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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3 19:26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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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지한건 잘 못적겠네 긴글ㅈㅇ


-



- 여보세요?

- 그렉, 저에요.

잠시 정적. 마형이 벽을 흘끔 봐. 이미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30초를 허비했어. 시간이 급하지만 서두를 수도 없는 상황이었어. 5초가 더 지나고, 머뭇거리면서,

- ...홈즈씨?

당황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무엇 때문에. 아, 그래, 늘 레스트라드 경감이라 불렀었지. 침착하게 하려 했는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군, 리스크가 더 크지만.

- 네, 접니다.

- 셜록이 이번엔 또 뭘한겁니까.

- 셜록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그래요? 그럼 존이겠군요. 제가 뭘하면 되나요.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레레가 피곤에 지친 대꾸를 해. 삐걱하며 의자에 기대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 존도 아닙니다. 당신과 관련 있는 일이고, 당신이 반드시 해주었으면 하는게 있습니다.

- ....저요?

이해할 수 없다는 어조. 당연하다. 늘 셜록과 존, 사건, 221b에 관한 전화였고 둘은 철저히 사무적인 관계만 유지해왔으니까. 셜록이 그를 처음 만나고 지금까지 8년동안 단 한 번도 개인적인 만남이나 대화는 없었어.

이제 바꿔야할 때다.

- 네, 그렉. 제가ㅡ

- 잠시만요.

갑자기 수화기를 손바닥으로 감싼듯 소리가 먹먹해지고 레레와 다른 남성의 대화소리가 잡음처럼 깔려. 뜻밖의 방해에 마형이 겨우 유지하던 냉정함의 가면이 와르르 무너져버리고 표정이 없던 얼굴은 두려움과 절박함이 뒤섞인 공포에 뒤틀려.

- 젠장, 젠장, 젠장!!! 그렉, 젠장 그렉!! 대답해요, 그렉!!! 제기랄, 대답하라고!!!

몇 십년만에 언성을 높이며 욕설까지 뱉어내는 그였지만 들리지않는지 먹먹한 소음만이 돌아와. 마형이 초조하게 방을 왔다갔다하기 시작했고 존과 셜록은 숨소리도 죽인채 빠르게 줄어드는 시간만 불안하게 보고있을 수밖에 없었어.

남은 시간은 4분.

- 죄송합니다.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서... 홈즈씨, 저에게 하실 말씀이ㅡ

- 사랑한다고 해줘요.

이번엔 10초의 정적. 벽면의 스피커로 놀리는 투로 유러스가 진심이 담겨야한다고 말했을텐데? 라며 중얼거렸지만 무시하고 시계를 눈빛으로 멈출 수 있다면 이미 멈췄을 정도로 뚫어져라 째려보며 마형이 레레를 기다려. 답답했지만 이젠 실수를 절대 할 순 없었어. 절대 해서는 안됐어.

무조건. 무조건 들어야한다.

-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아니야.

- 장난을 치려는 것이었다면 받아주고 싶지않네요.

아니라고.

- 사랑합니다, 그렉.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대학에 입학한 이래 처음으로 마형은 마음에 있는 말을 필터링 없이, 생각 떠오르는 그대로 내보내고 있었어. 손톱이 다 빠진 뭉그러진 손가락으로 절벽 끝의 바위 모서리를 움켜쥐고 있는 것같은 절박함으로 그는 한 단어 한 단어에 미친듯이 매달렸어.

- 8년 전, 당신을 빈 창고에서 처음 본 그 날부터 계속 좋아해왔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을 지켜보았고 당신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고 손을 잡아보고 싶었고 제 품에 당신을 안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렉.

3분 20초.

-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용기를 내지 못했고 자꾸 미루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우리 사이에 그동안 쌓아버린 벽을 허물기에 너무 늦어버린게 아닐까 후회도 들지만, 작은 희망이나마 가지고 싶습니다. 오늘이 되어서야 오래 전에 했어야 할 말을 합니다.

3분 2초.

- 사랑합니다, 그렉. 세상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 너무 갑작스런 고백에 끊은건가 화면을 보니 다행이도 전화는 끊어지지 않았어. 마형은 반대편 손으로 전화기를 바꿔쥐며 손바닥에 흥건한 땀을 옷에 닦아. 다시 입을 열려고 할때 조용하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와.

-저보고 그걸 믿으라는 겁니까.

2분 35초.

안돼.

안돼.

- 당신은 영국 그 자체고, 저는 보잘것 없는ㅡ

안돼.

- 제발.

마형은 속이 타들어가다 못해 잿가루가 되는 절박함에 목이 막혀. 머리 속 작은 구석에서 이성적인 자신이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어. 애원하고 있다니, 울먹이고 있다니. 이 내가,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을 제 곁에 두고 싶습니다.

제발.

- 당신이 사라져버릴까 두렵습니다. 없어져 버릴까봐, 너무 늦기 전에 잡아야합니다. 당신이 가버린다면 견딜 수 없을 걸 제자신이 제일 잘 아니까요.

그러니 제발 부탁이야.

- 사랑합니다, 그렉 레스트라드. 당신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도 저를 사랑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목소리를 덜덜 떨며 말하며 그는 문득 자신이 눈물을 참으려 눈을 쉴새없이 깜박이고 있다는걸 알아채. 눈앞이 흐려지면 얼마 남지않은 시간마저 줄어들고있는 저 시계가 읽히지 않으니.

1분 45초.

- 그렉.

- .....

- 그ㄹㅡ

- 셜록도, 당신도, 천재인 척 재수없게 굴지만 사실은 제일 가는 바보들입니다.

나지막하게 레레가 말해.

- 그 사람에 대해 다 안다고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늘 놓칩니다. 소시오패스 아니랄까봐 감정은 철저하게 배제를 하고 읽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아요. 예를 들자면 그 사람의 기분은 어떤가, 무슨 생각을 하는가,

1분 25초.

-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가.

촉박한 시간에 마형은 미칠것 같았지만,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다 끝나버릴 위험이 너무 크고 강요하기에는 유러스의 진심이 담겨야한다는 조건 때문에 입술만 찢어져 피나도록 씹고있었어.

- 그렉.

- 당신 말이 맞아요, 홈즈씨.

- 그럼 당신도 저를....

- 너무 늦어버렸네요.

1분.

아니야.

늦지 않았어.

안돼.

부탁이야.

미안해.

미안해.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제발, 기회를 줘요. 제발, 부탁이에요, 제발.

대답해줘.

-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그 한마디라도 해줘요.

당신을 잃고 싶지않아.

그 세 단어면 충분해.

사랑한다고만 해줘.

20초.

부드러운 한숨.

- 홈즈ㅆ..... 아니, 마이크로프트.

13초.

- 먼저 말해줘요.

7초.

- I love you, Greg.


6초.

5초.

4초.

3초.

- I love ㅡ

전화가 끊겨.

한 단어를 남겨두고 삐ㅡ하는 종료음이 방 안 가득 들어차.

멈춰버린 심장에 연결된 기기가 내는 날카롭고도 새된 음과 같은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파고들어.

- 어쩌나. 시간이 지나 버렸네.

마이크로프트는 무너졌어.
2017.01.23 19:31
ㅇㅇ
모바일
선생님씨발무너져서 얶떢게됐나요 그걸맟해줘야지 선생님!!!!문좀열어봐제발
[Code: a4d0]
2017.01.23 19:35
ㅇㅇ
모바일
아 대사 왤케 좋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횽 다급한데 달달하고 또 너무 마횽같애ㅠㅠㅠㅠㅠ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는 마횽이나 거기에 늦었다고 응수하는 레레랑 너무 좋다ㅜㅜㅜㅠㅠㅠㅠ 어떻게 됐나요 센세 얼른 어나더ㅜㅠㅠㅠㅠㅠㅠ
[Code: 90e9]
2017.01.23 19:48
ㅇㅇ
모바일
아 ㅁㅊㄷㅁㅊㅇ 센세 진짜 내 억장이 무너진다 아 제발 너무 다급해 나 선생님 제발 어나더
[Code: 1574]
2017.01.23 19:50
ㅇㅇ
모바일
안돼!!! 아니야ㅠㅠ 센세 3초남았잖아요ㅠㅠ
[Code: e80e]
2017.01.23 20:17
ㅇㅇ
모바일
아냐센세어직시간남았자나나한테이러지마엉엉왕귀예매도냅두고달려왔자나이러지마엉엉어나더
[Code: 3f84]
2017.01.23 20:36
ㅇㅇ
모바일
아ㅏㅏㅏ 시간 남앗잖아요 센세ㅜㅜㅜㅜㅜㅜㅜ흐어어어
[Code: e461]
2017.01.23 22:51
ㅇㅇ
모바일
오이 시바류ㅠㅠㅠ 유로스 년 이렇게 하지마 그르지므
[Code: 3257]
2017.01.24 01:44
ㅇㅇ
모바일
안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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