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럴 줄 알았지!”
Damn it! 정신연령은 자라지 않는 것 같은 함장 덕분에 입에 붙어버린 욕설을 뇌까리며 레너드가 적당히 데워진 스팀타월을 움켜쥐었다. 눈을 꼭 감은채로 해맑게 웃고나 있는 커크의 뒷목을 붙잡고 끈적이는 점액질을 닦아 내 주던 레너드는 이를 갈았다.
“조심하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냐!”
“알러지 반응은 없는 것 같은 걸. 가려운데도 없고 따갑지도 않아.”
거칠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다정한 손길에 얼굴을 맡기며 커크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 이었다. 속눈썹 사이사이 끈적이는 점액질을 닦아 낸 레너드는 곧장 트라이코더를 꺼내들었다. 아직 남아있는 이물감에 눈을 두어번 비빈 커크가 순순히 몸을 맡겼다.
몇 달만에 찾은 새 행성인지! 술루의 보고를 듣고 나서부터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던 커크는 여느 때처럼 레너드의 잔소리를 흘려들으며 가장 먼저 탐사조에 합류하고, 행성에 발을 디뎠다. 반나절 동안 그 곳의 기후, 원주민, 그리고 식생표본을 가져오기도 되어있던 탐사조는 예상보다 세 시간이나 일찍 귀환했다.
커다란 주머니처럼 이파리가 모여 있는 식물은 커크의 흥미를 끌었다. 겁 없이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망설이다가―본인은 망설였다고 주장했다. 물론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식물 주머니의 입구를 건드린 탓이었다. 웩, 하는 소리가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입을 연 식물의 주머니 속에서 끈적한 점액질이 쏟아졌다. 불투명한 점액질에 뒤덮인 커크를 발견한 크루가 기겁하며 함장을 들춰 업었다.
다행히 별 다른 이상 반응은 없었다. 커크 위에 쏟아진 점액질은 아직 성분 분석 중이었다.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으며 커크에게 알러지를 유발하는 물질은 없는지 바쁘게 체크하는 레너드를, 커크가 불렀다.
“…본즈…?”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다. 놀라서 정신 차렸나 보네, 레너드가 여상스레 대답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성분 분석표에서 눈을 떼지 않는 레너드가 불만스러웠나보다. 커크가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본즈!”
날이 선 목소리에도 레너드는 화 내지 않았다. 패드를 한 손에 들고 커크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을 뿐이었다. 커크는 가끔 이렇게 투정을 부렸다. 귀엽긴.
“왜, 어디 가렵거나…”
레너드의 말이 공중에 흩어졌다. 허공에 손을 뻗은 커크는 그 예쁜 얼굴에 잔뜩 주름을 새기고 있었다. 커크의 입이 다시 한 번 열렸다.
“거기, …있는 거 맞지?”
파르르, 커크의 손끝이 떨렸다. 지미…? 레너드의 목소리를 좇아 커크가 고개를 들었다.
“나, 네가 잘… 안 보여.”
하늘을 담아 낸 파란 눈동자가, 자취를 잃었다.
뇌내망상에서는 존잼이었는데...붕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