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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8:32

할 거 없어서 걍 이어서 썼음 나붕 잉여력 개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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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기를 기억 못하나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텀에 되려 탑이 당황했어. 텀은 정말 업무 아니면 말도 안 하고 시선도 한 번 안 주는데 솔직히 탑 스스로 당연하다 여기면서도 서운하고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지. 그럼에도 텀이 너무 좋아서 텀의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부풀고 저릿저릿한데 내가 감히 쳐다봐도 되는 건가 싶고 말을 거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 그럴 권리도 없었고. 그런 낌새를 눈치챈 탑 사수가 탑한테 텀에 대한 얘기를 꺼냈어.


며칠 안 봤는데도 굉장히 까칠하신 분인 거 느껴지죠? 조심해야 돼, 탑 사원은 아직 안 까여봐서 몰라요. 진짜 가루처럼 탈탈 턴다고요, 사람을. 근데 또 일은 잘하셔서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대리 달았어요. 우리 회사 진짜 능력주의거든요. 그거 노리고 들어온 사람 꽤 돼요. 혹시 탑사원도?


탑은 사수의 말을 예예 하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어. 까칠하다고? 저 형이 누굴 깔 줄도 알아? 고작 4-5년 만에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도 있는 걸까, 대충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지.


자 이제 둘이 만날 차례다 탑이 어찌저찌해서 텀과 식사 자리를 만들어 냄 진짜 밥 한 번 먹자고 말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들을 거쳤는지 몰라. 내가 이래도 되는 건가, 지금 내 존재 자체가 형한테는 트라우마일 수 있는데 하면서도 결국 탑은 텀을 놓지 못해서 여기까지 온 거고 포기할 수는 없었어.


탑은 텀을 자기 집으로 데려갔어. 근데 막상 마주 앉았는데 안부인사부터 시작해야 될 거 아냐...? 그 동안 잘 지냈어? 따위의 말들이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데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그런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어서 혀를 씹으며 참아냈어. 그러다 보니 와인만 홀짝이고 있는데 결국 텀이 먼저 입을 열었어.


오랜만이다?


그 말을 하는 텀은 적의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어. 형이 결코 나를 반기지는 않을 거라고 내내 상상해왔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받는 경멸하는 눈빛과 비난조의 말이 탑을 아프게 했어.


니 성격에 이런 조그만 회사는 생각지도 않았을 거고. 왜 찾아왔어?


탑의 시선이 테이블로 처박혔고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어. 그 말이 사실이었으니까. 침묵은 이어졌어. 탑은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았지. 텀도 굳이 그걸 먹으라고 권하지 않아. 그러고 싶지 않았으니까. 탑도 그걸 알았어.


섹1스 파트너가 필요해?


텀이 작게 썬 고기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어. 탑은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되어 텀을 쳐다봤어.


왜 그런 표정이야? 내가 설마 너를 반가워할 거라고 생각했어?


탑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어. 그건 누구보다도 지난 4년 동안 과거만 곱씹으며 살았던 저가 제일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싫단 말을 들으니 너무 괴로웠어. 상상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아무것도 아닌 말이었지만 말이야.


섹1파가 필요하냐고 물었어. 아, 섹1파도 아니었던가? 옛날 우리 말야. 뭐랄까, 거의 내가 네...


곧바로 이어지는 말들은 탑을 거의 직격하다시피 했어. 탑은 맨몸으로 그걸 받아냈지. 자기가 한 짓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말들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면서, 탑은 최선을 다해 아팠어. 꽉 쥔 주먹에 꽤나 길어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흠집을 냈어.


종이었지.


텀이 조소했어. '종'이라는 말에 움찔했지만 솔직히 반박할 수가 없었어. 제가 텀을 종처럼 부려먹었거든. 지난날의 자신은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개자식이었어. 거기다 스스로를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 텀의 기분은 어떨까 생각하니 더더욱 고개를 들 수 없었어.


나도 그게 필요해, 지금.


그래서 이어지는 텀의 제안을 결코 거부할 수 없었지.

2017.02.26 08:36
ㅇㅇ
오시발..... 오시발...
[Code: 2581]
2017.02.26 10:55
ㅇㅇ
모바일
? 사족왜저래;; ㄷㄴㅅ좀
[Code: b8a6]
2017.02.26 11:02
ㅇㅇ
아 미안 수정했어 나중에 글 쓸 때 이거 링크 달 거라 괜찮겠지 했는데 이것도 친목질 포함인가?
[Code: 9d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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