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루트는 사원을 지탱하는 젊은 수호자들 중 하나였어 늘 긍정적인 낯빛에 까만 눈동자가 재기발랄하게 반짝였지
그 날은 사원이 거둔 어린 수행자...동자승..영링...뭐든 그런 꼬맹이들에게 휠스 족 전통 무술을 가르쳐주고 있었어
날렵한 몸짓을 얍얍 선보이는 치루트는 꼬맹이들 사이에서는 수호자들 중에서도 가장 선망의 대상이었어

-이렇게 하면 여기가 허점이 생기지? 그러면 어떡해야 돼? 이 손으로 막아야겠지?
-어려워요!
-에헤이, 반대손이 나가니까 어렵지~ 다시!
-발차기는 언제 가르쳐줘요?
-기본 근력 기르기 전엔 안 가르쳐줄 거야~ 밥도 많이 먹고 운동도 많이 해야 한다?

그 때 사원 마당으로 큰 그림자가 성큼 들어왔어 꼬맹이들 시선이 확 몰리더니 우와아 하면서 덩치에게 몰려들었어
치루트와 마찬가지로 짧은 밤톨머리에 수호자 복장을 한 베이즈였음 다른 별에 잠깐 심부름을 다녀오는 길이었지
운동하다 말고 이러면 어쩌냐고 짐짓 엄한 척하면서도 허리께에 오글오글 모인 작은 머리통들을 쓰다듬어주었어

-다녀왔어?
-응, 보고 드리고 기도하고 나오는 길이야. 자, 여기 네 활도 수리해 왔고...너희들 간식도 사왔는데 수련 안 끝나면 못 먹을 줄 알아라.

베이즈가 치루트에게 활을 건넸고 꼬맹이들 눈이 빛났어

-한 번만 만져보면 안 돼요??
-저도 나중에 수호자 되면 치루트 사형처럼 활 쓸 거에요!
-저두요!

꼬맹이들은 치루트의 활을 둘러싸고 만져보고 당겨보려고 시도하고 난리가 났어 물론 어린애들 팔힘으로는 시위가 요만큼도 당겨지지 않았지

-큭큭 아서라, 그런 건 치루트 정도 돼야 쓰는 거야. 그 외엔 장거리 근거리 다 쓸 수 있는 화기가 무난해.
-에이, 그래도 치루트 사형 무기가 제일 멋있는데요. 어른 되면 쓸 수 있을걸요!
-쟤야 근거리 접근전은 다 처리할 자신 있으니까 장거리 무기만 있음 되는 거고. 보통은 활 쏘다가 상대가 가까이 들어오면 답이 없어, 인마. 아무나 쟤처럼 될 수 있는 줄 아냐.
-베이즈 사형이 치루트 사형보다 약해서 그렇죠? 히히
-어쭈, 치루트가 특이한 거거든?

베이즈가 가볍게 꿀밤 먹이는 시늉을 하자 꼬맹이들이 와글와글 웃었어
휠스 족 수호자들은 모두 전래해 오는 무술을 익히지만 치루트 같은 천재는 사원에서도 한 세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드문 경우였어
치루트가 무술 전수에 집중했다면 베이즈 같은 다른 수호자들은 일찌감치 사원에 봉사할 다른 길을 찾곤 했어
사원을 지키는 것은 순수한 무력 말고도 많은 것이 있고 또 필요하니까

애들한테 간식을 쥐여서 원래 시간보다 일찍 들여보낸 후 베이즈는 치루트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어
앞장서서 데려간 곳은 사원 밖 시장통 주변을 미로처럼 두르고 있는 모래 주택건물의 한 칸이었어
들어서면서 문을 닫자마자 치루트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어 그러니까 그 집은 차마 사원 숙소에서는 불경한 짓을 못 하겠다는 베이즈 때문에 밖에다 얻은 둘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어

-아, 나 씻어야 돼, 하지 마
-상관 없어
-방금 운동하는 거 봤잖아? 땀 젖은 데다 모래먼지 뒤집어썼어, 찝찝하다니까!
-니 냄새가 더 잘 나서 좋아

며칠 떨어져 있었다고 베이즈는 큰 몸을 수그려 자기보다 작은 치루트에게 파묻은 채 놔주기는 커녕 막무가내로 침상으로 밀었음
물론 치루트라면 벗어나려면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었지만 몇 번 가슴팍을 밀치다가 포기하고 밀리는 대로 침상에 드러누웠어
베이즈는 치루트의 로브 자락을 풀어냈어 말랐지만 근육이 빈틈없이 들어찬 탄탄한 상반신이 드러났어
제다의 뜨거운 태양 아래 노출된 손발과는 달리 항상 몇 겹으로 꽁꽁 싸여 있어 하얀 피부 위에 입을 맞추고 혀를 미끄러뜨렸어
치루트의 탄력있는 살결이 친숙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베이즈는 만족스럽게 숨을 들이쉬었지
치루트는 입술을 깨물고 몸을 살짝 비틀다가 갑자기 베이즈의 멱살을 잡아올렸어

-됐고, 이리 와

그대로 돌진해 입술끼리 맞부딪쳤어 베이즈는 자기 허리를 감아당기는 다리와 목을 안고 까까머리를 헤집는 손을 동시에 느끼고 그대로 마주 끌어안았어
거친 입맞춤으로 이가 서로 부딪혔고 그 사이로는 둘의 웃음소리가 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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