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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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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신부 / 박명보
 
 때로 사랑은 절망과 이음동의어이지
 난간에 서 있는 자의 잠은 자주 위태롭네 푸릇푸릇 날 선 칼날을 신고 허공을 건너는 밤 해독되지 않는 불안이 임파선처럼 퍼져나가네 상상은 착지를 모르지 운명이라 믿었던 것들도 궁극의 자서에서 찢어낸 한 장의 파지일 뿐, 누구의 내부도 되지 못한 자 스스로 벼랑이 되지
 
 우리 모두 바람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죠
 별이 탄생하던 그 순간부터 (포효하는 광휘 속에서 하나의 빛이 폭발할 때) 우주의 행간을 떠돌던 낱말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호로 몸에 새겨져 있는 걸요 모든 별들의 고향은 허공이며 어둠이죠 편편하고 둥근 시간의 띠 그 어디쯤 산재해 있을 어머니의 아버지의 어머니의 아버지의…… 어머니인 미립자들, 먼지는 먼지를 혼돈은 혼돈을 음악은 음악을 파동은 파동을 부르고 모으고 흩어지고 영원한 허기로 결박되는 꿈, 을 생이라 불러도 되는 건가요? 우리 모두 이 세계의 뮤턴트, 지워진 길에서 길을 찾는 하나의 이미테이션, 이라 생각해본 적 없나요? 당신의 몸을 빠져나와 거리를 활보하는 퓨마의 영혼을, 또아리 틀고 있는 뱀의 적의를, 포르노의 밤에 대해서 이야기하진 말아요 그 모든 것들 위로 솟구치는 비명을, 말하고 싶은 거에요 쇤베르크의 불협화음에 대하여 클림트의 해체에 대하여 랭보의 파괴로서의 구원에 대하여....
 
  투명한 벽에 갇힌 모든 영혼들에 대하여
  수수억년 전 내장된 바람의 빛깔과
  우리 피 속을 떠도는 갈망에 대하여
  익명이며 불구인
  그 필연에 대하여
  
  말하고 싶은 거에요.



예전에 많이 우울했을때 한글자 한글자 공감가지 않는 글자가 없어서 누군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것 자체에 많은 위로를 받았던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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