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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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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를 낸 뒤로 그동안 밀려둔 일처리들과 병원 검사로 바빴던 테교수님은 시간이 좀 지나자 여유가 생겼음. 병원에서는 이것저것 검사를 잔뜩 하더니, 다른 병원도 추천해주고 했지만 의사 말대로라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이 짓만 하다가 죽고 싶진 않은 테교수님이었음. 시간 여유가 생기니까 책도 읽고 생각할 시간도 많아지고... 한 번씩 브라이언이 되도 않는 핑계 만들어서 연락 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좀 착잡해지고 그랬겠지. 이렇게만 시간을 보낼 순 없다고 생각한 테교수님은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음.

살면서 여행이란 걸 별로 해본 적은 없는 테교수님이었겠지. 친구들이랑 여기저기 놀러 다닐 정도로 사교성이 엄청 좋은 타입도 아니었고, 여행 같은 데 시간 낭비하는 것 보단 그 시간에 공부를 택했던 어린 로저 테일러였으니까. 어린 시절 전부 공부랑 연구에 몰두해서 교수직도 일찍 단 편이고, 여러 가지 성과는 많았지만 덕분에 여행 같은 건 잘 다녀본 적이 없었음. 브라이언이랑 연애할 땐 브라이언이 데이트랍시고 근교는 좀 갔던 것 같은데.. 그게 다였겠지.

그러고 보면 브라이언은 여기저기 다니기도 많이 다녔음. 연구실에만 틀어박혀있으면 테교수님과는 다른 전공 탓도 컸겠지. 교수님들 따라 관측도 많이 다니고, 여기저기 학교에는 없는 기구 빌려서 쓴다고 해외 연구소 같은 곳 출장도 꽤 있는 편이었겠지. 그런 곳에 다녀오면 몇몇 군데는 교수님도 꼭 보여주고 싶다면서 같이 데이트삼아 데려간 적도 있고, 멀리 가면 늘 사진이랑 영상을 찍어 보내왔던 브라이언이었음. 자기랑 같이 왔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언젠가는 교수님도 보여주고 싶어요. 등등등.. 브라이언도 바쁘고, 테교수님도 바빴으니까 실제로 이루어지진 않은 말들이 많았겠지.

그러다 보니 여행지를 고르는데 온통 브라이언이 했던 말들만 떠오르는 테교수님이었음. 유명 여행지들은 대부분 브라이언이 가봤던 데가 많으니까. 아, 여기서 브라이언이랑 영상통화 했고 여기서는 메일 써서 사진 대용량으로 첨부해서 보낸다고 한 시간이나 노트북 붙들고 있었댔지 등등. 소소한 에피소드들 생각나는 테교수님이었음. 청승 떨려고 여행 계획하는 건 아닌데... 싶었던 테교수님은 계획 세우는 건 멈추고 무작정 비행기표 하나만 끊어놨겠지. 브라이언이 여기는 죽기 전에 꼭 봐야하는 곳이래요 하면서 이야기 했던 게 생각나기도 했음.

무작정 집 떠나게 된 건데, 막상 집에서처럼 머릿속이 텅 비어서 멍 때리는 시간도 없고 하니까 훨씬 생기 넘치는 테교수님이었음. 전부 처음 해보는 것들 투성이라서 처음엔 긴장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갈수록 풀어지고 재밌어하는 테교수님이겠지. 혼자 나와서 무서울 때도 있고 걱정도 되고.. 또 심심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 가져보는 건 평생 처음인 테교수님이었음.

사람들 다 가본다는 관광지들 가서 미술작품이나 이런 것들도 구경 하고, 카페에 앉아서 모르는 사람이랑 이야기도 해보고 그러겠지. 엄청 유명도시 아니고 관광객들은 잘 없는 시골 작은 동네도 가보는 테교수님이겠다. 브라이언이 관측 때문에 어떻게 들렀던 동네인데 지도 펼쳐보니까 여기 좋다고 이야기 했던 거 생각나서 가 본 거겠지. 여기는 관광객들은 잘 안 오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냐고 가게 주인이던 택시 기사던 누가 물어보면 곧바로 브라이언 얼굴 떠오르는 테교수님일 거임. 그러면 좀 고민 하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가 되게 좋다고 했었거든요. 하고 대답하겠지.

사실 집에 있을 때만큼 브라이언 생각이 많이 나는 건 아니고, 새롭게 보는 것들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고 하니깐 잘 생각 안 나는데 이런 데까지 와서도 한 번씩 브라이언 떠오르는 게, 새삼스럽게 내가 모르는 세상까지 온통 브라이언으로 가득 차있었구나 생각하는 테교수님이겠지. 어딜 가면 브라이언이 외국에서 보냈던 엽서에 인쇄되어있던 풍경이거나. 브라이언이 맛있다고 했던 음식이거나.. 심지어 말 안 통하는 여행객이라고 바가지 쓰거나 했을 때도 브라이언이 했던 말들 생각나고. 연인 사진 엄청 많이 찍어주는 사람 보면 자기를 저렇게 찍어주던 브라이언 생각이나고... 그랬겠지.

테교수님 타고난 체력도 별로 좋은 편은 아닌데, 아프기도 하니까 여행이 순탄치만은 않겠다. 자기 체력이나 몸 상태 아니까 무리 안하고 하루에 한군데 두 군데 돌면 많이 돈 거고, 숙소도 편한 걸 최우선으로 잡고 그러는데도 탈 날 때 있겠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이틀 내내 방에서 틀어박혀 룸서비스만 시키고 안 나올 때도 있고. 어디 돌아다니다가 어지럽고 그래서 푹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때도 있고. 약을 챙겨오긴 했지만 평소랑 이상하다 싶을 만큼 안 좋을 땐 말도 안 통하는 병원 응급실 가서 혹시 이럴까봐 스캔해서 클라우드 같은 데 저장해둔 진단서 소견서 보여주는 테교수님이겠지.

브라이언이 이야기했던 밤하늘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것 같다던 작은 마을에 왔을 때도 컨디션이 별로 좋진 않았음. 꽤 멀고 교통편이 안 좋은 편이라서 기차도 오래 타고, 택시 타고서 한참 들어오는데 길도 별로라 멀미도 좀 하고 그랬겠지. 덕분에 뭘 먹어도 전부 게워내야 했고 빈 속에 약을 먹는 거나 다름없어서 속도 쓰리고 하여튼 몸이 좀 안 좋았겠다. 그렇게 첫째 날은 버리고, 둘째 날도 어디 안 돌아다니고 호텔 바로 앞 음식점이나 다녀온 테교수님이겠지. 

그런데 테교수님 관광객 많지도 않은 곳에 눈에 확 띄기도 하고, 한눈에 봐도 표정도 안 좋고 얼굴도 하얗게 창백하고 안 좋아보이니까 호텔 직원이던 누가 괜찮냐고 물어서 말 텄겠지. 괜찮다고 하면서도 이 근처에 병원이 어디 있는지 먼저 물은 테교수님이겠다. 그렇게 이야기 좀 트면서 어디 전망대에 가면 밤하늘이 예쁘다는데 이래서는 가기 힘들겠다고 농담도 하고 그러겠지. 그러니까 직원이 그러면 우리 호텔 루프탑도 예쁘다고. 여기는 다들 몇 시만 되면 문 닫아서 여기서도 별 잘 보일 거라면서 추천해주겠지. 거기만큼은 아니지만 예쁠 거라고.

알았다고 대답할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던 테교수님인데, 내내 호텔에서 쉬면서 좀 괜찮아지기도 했고 밤에 루프탑 올라가보겠지. 쌀쌀할까 이것저것 가져온 옷은 둘둘 다 걸치고 올라갔는데 정말 말처럼 별이 쏟아질 것처럼 많이 보여서 저절로 와 하고 입 벌어지는 테교수님이었겠다. 여행 하면서 사진 잘 찍지도 않았는데 사진 좀 찍어볼랬다가 다 안 담겨서 에이 하고 꺼놓고선 내내 눈에 담아놓겠지. 아프고 나서는 의사도 하지 말래서 술은 절대 입에 안 댔는데 처음으로 딱 한잔 주문해보기도 했겠다. 와인 홀짝홀짝 마시면서 풍경 보는 테교수님이었겠지.

밤이기도 하고, 여행도 긴 시간 지나면서 사실 좀 지쳐있기도 했고.. 알콜도 들어갔고.. 어제 오늘까지 계속 아팠고.. 다른 때보다 좀 센치해진 테교수님이었겠지. 이거 봤으면 된 건가. 이제 돌아가도 되려나.. 돌아가서는 뭐하지. 디데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죽는 날만 기다리는 건 좀 싫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많이 좀 놀 걸. 일만 한 거 좀 억울하기도 하고.. 브라이언이 한 번씩 시간 내서 여행가자고 할 때 한번 따라줄 걸.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 하는데 휴대폰 울리겠다. 정말 오랜만에 브라이언한테서 온 전화겠지.

하필 딱 여기 있을 때 전화를 하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테교수님이겠지. 지금 여기서 자기 생각하는 거 알고 전화한 건가 싶어서. 근데 그냥 받진 않고 테이블에 올려놓은 휴대폰 바라보기만 하겠다. 휴대폰 한참 진동 울리다가 꺼지고 나서 문자하나 도착하겠지. 「교수님, 요즘 집에 잘 없어요? 이야기 좀 하고 싶어요.」  테교수님은 그 문자 보면서 한참동안 브라이언 생각할 거임. 한동안 아무 연락 없더니.. 오늘 집에 와봤나.. 멍하니 생각하는데 몇 분쯤 지나서 문자하나 더 오겠지. 「미안해요. 근데 너무 보고싶어.」 

그 문자 보고선 여태 참아왔던 눈물 터지는 테교수님이겠다. 병원 가서 이것저것 검사하고 아파서 얼마 살기 힘들단 얘기 들었을 때도, 브라이언한테 어떻게 말하지 고민하다가 이혼 결심할 때도, 브라이언이 먼저 헤어지자고 했을 때도.. 또 이혼 서류 도장 찍을 때도 한 번도 운 적 없는 테교수님 그 문자보고 엉엉 울겠지. 술기운이랑 힘들었던 거, 지쳐있는 거 등등 센치해져서 인 탓도 있지만 여태 아무렇지 않았던 게 아니라 꾹꾹 눌러 담아왔던 게 한 번에 터진 거겠다. 자기도 너무 보고 싶고, 당장 가서 다 말하고 싶고, 안겨서 사실은 나 너무 무섭다고 이야기도 하고 싶고 그런데 전화는커녕 답장도 못 하고 창만 띄워놓은 채로 엉엉 울겠다. 너무 서럽게 우니까 주위 사람들 몇몇이 쳐다보기도 하고 그러겠지. 그렇게 서럽게 엉엉 울면서 그치질 않으니까 누군가 휴지 들고 다가와서 괜찮냐고 조심스레 묻는데, 양 손에 묻은 얼굴 도리도리 고개 저으면서 안 괜찮다고 처음으로 자기 진심 말해보는 테교수님이겠지.
 



 
2019.08.25 01:02
ㅇㅇ
모바일
허미 센세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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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04
ㅇㅇ
모바일
ㅠㅠㅠㅠ브라이언 너무미워.. 테교수 힘들동안 뭐했어 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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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07
ㅇㅇ
모바일
ㅜㅠㅠ 교수님 안괜찮다고 ㅠㅠ 아진짜 너무 속상하다 ㅠㅠㅠ 브라이언이 보고싶다는 이야기를 조금만 더 빨리했다면??이런 생각하게되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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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08
ㅇㅇ
모바일
교수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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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10
ㅇㅇ
모바일
교수님옆에 브라이언이 필요하다는걸 알지맡ㅜㅠ 권태기때문에 이혼얘기 꺼냈던 머학원생이 용서가 안된다 ㅠㅠㅠㅠㅠㅠㅠ 평생 닦개해라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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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0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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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ㅠㅠㅠㅠㅠ 아이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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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0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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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교수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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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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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교수님 우는거 맴찌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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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1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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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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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14
ㅇㅇ
테교수님 마지막에 안괜찮다고 하는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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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14
ㅇㅇ
진짜 참다참다가 터진거같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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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1:15
ㅇㅇ
아픈거라도 빨리 낫게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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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2:0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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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이럴거면 왜그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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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2: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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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안괜찮다고 엉엉 우는거 맘이 찢어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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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5:0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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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안쓰러워 테교수님 안아주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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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8:11
ㅇㅇ
모바일
브라이언 개뻔뻔한 시키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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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8:52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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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교수님 너무 안쓰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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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8:53
ㅇㅇ
모바일
안괜찮다고하는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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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9: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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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테교수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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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5 09:2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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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ㅠㅠㅠㅠㅠ༼;´༎ຶ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ced0]
2019.08.25 11:00
ㅇㅇ
모바일
테교수님ㅠㅠㅠㅠㅠ안괜찮다고 말했어ㅠㅠㅠㅠㅠㅠ여행가서도 계속 브라이언 생각이 불쑥불쑥 나는거 어쩔수없는데 안타깝고ㅠㅠㅠㅠ브라이언 이럴거면서 왜그랬어ㅠㅠㅠㅠㅠㅠ
[Code: 4bb3]
2019.08.25 16:37
ㅇㅇ
모바일
교수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머학원생 너어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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