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의 퇴근 후 삶은 매우 단조로웠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잭 대니얼을 스트레이트로 두 잔 준비해. 한 잔은 하루 종일 고생한 자신을 위해서, 다른 한 잔은 자신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간식인 xx사의 초콜릿을 위해. 굿나잇과 달리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빌리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초콜릿. 첫 맛은 보통의 초콜릿과 다르지 않지만 끝 맛은 쓰고 깊이가 있어.
빌리는 준비 해놓은 술을 한잔 마신 다음 초콜릿을 바라봐. 흥분이 밀려왔어. 너무 흥분해서 손이 떨리고 초콜릿이 마음먹은 대로 쥐어지지 않았어. 이것이 가장 좋아 하는 간식을 눈앞에 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흥분이었어. 빌리는 초콜릿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는 입에 넣었어. 천천히 달지만 씁쓸한 초콜릿 맛을 충분히 느낀 다음 남은 술을 마셔.
xx사의 초콜릿. 이번 생에서 빌리가 굿나잇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는 것이었어.

“작은 새는 나보다 초콜릿을 더 좋아하는 것 같네?”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던 굿나잇이 말했어.
빌리는 굿나잇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한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면서 희미한 미소를 지었어. 바보 같은 질문으로 당연히 답은 ‘아니다.’ 이지만 굿나잇의 반응이 궁금해. 분명 초콜릿을 더 좋아 한다고 말하면 그는 책을 집어 던지고 우울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볼 거야. 그의 파란 눈은 물기로 촉촉해지고. 그럼 자신은 어린 아이처럼 칭얼거리기 시작하는 그를 위로해주고. 생각만 해도 즐거웠어. 그렇기에 빌리는 이렇게 말했어.

“응.”

그러자 굿나잇은 읽고 있던 책을 덮고는 빌리를 보고 말했어.

“아쉽네.”

그걸로 끝. 그는 더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실로 들어갔어. 생각지도 못한 그의 태도에 빌리는 당황했어. 그래서 초콜릿을 들고 침실로 들어가서 굿나잇 앞에서 초콜릿을 하나 더 꺼내서 입에 넣었지만 굿나잇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어. 그냥 이렇게만 말했어.

“빌리. 양치질 꼭 해. 난 작은 새가 치과 가서 고통 받는 걸 보고 싶지 않거든.”

초콜릿으로 좋아진 기분이 대번에 바닥을 쳤어.

그 뒤로도 굿나잇은 빌리의 예상과 다르게 초콜릿을 질투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어. 오히려 그 초콜릿을 사서 빌리에게 주기도 했어. 빌리, 이거 좋아하는 초콜릿 맞지? 빌리는 초콜릿을 받으면서 그가 드디어 쓸데 없는 질투를 하고 어리광 피우는 걸 그만두기로 했나 하고 생각했어. 하긴 그도 이제 전생 현생의 나이를 모두 합치면 나이가 몇 살인데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행동할까 싶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한편 아쉬웠어.

빌리는 술과 초콜릿을 마시고 먹으며 지난 날의 연인의 귀여운 모습을 추억하며 씁쓸하게 미소 지었어.

*
몇 달 뒤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퇴근 후 초콜릿을 입에 넣었던 빌리는 씁쓸한 끝 맛 대신 미칠 정도로 단 맛에 입 안에 있던 초콜릿을 뱉었고, 바로 검색했어. xx사 초콜릿의 맛 변화. 빌리는 사람들이 xx사를 욕하는 글과 함께 최근 로비쇼 그룹이 xx사를 인수 했다는 기사를 볼 수 있었어. xx사를 인수한 로비쇼 그룹. 평소와 다르게 의젓하게 행동하던 굿나잇.

모든 의문을 풀렸어. 마음 같았으면 당장이라도 침대에 누워 있는 굿나잇을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빌리는 누구와 다르게 의젓하게 행동 할 수 있는 어른이었어. 그는 폭력 대신 냉장고에서 아몬드와 호두를 꺼냈어. 그리고 그것들을 믹서에 대충 갈았어. 빌리는 거친 입자에 만족하며 굿나잇이 좋아하는 코코아가 담긴 통을 꺼냈어. 통의 뚜껑을 열고는 믹서에 담긴 견과류를 그대로 부었어. 굿나잇은 항상 자기 전에 코코아를 마셨어. 아마 그는 불 꺼진 부엌에서 익숙하게 코코아를 타서 마실 거야. 어둠은 견과류를 안전하게 굿나잇 입으로 들어가도록 도와 줄 거고 굿나잇은 자신이 그렇게나 싫어하던 견과류를 먹게 될 거야. 그가 한 행동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복수지만 빌리는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