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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20:33




설마, 설마 그러려고. 아무리 수인이라지만 아직 애기인데다 재규어.. 동물이다. 나도 엄연히 따지면 동물이지만 종이 다르잖아. 가만, 수인이니까 종도 같은가? 아냐, 데이빗은 그냥 새끼 재규어잖아. 암만 알파라고 해도 어떻게 나랑 본딩이 돼?! 라는 생각으로 상엽은 불쑥 치솟은 의심을 불식시켜보았다. 하지만 병원을 나와 혼이 빠져나간 듯한 흐늘거리는 발걸음으로 버스에 올라탄 뒤 좀더 고차원적으로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데이빗과 본딩이 됐을 리가 없다. 지금 문제는 누군가와 본드가 이어졌다는 것 자체고, 전 사이클과 며칠전 사이클의 텀 사이에 만난 그 어떤 알파가 대상일거다. 그 중에 재규어도 있겠지만 얘는 논외로 치고, 그렇다면 지난 세달 간 만났던 그 누군가다. 떠올려라, 연상엽. 떠올려!! 하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남는 선택지는 꼭 논외로 쳐놓은 데이빗이었다. 고 귀엽고 작고 이쁜 애가 어떻게... 아니, 본딩이라는 것 자체가 엄청 힘든거 아닌가? 난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데?

그렇다. 본드를 잇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다 요즘은 본딩을 통해 속박하는 관계보단 좀더 산뜻한 관계를 이어가는 추세였다. 몇십년 같이 산 부부나 본딩이 될까, 상엽이 기억도 못하는 어떤 알파 놈팽이와 부지불식간에 본딩이 될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상엽은 열성 오메가다. 열성은 본딩이 쉽지 않다고들 하니까. 
갑자기 안심이 된다. 의사쌤이 잘못 알았나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다 문득 그 근처에서 묘한 느낌을 받았다.

뜨끈거려.

심장 근처가 무진장 뜨끈뜨끈하다. 계속해서 본딩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했기 때문일까, 마치 존재감을 드러내듯 가슴 근처를 뜨겁게 하는 무언가가 상엽을 울컥하게 했다. 

가슴을 주무르며 안절부절... 하다가 가만 생각해보니 본딩상대가 데이빗이든 아니든 상엽에겐 아주 나쁠 것은 없는 상황 같다. 잘 이용하면 오히려 데이빗을 데려올 방법으로 이것보다 확실한 건.....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상엽이 베시시 웃음을 지었다.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똑똑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이겠다! 

아, 근데 데이빗이 더 크면 우리 집은 턱없이 작을텐데, 너무 비좁아서 뛰어다니지도 못하면 큰일이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이사도 해야겠다. 모아놓은 돈은 이럴때 쓰라고 저축한 것 아니겠는가. 상엽은 본딩 상대를 밝혀내는건 뒤로 미뤄둔 채 제나의 집 쪽으로 행선지를 바꿨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본딩 됐다고, 데이빗이랑 나랑.”

그렇게 말해서 그런가, 품에 안긴 데이빗이 코웃음치듯 킁 하는게 그걸 이제야 알았냐고 꾸짖는 것처럼 들렸다. 상엽은 어색하게 웃었다. 제나의 화난 얼굴이 일그러진 채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 얼굴 좀 떨어뜨려줄래?” 
“이게 어디서 딴소리야. 본딩이라니? 내 재규어 새끼랑 네 새끼가 지금 본딩이 됐다 이 말이야?!”

상엽이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응, 하고 웃자 발을 구르며 성질을 낸 제나가 무릎에 올라앉아 상엽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재규어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캬옹 거리는 재규어는 이제 몸무게도 꽤 나가 발버둥을 치는 것만으로 묵직하게 흔들렸으나 제나는 용케 놓치지 않고 있었다.

“너 상엽이한테 뭔 짓을 했어?! 엉?!”

그렇다고 데이빗이 대답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아직 생후 두달밖에 안된 애니까. 

“둘이 설마 그것도 했어?”

상엽이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아,아, 아니야! 안했어! 아직 안 했어!”

데이빗과 제나의 시선이 동시에 상엽에게 꽂혔다. 상엽은 다시 설명했다.

“뽀뽀는 했어. 그래서 내가 말하려는건, 데이빗을 나한테 양보하라는 거야.”
“뽀뽀만 했는데 본딩이 됐다고? 그 헛소리를 나더러 믿으라고?”
“응, 사이클 왔던 것도 그 때문이래.”

상엽은 땀이 밴 손을 움켜쥐었다. 상엽 자신도 믿지 못하는 일을 제나가 믿을리가 없지만 우기면 장땡이다. 누구와 됐건 본딩이 된건 사실이니까, 원래 거짓말에도 적절히 진실을 섞으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건 좀 다른가? 암튼 상엽은 꿀릴 것이 없었다. 당당하게 데이빗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게 이 꼬맹이 때문이라고?”
“으, 응? 어, 으응.. 그, 그런것 같애. 최근 접촉한 알파라고는 제나 너랑 데이빗 뿐이니까, 제나 네가 아니면,”
“이게 어디서 큰일날 소리를 하고 있어! 내가 왜 너랑 본드를 맺냐?!”

빙고. 이거다. 상엽은 제나의 약점을 파고들기로 했다.

“그렇지. 나야 너와 본딩이 돼도 전혀 문제될게 없지만 사라와 사귀는 넌 좀 다를거 아니야, 그치.”

요즘 사귀는 오메가 이름을 대자 제나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휘청하며 손에 든 데이빗을 놓쳐버렸다. 정확하고 신속하고 안정적인 몸놀림으로 바닥에 착지한 재규어는 천천히 뒤로 돌아 상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왠지 또 화가 나 보이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상엽은 조금만 참아달라는 듯 눈에 힘을 주어 바라봤다. 널 데려가려면 좀 더 버텨야 해.

“허.. 이런 경우가 원래 있나, 수인이랑 인간이 본딩 맺는거 말야.”

오, 상엽 자신도 못 믿는 걸 제나는 믿기 시작하고 있었다. 앞으로 주욱 누구와 본딩이 되었는지는 비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상엽은 안타까운척 고개를 저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데이빗 짐은 우선 급한 것만 챙겨가고 다른 짐은 나중에 가져갈게.”

급하게 데려가려는 걸로 결론짓는 상엽에게 발길질이 한번쯤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이제는 꽤나 지쳤는지 제나는 어깨를 늘어뜨린 채 손으로 데이빗의 방을 가리켰다. 어차피 상엽이 사온 장난감이 대부분이라 가져가는데 양심이 찔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데이빗을 분양하는 값도 제대로 치를 생각이었다. 그래야 본딩됐다고 거짓말한걸로 양심이 찔리지 않을 테니까.

그때였다. 상엽은 웅웅거리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제나의 집에선 절대 들릴 수 없는, 꼬마 남자애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려오고 있었다. 

‘비밀로 할 필요도, 거짓말했다고 양심이 찔릴 필요도 없어, 상엽.’

..... 어? 뭐라고 했어?

상엽이 고개를 휙휙 돌려 뭔가가 있나 집안을 구석구석 노려보는데 아무것도 없다. 제나가 이상한 눈으로 미친놈 보듯 보는걸 보니 상엽한테만 들렸나보다. 귀신인가? 소름돋은 팔을 문지르는데 데이빗과 눈이 딱 마주쳤다. 푸른 눈동자를 강렬한 불꽃처럼 활활 불태우며 화를 내고 있었다. 등줄기로 소름이 내달렸다. 말도 안돼, 이거 진짜야?! 게다가 제나보다 상엽의 이름을 더 제대로 불렀다. 

“데, 데이빗. 너, 너...!”
“왜 그래, 미친것처럼. 데이빗이 뭐?”

제나의 목소리 너머로 상엽의 뇌에서만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곧 웅웅 울려왔다.

‘둔하기는.’

꼬마 남자애의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머릿속에서. 상엽의 머릿속에서만.

하얗게 질린 상엽이 걱정되었는지 제나가 다가와 부축하려고 하자 날카롭게 소리를 지른 데이빗이 뛰어올라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상엽은 나가떨어진 제나를 부여잡고 필사적으로 물었다. 

“제나, 보, 본딩. 본딩되면 상대방 목소리가 머릿속에 막 들리고 그래?”
“내가 어떻게 알아. 본딩된 사람 보는 것도 처음인데.”

허공을 노려보다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데이빗을 보며 뒷걸음질 치는 상엽이 아무래도 이상했나보다. 제나의 안색도 덩달아 새파래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제자리에서 멋드러지게 점프한 데이빗이 상엽의 품 안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얼떨결에 묵직해진 데이빗을 끌어안은 상엽은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재규어의 안광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상엽이 이사를 하고나서 데이빗을 데려간다고 고집을 부리자 신경질을 내듯 꼬리를 탁탁 쳐대던 재규어가 제 짐이라고 싸놓은 가방을 이로 질끈 물어 질질 끌고나왔다. 아무래도 데려가라고 시위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나 제가 주인이라며 양보하지 않았던 데이빗이 가고 싶다고 발벗고 나서면 조금쯤 섭섭할 만도 하건만 제나는 사라에게서 온 전화 한번으로 마음 정리가 모두 된 듯했다. 자주 보러 오겠다고는 하지만 사라에게 푹 빠져서 집에도 늦게 들어오던 그녀가 자주 찾아올 것 같지는 않았다. 상엽은 또 머릿속에 꼬마애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을까 데이빗과 주변을 잔뜩 경계하며 짐가방을 챙겨 들었다. 익숙하게 상엽의 품에 안긴 데이빗이 재촉하듯 앙증맞은 앞발로 상엽의 팔을 꾸욱 눌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경한 것들에 무서워져 느끼지 못했던 귀여움이 상엽을 사르르 녹였다. 

“오구오구, 그래, 우리 집으로 가자. 이제 나랑 같이 사는거야, 데이빗.”

헤실헤실 풀어진 웃음을 보며 데이빗은 당연하다는 듯 코웃음쳤다. 

그렇게 현관문을 박차고 걸어나가려는 상엽에게 제나가 잊고 있었다며 뭔가를 들고 뛰쳐나와 손에다 쥐여줬다. 종이같은 질감에 설마 제나가 두달이나 같이 산 데이빗한테 손편지라도 쓴건 아닐까 조금 착잡해진 마음으로 손 안을 확인했다. 

“영수증이야. 데이빗 분양비 준다며.”
“아.....”
“왜 그렇게 봐?”
“아냐, 아무것도. 근데 짐이 좀 많네. 집까지 태워다주면 안될까?”

툴툴거리기는 했지만 잠시 후 상엽과 데이빗은 제나의 차를 타고 안전하게 집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집이 좁아서인지 데이빗은 상엽을 줄곧 따라다녔다. 옆에 찰싹 붙어있는 익숙한 온기는 물론 귀여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이상한 일을 겪어서인가 데이빗의 눈빛이 왠지 낯설었다. 무섭기도 하고, 낯설어서 데이빗이 데이빗으로 안 보이고, 아까 머릿속에 들리던 목소리가 정말 데이빗 거라면 본딩된 상대가 맞을 테니까 그것도 혼란스럽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보드라운 털을 빗으로 빗겨주고 상엽의 체구와 집의 크기를 감안해 적당히 고른 침대 위에 앉혀놓으니 그런 묘한 감정을 밀어젖히며 귀여움에 몸서리치는 심장폭격만 남아버렸다. 이제 꽤 커서 털도 윤기가 자르르 돌고 몸의 윤곽도 서서히 자리 잡히고 있어서 귀여움에 우아함까지 더해져 상엽의 심장은 마치 떡이라도 치는 듯 쿵떡쿵떡 야단이 났다.

“와... 진짜 데이빗이 내 침대 위에 있네.”

처음으로 데이빗을 떠올리며 열병을 앓듯 데려오고 싶어 전전긍긍했을 때부터 그려오던 순간이다. 얼마나 바랐던 때인데, 이런 기념일을 불필요한 걱정들로 날려버릴 순 없었다. 

상엽은 데이빗 몫으로 살짝 익힌 소고기와 상엽 몫의 와인을 덜어 조촐하게 축하파티를 열었다. 상엽의 말을 알아들은건지 데이빗은 자축하는 상엽의 옆에 얌전히 앉아 고기를 씹고 있었다. 그 예쁜 등선을 손바닥으로 훑어내리고는 목덜미를 살살 어루만져주었다. 

거기까지였으면 좋았을 텐데, 와인 한 잔에 취한 상엽은 감정이 격해져 질색하는 데이빗을 끌어안고 뽀뽀를 퍼부었다. 털이 입에 가득 차도록 앞발을 물어 쪽쪽 빠는 진상짓을 하다가 데이빗의 주둥이에 턱을 얻어맞았다. 

다음날 일어나서 멍든 턱을 확인한 상엽이 데이빗을 노려보았지만 데이빗은 고고하게 앉아 앞발을 핥고 계실 뿐이었다. 집사의 길은 험난한 거구나, 귀엽다고 뽀뽀도 못하고. 

하지만 더욱 힘든건 혼자만 두고 출근하는 것이었다. 돈 벌어와야 맛난거 사줄 수 있지 않느냐며 눈물콧물 흘리며 재규어를 끌어안고 이별을 슬퍼한 뒤에야 출근을 할 수 있었다. 회사에 출근해서도 오전 시간의 대부분은 집에 두고 온 데이빗 생각 뿐이었다. 오후에는 이사 할 집을 알아보고 간식으로 뭘 사갈까도 고민하고 앞으로 펼쳐질 데이빗과의 생활을 기대하며 보내느라 더욱 바빠졌다. 퇴근 시간 한 시간 전부터는 의자에 앉은 엉덩이를 달싹거리며 퇴근만 기다리느라 또 바빴다.

그래서 본딩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상엽이었다.




본딩이 의심될만한 이상한 상황도 전혀 없었고 이사를 서두르느라 바빠졌기 때문에 상엽은 그것에 대해 아예 잊어버렸다. 데이빗과의 생활은 예상보다 더 행복했다. 식비로 나가는 돈이나 데이빗과의 생활비, 이사 비용까지 합치면 모아놓은 돈이 왕창 깨지기 직전이었지만, 주말 내내 집에서 같이 뒹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퇴근 후에 밤늦도록 데이빗과 놀아주는 것도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한달이 더 지나며 둘이 같이 사는 것에 서서히 익숙해질 무렵 데이빗은 더더욱 성장해 있었다. 이사도 도와줄 겸 데이빗을 보러 온 제나가 말하기로는 이제 새끼때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다고 했으니, 상엽에게만 느껴지는건 아니었다. 무리해서라도 큰 집으로 이사하기를 잘한 것 같았다. 수인이라 인간으로 변한다고는 하지만-상엽은 아직도 그 모습을 상상하길 무서워하고 있다- 재규어의 모습을 했을 때도 염두해두지 않을 수 없는데다, 데이빗 몫의 널찍한 공간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엽은 제 방보다 더 큰 데이빗의 방을 꾸며놓고 한동안 뿌듯해했다. 그런 상엽의 바짓가랑이를 이빨로 물어 잡아끄는 데이빗에 못 이기는척 질질 끌려가 데이빗 몫으로 꾸며놓은 커다란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잤다. 데이빗을 데려온 이후로는 매일밤 같은 침대에서 잤기 때문에 이제는 팔에 안긴 체온이 없으면 잠도 오지 않는 상엽이다. 그래서 매일 같이 잘 욕심으로 자기 것보다 훨씬 큰 침대로 샀던 것이다. 




이사하고 얼마 후, 데이빗이 감기에 걸렸다. 안절부절못하며 당황해하다 열이 끓는 데이빗을 담요로 둘둘 말아 안아들려던 상엽은 허리가 휘청했다. 너무 무거워져서 이제 한 번에 안아드는 게 힘들어졌다. 제 발로 걸을 수 있다는 듯 한발짝씩 걷다가 비틀거리는 데이빗을 다시 재빨리 안아들었다. 젖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안아들자 그나마 들을 수는 있어서 끙끙거리며 주차장까지 데려갔다. 데이빗과 함께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려면 필요할 것 같아 대출까지 받아 산 차에 겨우 태우고는 병원까지 내달렸다. 

주사를 맞는 데이빗을 부여잡고 눈물범벅이 된 상엽을 멀찍이 떼어낸 의사가 그렇게 심한건 아니니까 진정하시고 저쪽에 가서 앉아 있으라는 말을 했다. 완전 방해된다는 말투였다. 쟤가 집에서 막 걷지도 못하고 비틀거리고 일어서지도 못했다고 울부짖자 그럴 리가 없을거라며 열을 잰 체온계를 다시 한 번 체크해봤다. 데이빗 옆에 있어야 된다고 못박힌듯 움직이질 않자 그동안 정기적으로 봐왔던 의사가 피식 웃으며 “안 운다고 약속하면요.” 한다. 안그래도 얼굴이 이 모양이라 미성년자나 대학생 나이로 자주 오해받고는 했기에 상엽은 저런 말투를 싫어했다. 그래도 대답을 안할 수는 없어서 약속한다며 생글생글 웃어보였다. 사회생활을 통해 익힌 처세술이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데이빗은 몇 분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아파 보이기는 했지만 쏘아보는 눈빛이 집으로 가고 싶다는 것 같았다. 의아해지기는 했지만 벌떡 일어나준 내새끼가 이뻐 죽겠어서 눈물이 글썽해진 상엽은 주사를 맞은 목덜미를 피해 조심히 안아들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눕혀주고 담요와 이불을 모두 끌어와 데이빗 위에 덮어주자 한숨같은 숨을 폭 내쉰다. 더운건가, 싶어 목 아래까지 이불을 내려주고 빼꼼히 드러난 주둥이에다 입술을 콕 박았다. 코가 까슬하게 말라있고 열이 가득하다. 이런데 어떻게 별거 아니라고 할 수가 있냐, 그 의사쌤. 
주둥이 위로 입술을 비벼 쪽쪽 뽀뽀해주고 오구오구 한 번 해준 뒤 이불을 다시 여며주며 일어났다. 소고기를 갈아서 잘 익혀주면 먹기 좋을 것 같아서 침대에서 벗어나려는데 데이빗이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많이 아프지, 데이빗? 약 타왔으니까 밥 먹고 약 먹자. 그리고 한숨 푹 자면 나을거야.”

묵직한 이불 위를 손바닥으로 살살 문질러주고 주방으로 향했다.


스튜처럼 묽게 끓인 소고기가 담긴 그릇을 들고 방으로 다시 들어가려던 상엽은 잠시 멈칫했다. 꽤 두툼하게 쌓여있던 이불이 이상할 정도로 홀쭉해져 있었다. 이불을 걷어낸 건가 싶었지만 맨 위에 덮어놓은 이불 모양이 똑같았다. 

“데이빗..?”

가까이 다가갈수록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이불 위로 동그랗게 솟은 것이 아까보다 확연히 작아지기는 했지만 데이빗이 있는 건 확실했다. 침대 옆 테이블에 그릇을 놓고 이불을 들춰보려던 상엽은 다시금 멈칫했다.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새까맣고 윤기도는 털이 하얀 베개 위로 흩어져 있는데 데이빗의 털이라기엔 너무 길어보였다.

“.... 뭐지...? 그새 털이 이렇게 길었...”

이불을 걷던 그대로 상엽은 놀라 굳어버렸다. 이불 속에 파묻혀 쌕쌕 잠들어있는 것은 새까만 털이 아니라 새하얀 피부의 사람이었다. 그것도 십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아이. 상엽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이불을 놓고는 뒤로 물러섰다. 한참만에야 저 아이가 데이빗이 변한 건가 생각도 해보았지만 얼어붙은 몸은 움직여지질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지만 언제나 상엽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푸른 눈동자가 눈꺼풀 사이로 조금씩 드러났다. 새까맣고 긴 속눈썹 아래로 드러난 눈동자는 데이빗의 것이 분명했다. 길게 자란 구불거리는 까만 머리카락이나 새하얀 피부는 낯설었지만 그 눈빛만은 데이빗의 것이었다. 

굳은 채 서서 상황파악과 동시에 아이의 모습을 훑기만 하던 상엽은 갑작스레 콜록거리며 잔기침을 해대는 아이에게 반사적으로 뛰어갔다. 심장은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데이빗이라는 걸. 머리로 깨닫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새하얗게 땀으로 젖은 어깨를 감싸안고 기침하는 아이가 진정될때까지 안아주었다. 토닥토닥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다 이불을 끌어당겨 몸에다 감싸주자 전에 머릿속에서 들렸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귀를 통해 제대로 들렸다.

“고기 먹고 싶어.”

잠시 멈칫했던 상엽은 고개를 숙여 아이의 눈을 마주했다. 

“구운건 안돼, 아직 목이 아플테니까. 이건 묽어서 괜찮을 거야. 이거 먹고 약 먹자.”

못마땅한 얼굴로 그릇에 담긴 멀건 물을 흘끗거렸지만 상엽이 그릇을 가져다 수저로 한가득 퍼서 입가에 대주자 얼른 입을 벌려 삼켜낸다. 재규어의 새까만 주둥이가 아니라 발긋하게 달아오른 분홍빛 입술이 오물오물 삼켜내는게 묘해서 상엽은 수저를 잠깐 멈췄다. 눈을 치켜떠서 뭐 하냐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는 것도 낯설었다. 

“데이빗...?”
“....”

“.... 데이빗?”
“응.”

상엽은 다시 수저 한가득 고기 건더기를 퍼서 아이의 입가에 가져다댔다. 입술을 앙 열어 고기를 머금는 송곳니는 그전처럼 날카롭고 새하얗다. 상엽은 익숙한 것이 눈동자 말고도 있다는 것에 안도해, 잔뜩 곤두섰던 어깨를 조금씩 누그러뜨렸다. 

그리고 잠시 후. 상엽의 옷이 흘러내릴 정도로 작은 아이의 몸을 수건으로 닦아서 눕혀주고는, 이건 이거대로 무지 귀여워 미칠 것 같다는 괴로움에 휩싸였다. 데이빗은 재규어일 때도 아이일 때도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내 옷이 저렇게 헐렁거리는걸 보는게 왜 귀여운지 모르겠는데 미치도록 귀엽다. 상엽은 아이 옆으로 드러누워 따뜻한 몸을 끌어안았다. 감기 얼른 나아야해, 데이빗. 조그맣게 속삭이자 아이의 귀가 팔랑거렸다. 이것도 똑같네. 상엽은 베시시 웃었다. 



2017.02.04 00: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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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내 조쉬가 녹아버렸어 치료해줘 어나더로
[Code: b3f7]
2017.02.04 00: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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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아으아아아아아 셍세 사랑해
[Code: 14a7]
2017.02.04 01:2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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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통당한 상엽이 졸귀탱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억나더!!!
[Code: 4dd6]
2017.02.04 02:1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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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존좋ㅜㅜㅜㅜㅡ
[Code: 07fd]
2017.02.04 02: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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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너무좋아서 욕나외ㅠㅠ개기여워진짜ㅠㅠㅠ즂
[Code: 8332]
2017.02.04 09:0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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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모든 생활이 데이빗한테 맞춰진 집사 상엽이 좋고요 좋아요
[Code: 65c8]
2017.02.04 13: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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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넘 좋고... 배고프다.... 선생님 분부니도 고기... 어나더슽튜...
[Code: 3a55]
2017.02.04 13: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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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는 내집으로 가자 탈달린 족쇄 좋아해?
[Code: fcd3]
2017.02.04 14:4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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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아 얼른 쑥쑥 자라서 역키잡을 보여주렴
[Code: 4909]
2017.02.04 23:1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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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좋아
[Code: 1a3c]
2017.02.05 00:30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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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역키잡이다 이건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Code: 9809]
2017.02.05 00:3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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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사랑해 .... 여기서 어나더 기다리고있을게
[Code: 9809]
2017.02.24 17:19
ㅇㅇ
ㅠㅠ개달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ㅔㅔ내 지하실에서 나가지말아죠..
[Code: 4b11]
2017.03.26 16:3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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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미국 간고야...????.... 미국 조사불면 되니? 나붕이...?
[Code: d4f8]
2017.04.15 08:4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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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ㅜㅜㅜㅜㅜ셈세ㅜㅜㅜㅜ데이빗 자라나야져ㅜㅜ좆만튀는 범죄에요ㅠㅠㅠㅠ
[Code: 6fbd]
2018.12.15 18: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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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키자부ㅜㅜ
[Code: 6e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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