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hygall.com/12523456
view 1441
2017.01.24 18:36



세월이 흘러서 루크는 여섯 살쯤 되었고 너붕붕은 이제 열 네 살임.

오비완은 여전히 타투인 변방의 애기들을 가르치고 있고 아나킨은 그동안 폐인에서 많이 벗어났음.

수분 농장 기계를 연구해서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물을 얻게 하고, 남는 시간에는 싼 드로이드 사서 비싸게 고쳐서 팔고... 뭐 그런 식으로 엄청 열심히 사는 거지. 갑자기 농장이 잘되니까 세금 징수하러 온 헛 족같은 애들이 와서 못되게 굴 때가 있었겠지만 아버님이 어두운 눈빛으로 쓱 쳐다보면 기가 죽었을 것 같다. 전직 제다이 학살자의 눈빛이니까 아버님 과거 모르는 애들도 어쩐지 오금이 저리겠지;; 가끔 약탈 시도가 일어나면 오비완이 와서 구해줌. 아버님은 파드메 죽고 참회한 후로는 자기 자신이 무서워서 라세 안 쓸 거 같다... 포스도 되도록 전투적으로는 안 쓰려고 함.

너붕붕도 많이 자랐어. 열 네 살이면 파드메가 나부 행성 다스린 나이임. 너붕붕도 충분히 똑똑했지만 타투인에서는 너붕의 좋은 머리가 쓰일 때가 없겠지. 그것 때문에 너붕붕은 주기적으로 가출시도를 하지만, 할 때마다 애니 오빠나 오비완 선생님한테 목덜미 잡혀서 끌려와라. 그리고는 애니 오빠랑 괴상한 개조 드로이드 만들면서 마음 풀겠지. 가끔 아나킨은 너붕붕을 보면서 짠함을 느껴라. 쟤가 이런 척박한 행성이 아니라 풍요로운 행성에서 자랐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면서.

 

그 날도 너붕붕이랑 아나킨은 같이 기계를 만들고 있었어. 요즘 터스켄 족들이 심심하면 약탈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던 거야. 아나킨, 하다못해 건장한 농부 오웬이라도 있을 때는 다행이지만 베루 숙모나 너붕붕만 남아 있을 때가 문제였어. 그래서 머리좋은 너붕붕이랑 아나킨이 방어막 같은 걸 더 개선하고 있었던 거였으면 좋겠다.

사실 너붕붕은 방어막보다도 공격할 수 있는 레이저 포탑같은 걸 만들고 싶었지만 물자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아나킨이 강경하게 반대했을 거임.

막는 걸로 충분하지 살생하지 말라고 제다이인 척 엄근진하게 얘기했겠지만 속마음으로는 너붕붕이 자기 전철 밟아가는 게 두려워서였음.


루크 말고 다른 한 명은 왜 타투인에 데려오지 않았어?

너붕붕이 거두절미하고 떠낸 말에 아나킨은 들고 있던 공구를 떨어트릴 뻔했지. 하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일을 마저 하는 거야.

다른 애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아하, 애니. 오빤 거짓말을 못해. 있네. 정말로.

너붕붕이 휘파람을 불었음.

누가 그런 말을 했지?

아나킨이 정색했어. 이건 진짜 중요한 문제였음.

오비완이 그런 말을 실수로 흘릴 사람이 아니었지. 그리고 오웬과 베루는 레아의 존재를 아예 모름. 그런데 너붕붕이 이 사실을 안다는 건 아나킨이 모르는 위험요소가 있다는 뜻이야. 오빠가 드물게 정색하고 자길 쳐다보니까 너붕붕이 어깨를 으쓱했음.

루크야. 들린대. 여자애가 자꾸 자길 부르는 소리가. 루크 말로는 그게 자기 쌍둥이래. 그거, 포스지? 제다이가 사용한다는 기술. 오비완 선생님한테 배운 적 있어. 포스로 서로 소통하는 거, 서로 이어져있을수록 강하다는 거.

아나킨은 할 말을 잃었음. 루크에게서는 아기 때부터 이미 포스가 느껴지고 있었지만, 오비완과 아나킨이 있어서인지 제대로 통제가 되고 있었음. 하지만 레아까지 포스 센서티브일 줄이야. 게다가 아나킨 본인은 전혀 레아의 포스를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 더 충격이었음.

루크가 레아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레아. 역시 그랬구나.

아나킨이 충격받아서 무심코 한 소리를 절대 안 넘기는 너붕붕이겠지.

허니, 너말고 또 누가 알고 있지?

... 나밖에 몰라.

드물게 긴장한 오빠 얼굴에 너붕붕이 당황했으면 좋겠다. 터스켄이 쳐들어와도 눈 하나 깜짝 안하던 너붕붕이었으니까. 그치만 너붕붕은 곧 마음을 다 잡겠지. 사실 아나킨한테 이 얘길 꺼낸 이유가 있음.

애니. 루크가 외로워 해. 난 처음엔 루크가 외로워서 환청을 듣는 줄 알았어...

 

어느날 애기 루크가 혼자 방구석에서 울고 있는 걸 너붕붕이 봤겠지.

깜짝 놀라서 우리 루크 누가 울렸어? 어느 새끼야? 하고 루크 끌어안고 둥기둥기해주는데,

너붕 목에 매달려서 한참 숨 고르던 루크가 조그맣게 털어 놓는 거야.

...허니, 루크는... 슬퍼...

맙소사 우리 루크 왜? 오비완 선생님이 구구단을 못 외운다고 혼냈어? 괜찮아. 그거 흉 아니야, 내가 똑똑해서 그런 거지 다른 타투인 애들은 평생 모르는 애들도...

으응... 그거 아니야. 오비는.... 루크에게 잘해줘....

그럼 왜? 누가 우리 예쁜이를 놀렸어?

루크가 또 대답 없이 너붕한테 팍 안기겠지. 애가 너붕붕 옷을 잡고 있는데 얼마나 서러웠으면 꾹 힘들어간 게 너붕붕한테까지 느껴지는 거다.

루크는... 외로워.

너붕붕은 그 얘길 듣고 놀랄 거다. 루크 유치원생 나이인데 그 나이 애가 누가 외롭다 이런 말을 함...

어린 것이 어쩌다 이런 고민을 갖게 되었는지 놀라는 너붕인거지. 엄마가 없어서 그런가? 근데 오비완이 엄마 역할을 차고 넘치게 해주고 있거든.

바로 며칠 전만 하더라도 오비완이 루크 목마태워서 깔깔거리면서 장터 갔다 오는 걸 본 너붕이었음.

... 루크를 슬프게 하는 게 애니야?

그 얘기를 듣고 애기 루크가 움찔함. 아 이거구나. 사실 너붕붕은 자기나 루크 대하는 오빠 태도 보면서 좀 느끼고 있었음.

오빠는 우리 만지는 걸 무서워 하는구나. 근데 그건, 너붕붕이 사막모래주작님이 너무 너무 귀엽지만 혹시 주작님의 심기가 상하시거나 도망치실까봐 못 만질 때랑 꼭 같은 태도였음. 그래서 너붕은 별로 서운하지 않았어. 애초에 스킨쉽 싫어하는 붕붕이고.

하지만 루크는 아기니까 다르지. 걱정이 되어서 루크 머리를 쓰다듬었음.

루크, 애니는 루크를 사랑해. 엄청나게 사랑해. 오비랑 누나가 합친 것보다 더 루크를 사랑할 걸?

하지만 파파는... 루크를 안아주지 않잖아... 파파는 루크를 보면 슬퍼해.

그건..

너붕붕은 1초 고민했지만 루크를 달래는 게 먼저였음.

루크 탓이 아니야. 애니가 염병걸려서 그래. 루크가 너무 소중하니까, 루크가 옮을까봐 조심하는 거야. 루크를 안아주고 싶은데 못하니까 슬픈 거고.

허니, 염병이 뭐야?

걸리면 뒤지는 병이야. 루크, 저어~기 지평선 농장에 타냐 기억나니? 걔도 염병 걸려 죽었잖아.

... 파파, 죽어?

루크 파란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할 것이다. 너붕붕은 아이고, 하면서 루크 달래주겠지.

아냐, 그럼 진즉에 뒤졌게? 파파같은 어른들은 괜찮아. 애기들한테만 위험한 거야.

그제야 루크는 안심한 거 같은 표정을 지었어. 너붕붕도 한숨돌렸지. 참고로 지평선 농장 타냐는 멀쩡히 지난달에 탈타투인해서 이사갔음.

구구단도 못외우면서 탈타투인에 성공하다니 부러운 년... 너붕붕은 이를 으득 갈겠지.

근데 그 때 루크가 손가락을 쪼물쪼물하면서 고백하는 거야.

그래도... 요즘은 레아가 있어서 괜찮아.

레아?

너붕붕은 처음엔 레아가 루크의 상상친구라고 생각했어.

루크가, 파파 등 뒤에서 껴안았는데, 파파가 루크를 밀어냈어. (여기서 너붕붕은 애니 개새끼!를 외쳤음.) 루크는 너무 슬퍼서 울었어... 근데 누군가가 루크를 울지 말라고 위로해줬어! 레아의 목소리는 참 예뻐! 그래서 루크는 레아가 요정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래. 레아는 공주님이래. 그리고 레아는...

루크는 신나서 한참 '레아'에 대해 설명해주겠지.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지어낸 얘기가 아닌 거야. 루크가 엘더란의 지배자 오르가나 여왕을 알 리가 없잖아. 게다가 마치 따듯하게 감싸주는 느낌으로 소리가 허공에서 들린다는 루크의 설명에, 똑똑한 너붕붕은 그게 포스라는 걸 바로 눈치채겠지. 오비완이랑 아나킨이 허공에 대고 포스로 대화하고 있는 것도 본 적 있고.

그래서 너붕붕은 가설을 세운 거야.

루크와 굉장히 밀접한 관계, 어쩌면 혈육 이상일거고, 루크와 동갑인 여자애고, 엘더란의 오르가나 여왕의 딸이라는 아이. 레아 오르가나가 입양아라는 것도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었음. 그렇다면 루크와 레아가 쌍둥이인 건 아닐까.

무슨 이유때문인지 루크만 데려오고 레아를 엘더란에 둔 거겠지.

너붕붕은 엘더란의 아카데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아나킨이 그리운 얼굴을 하던 걸 기억하고 있었음. ..









2017.01.24 18:53
ㅇㅇ
모바일
하필 염병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de: 75b4]
2017.01.24 20:22
ㅇㅇ
모바일
허니 우주탐정아니냐... 추리력 머단해
[Code: 69ed]
2017.01.24 20:40
ㅇㅇ
모바일
우주탐정 허니비!
[Code: 9cea]
2017.01.24 20:40
ㅇㅇ
모바일
염병존웃ㅋㅋㅋㅋㅋㅋㅋㅋ 센세의 센스의 무릎을 탁 치고갑니다! 가자 이제 오나더!!!!
[Code: 9cea]
2017.01.25 00:36
ㅇㅇ
모바일
ㅠㅠㅠㅜ넘흐넘흐 재미써여 센세ㅠㅠㅠㅜ 영고자라 별전쟁 팬픽도 못보는 와중에 센세의 글은 빛과소금이에여ㅠㅠ
[Code: 5c44]
2017.01.25 01:09
ㅇㅇ
염병이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루크랑 모두 다 행복하게 해주세요 센세!!!
[Code: 0a4b]
2017.01.25 03:11
ㅇㅇ
모바일
내센세 헉헉 성실수인 헉헉헉 왜 개추는 한번만 눌릴까요 시부랄 ㅠ 오진어린이 붕붕이 추리력은 오이급이죠! 센세 어나더!!!
[Code: ce17]
2017.03.01 00:12
ㅇㅇ
헉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어나더!!!!!!!!!!!!!!!!!!!!!!!!!!!!!!!!!
[Code: 1d35]
2017.04.17 07:58
ㅇㅇ
모바일
센세 돌아와 광광ㅠㅠㅠㅠㅠ사랑해
[Code: 4346]
2017.04.29 12:12
ㅇㅇ
모바일
센세 보고싶어요 습습습습
[Code: 476d]
2018.02.01 02:00
ㅇㅇ
모바일
돌아와....센세.........
[Code: 226f]
댓글 작성 권한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