하고. 팔자 참 좋네.'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어디에 토로할만한 것도 아니고, '애인이 저를 너무 귀여워만해요!' 가 걱정이라니, 누가 알면 비웃을 게 뻔했다. 터덜터덜 걷던 걸음은 점점 늘어져 이내 갈길을 잃고 건물의 차디찬 벽에 몸을 지대었다. 어쩐지 옆구리가 더 시린 기분이었다. 한참을 아무생각없이 밍기적대다가 코끝을 아리는 매서운 바람에 겨우 정신을 차린다. 
'혼자 영화라도 볼까...'
투명한 유리문을 지나 마주한 영화관은 붉은 카펫과 환한 조명, 고소한 팝콘 냄새로 가득차있는 더할나위없이 따스한 공간이었다. 


뱀무늬 자켓에 검은 안대, 그리고 문신까지 갖춘 자신의 용모를 의아하게 여기는 시선이 느껴지긴 했지만, 꿋꿋이 벽에 걸린 상영작을 확인해갔다. 
'해리ㅇ터? 요게 그 마술사인지 뭔가 하는 꼬마 얘기구마. 참 똘똘하게두 생깄네.'
'이건 또 무슨 거대 고릴라고? 이름이 킹ㅇ이가?'
요새 유행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쭉쭉 영화 포스터 앞을 지나가다 우뚝,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이거, 공포영화제?"
스산한 분위기에 소름끼치도록 섬뜩한 빨간 글씨의 영화 제목.
각종 좀비 영화로 기른 깡심이라면 꿇리지 않는다. 무서운 장면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의젓하게 있을 자신은 틀림없이 어른스러울 게 분명했다.
"바로 이거데이!"

 

 

*

"이게 요새 화제라카던데."
"이거 공포영화 아니야?"
"키류쨩~혹시 무서운기가."
"...그럴리가."

'히힛, 오늘은 꼭 성공할끼다.'
키류에게는 카라멜 팝콘을, 제 손에는 콜라 두 개를 들고 자리에 앉으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며 들고있던 팝콘을 뒤엎는 키류를 상상 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고 그런 저를 눈치챈 듯 키류가 가까이 다가와 스킨십을 시도했다. 
"혼자 뭐가 그렇게 재밌어."
"그냥.. 근데 극장 불 아직 안 내렸는데."
"어차피 구석자리라서 안 보여. 이런 거 하고 싶어서 여기 잡은 거 아냐?"
허벅지 사이로 손을 넣는 느낌에 재빨리 다리를 오므렸다. 어둡긴 하지만 보일 건 다 보이는 붉기인데도 허벅지를 만지는 키류의 손은 멈출줄을 몰랐고, 고간으로 은근슬쩍 내려가 중심부를 누르는, 의도가 분명히 보이는 야한 손길에 결국 키류의 손을 낚아채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깍지를 끼어야했다. 마침, 조명이 꺼지고 마스킹 커튼이 움직이는 게 곧 영화가 시작할 것 같았다.   
'내는 영화보고 싶데이.' 
그의 귓속에 살짝 속삭이자 손가락을 한참 꼼지락대던 키류가 그제서야 그 욕망을 포기해주었다. 
'대신, 이렇게 잡고 있어줘.' 
알았다며 짧게 대답하고 스크린으로 눈을 향하자, 잠깐 방심한 그틈을 사이로 볼에 그의 입술이 붙었다 떨어졌다. 누군가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방을 확인하고 나서 키류를 노려보자, '영화, 보고 싶다며.' 라며 웃는 게, 정말이지 능구렁이가 따로 없었다.  


96분의 러닝타임을 한 마디로 압축해 설명하자면, 영화는 수작이었다. 연출과 음향, 영화의 전개에 따른 긴장감은 손에 땀을 쥐게했고, 그건 안타깝게도 별개의 계획을 세워놨던 마지마에게도 적용되는 일이었다. 불안한 심리적 상태를 교모하게 비틀어 진행되는 스릴러-호러 영화에, 본래 몰입을 잘하는 그가 홀린듯이 빠져버리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키류는, 애초에 영화엔 별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 영화보다 더 흥미를 끄는 것이 바로 옆에 있었기에 전혀 집중 할 수 없었다. 클라이막스에 다다를수록 마지마는 저도 모르게 맞잡은 키류의 손을 꽉 쥐어버렸고, 그걸 신호로 영화에 푹 빠진 제 연인을 감상하는 게 넓은 영화관 안에서 키류만의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의 불이 켜졌다. 무리 지어나가는 사람들 틈 사이에 섞여 계단을 걸어내려가면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재밌었데이~"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
따뜻한 우동이 먹고 싶다는 요전번의 말을 기억했던건지, 키류가 안내한 가게는 반죽부터 면을 뽑는 것까지 직접 해내는 전문 우동집이었다. 붓가케 우동 2개와 고로케 한 접시. 진한 갈색의 쯔유에 텐가츠와 쪽파가 정갈하게 올라가 입맛을 돋구었다. 쫄깃하고 탱탱한 면발이 입안에 어우러져 들어왔고 뜨거운 식감에 호호 불어대며 목을 넘기면 뱃속이 절로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흐, 맛있구마."
"다행이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릇을 보고있자니 방금 본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영화에서도 이래 밥 먹다가 귀신한테 잡혀가지 않았나."
"...그랬던가?"
"비명소리 들리더니, 남겨진 그릇만 달랑 보여주는 그거 말이다. 내는 그 장면이 최고로 짜릿했는데."
"음..."
그건 꽤 하이라이트였던 거 같은데. 테이크도 길었고. 어색하게 눈을 피하는 키류의 반응에 문득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뭐꼬, 니 제대로 보긴 한거가."
"...사실, 형님이 집중하는 게 좀 귀여워서... 제대로 안 봐서 미안."
완벽한 실패에 제대로 충격에 빠진 마지마에겐 키류의 사과따위, 귓등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겨우 배를 채우고 나온 마지마가 어딘가 심기 불편한 얼굴로 담배를 피고 있으면 계산을 마친 키류가 뒤늦게 그를 뒤따라나왔다. 

"이거, 키류씨 아니십니까!"
"너는 예전의..."
키류 덕분에 회사가 부도를 피했다나. 뭐가 됐든, 주절주절 떠드는 걸 보면 말이 많은 사람이 분명했다. 별로 관심도 없고, 지금은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일 보고 온나. 내는 쩌 가 있을게."
이럴 줄 몰랐다는 듯 당황한 얼굴의 저를 붙잡으려했지만, 오늘은 딱히 맞춰주고 싶지 않다. 키류의 손을 유유히 빠져나가 아무도 없을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또, 또..."
뒷골목에 쭈그려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헝클였다. 안대의 끈에 손가락이 걸리는 감촉에, 마음껏 짜증을 표출하지도 못하고 이내 애꿎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제 쫌 그만 듣고 싶다꼬.'
어른스러움을 보여주려던 작전에서 오히려 귀여움을 어필해버리다니, 바보 아니가.
반쯤 고장난 전봇등의 희미한 빛이 어두운 뒷골목을 어슴푸레 비추자, 어둠 속에서 또렷하게 빛나는 두개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냐아-"
"니는..."
지난 번에 봤던 그 고양이. 나비인지 뭔지, 이름은 모르겠다만 검은색의 애교가 많은 그 놈이 틀림없었다. 
"밥 달라는 거가? 미안하지만 내한텐 아무것도 없데이."
어느새 딱 달라붙어 다리에 몸을 부비적거리는 게 경계심이라곤 없는지, 갑자기 안아들어 눈을 맞출때까지도 손 안의 동물은 한없이 얌전했다.
"니는 만날 귀엽단 말 들으면 지겹지 않드나?"
"냐-"
"냐옹 말고. 다른말 쫌 해본나."
"냐-"
"...그래, 니랑 대체 뭘 하겠노."
액체괴물마냥 쭈욱 늘어나있던 고양이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자 천천히 제게서 멀어져갔다. 몇 걸음 발걸음을 내딘 고양이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건네곤 털색과 꼭 같은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

"니들헌티 물어볼 게 하나 있다."
침묵 속에서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이어졌다.
'히스테리 부린다고 욕한 게 들킨건가?'
'또 무슨 이상한 트집을 잡으시려고...'
'역시 큰형님은 진지한 것도 멋지셔!'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조원들이었지만 모두들 조장의 입이 열리길 조용히 기다리는 것만은 같았다.


"연상의 매력이 뭐인거 같나?"


언제나 상식을 피해가는 사람이라며, 다들 머릿속에서 감탄을 금치 못했고 그들 사이엔 조용히 정적만 흘렀다.
"들었으면 말을 하래이."
"연상의 매력하면 역시 그거죠. 침대에서의 노련함 아니겠습니까. 오히려 연상의 누님이 그쪽에서 별로면 확 식어버린다ㄱ-..."
큰형님의 재촉에 서둘러 시작한 말을 마저 끝맺지 못한 이유는 눈 앞의 조장님 얼굴이 잔뜩 꾸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난방기가 제대로 돌아가던 방안이 얼어붙은 것 마냥 순식간에 싸늘해졌고 송골송골 등에 땀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그것보다는 재력! 재력아니겠습니까!"
"재력?"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더니, 세 명이 모여있던 게 정말 다행이었다. 큰형님의 관심을 돌리는 데 성공한 녀석에게 오늘의 MVP를 주고 싶다고, 뭐든 니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치는 둘은 그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네, 재력! 연상하면 재력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로운 씀씀이죠. 쪼들리는 입장에선 재력도 충분히 반할만한 요소니까요."


이 중요한 걸 왜 아직까지 생각을 못했을까. '하모, 돈이 전부는 아니다만, 인생에서도 연애에서도 돈은 중요한기라.' 새삼스레 깨달은 인생의 진리에 온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당장이라도 의기투합을 하려던 차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저 만을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이 눈에 들어와 품 안의 지갑을 꺼냈다. 
"고맙데이! 니들 이거 용돈이나 하그라."

지갑 안의 푼돈을 쥐어주고는 책상 위의 전화번호부를 집어 저만의 공간으로 향했다. 

"이번엔 진짜루! 연상의 매력을 보여주는기다!"
제한없는 소비를 왕창 보여주겠다는 일념 하나로, 카무로쵸의 온 가게를 뒤지기 시작했다. 
'명품은... 사줘봤자 안 입을거같고. 미술품은, 키류쨩은 관심도 없을 거 같은데. 남은 건... 캬바..?'


"캬바는 절대 안된데이!"
가장 짧은 시간에 고효율의 소비를 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곳만은 절대 안 됐다. 키류의 취미가 캬바클럽이었던 걸 생각하면 언제 다시 거기에 빠져들지 모르는데다, 키류 옆에 직접 제 손으로 캬바걸을 붙여준다니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하아...멋드러지게 돈 쓰는 것도 진짜 어려운 일이구마."
빼곡하게 적힌 낱알같은 글씨를 읽고 있으려니 눈이 아파왔다.
'어디 괜찮은데 없으려나.'
제대로 읽지도 않고 쓱쓱 페이지를 넘기다, 외국어로 된 레스토랑 페이지에서 절로 손이 멈췄다.
미쉐린 가이드의 3스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그 곳, 예전에 오야지가 얘기한 적이 있는 식당이었다. 야쿠자가 무슨 레스토랑이냐는 반항끼 섞인 저의 말에 '니는 교양이 없어가 문제다.'라며 혼난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제법 입맛이 까다로웠던 오야지가 인정한 곳이라면 분위기도 음식도 나쁘지는 않겠지.
빈자리가 하나쯤 남아있기를 빌며 레스토랑의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자, 마침 취소한 자리가 하나 남아 있다는 말에 곧장 예약을 진행했다. 일사천리로 척척 진행되는 흐름에 드디어 제 계획이 성공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약속장소와 시간을 알리는 문자를 남기곤 산뜻한 발걸음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그럼 내는 뭘 입어볼까나~"

 

'Ristorante K, 내일 6시 30분. 여기 갈거니께 니도 멋지게 입고온나. 내일 보재이. ღゝ◡╹)ノ♡'

같은 시각, 난생 처음 들어보는 장소에 섣불리 짐작조차 못하는 키류는 몇 십분을 혼자 끙끙 앓아야했고, 겨우겨우 그곳이 카무로쵸 외곽의 고급 레스토랑임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름부터 희안한데다 멋지게 입고 오라는 형님의 문자가 맘에 걸린 그는, 온종일을 양복점에서 헤매야했다.  




용같 키류마지

2019.12.05 (04:11:30) 신고
ㅇㅇ
모바일
크흐으응ㄷ흑흑 고부터 지까지 마지마 형님 안귀여운 부분이 없어서 주먹 씹었다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 마지마 진짜 존나 귀 엽 다 귀엽다는 소리만 듣는게 고민인것도 귀엽고 벗어나려고 머리싸매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는것도 귀엽고 그게 다 실패해서 낙심하는 것조차 귀엽다는 걸 엉님은 죽었다깨도 모르겠지 이 부분마저 참을 수 없게 귀 여 워 이모티콘도 지랑 똑같이 귀여운거 골라쓰시네!!!ㅠㅠㅋㅋㅋㅋ쿠ㅜㅠㅠㅜㅠㅠㅠ 엉님은 멋지고 잘생겼고 예쁘고 등등 이런 감정보다 귀엽다는게 평생 가는거 모르시나보다.. 뭐 질색할만한데 그런 모습조차 귀엽달까ㅎㅎㅎ 아 센세 어떡해요 귀엽탈트붕괴 와욧 어떻게보면 염병커퀴같은데 너무 조아여 흐흐흑 ㅠㅠㅠ
[Code: c654]
2019.12.05 (14:50:50) 신고
ㅇㅇ
모바일
미안해 형님...... 이렇게 노력해도 형님은 귀여울뿐이야 흑흑흑흑흑흑 아~~~~~~~진짜ㅠㅠㅠㅠ 키류한테 귀여움받기 싫어서 계획짜는 형님 너무 귀여워~~~~~~귀엽단 말 듣기 싫어하는것도 귀여워~~~!!!!!!! 으아악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귀여워 형님 수염에 뽑뽀하고 싶어 형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퓨ㅠㅠ키류야 너무 부럽다... 이래 참하고 예쁘고 꼴리고 귀여운 형님을 애인으로 두다니... 그냥...그냥다귀엽다고 ....형민ㄴ ......흑..
[Code: 2728]
비회원은 통신사IP나 해외IP로 작성할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