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팁버키빌런스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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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고 있었어. 하늘에 구멍 뚫린 듯, 펑펑 쏟아지는 게 곧 세상을 새하얗게 만들었지. 버키는 멍하니 창을 내다 보고 있었어. 스티브는 그런 버키를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어. 100세가 거의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삶의 2/3이상을 냉동고에서 얼려졌다 해동을 반복하며 살아온지라 추운 걸 질색하는 버키였지. 스티브도 바다 깊은 곳에 쳐박혀 냉동된 경험이 있으니 버키처럼 추운 걸 싫어했어. 눈도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버키에게는, 눈만은 괜찮아 보였어. 제법 진지하게 창을 통해 하얗게 변한 세상을 감상하는 얼굴이 어쩐지 들떠 보였지. 


스티브는 버키 옆에 앉았어. 버키는 스티브가 옆에 앉은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시선을 앞으로만 고정하겠지. 스티브도 딱히 신경쓰진 않았어. 혼자 나름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버키를 방해하고 싶진 않았거든. 스티브는 스티브 나름대로 추억에 잠겼지. 눈과 추위 모두 싫었지만 이것들과 엮인 기억들이 다 안 좋은 건 아니었어. 브루클린 시절은, 그래, 그 때는 눈이 올 때면 늘 버키와 함께 밖에 나가 눈을 맞곤 했지. 감기에 걸리기 쉬운 보잘 것 없는 몸뚱이를 하고서도 부득불 밖에 나가곤 했어. 형편이 좋지 않아 털이 두툼하게 들어있는 외투는 못 입고 그저 얼기설기 어머니가 떠 준 목도리만 둘렀었지. 버키는 그런 스티브를 보곤 제 몫으로 감고 있었던 목도리를 풀어 그에게 건네주곤 했어. 스티브는 거절했지만 버키의 고집이 더 쎘고, 스티브는 자신의 나약한 몸을 알았으니 어쩔 수 없이 버키의 목도리를 받아야만 했지. 장갑도 끼지 않은 손으로 자그맣게 눈을 뭉쳐 서로에게 던지기도 했고, 마른 나뭇가지를 주어와 눈덩이에 꽂아 볼품없는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어. 퍽 즐거웠지. 


스티브는 버키를 방해할 생각이 없었지만 추억에 잠겨 즐거웠던 시간을 곱씹다보니 버키는 무슨 생각을 하고 미소를 짓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어. 미동도 없이 창을 보는 버키를 살짝 건드렸어. 버키의 몸이 크게 들썩였어. 기척에 예민한 그가 스티브의 작은 손짓에도 놀라는 걸 보니 완벽하게 창밖에만 집중했던 게 분명했지. 


"버키, 무슨 생각하고 있어?"

스티브가 차분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어.

"너랑 같이 눈 맞던 날이 떠올라서."

"그랬어? 마침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 날, 네가 처음으로 다쳐왔었잖아. 한 번도 미션 도중에 다친 적이 없었는데..."

스티브는 버키의 이야기가 낯설었지. 버키의 눈은 여전히 창밖에 시선이 고정되어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어쩐지 꿈결같았어. 눈이 오던 날 미션이라니? 그리고 다쳤다니? 스티브의 기억에는 전혀 없는 이야기였지. 섬뜩함에 스티브가 버키의 어깨를 쥐었어. 버키는 스티브의 손길을 따라,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지. 눈꼬리가 가볍게 내려간 걸로 보아서는 나쁜 기억은 아니었던 거 같아. 하지만 정말로 스티브는 버키가 하는 이야기를 알아 들을 수 없었어. 스티브는 그저 목울대를 울리며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곤 버키에게 계속 이야기 해보라고 고갯짓을 할거야.


"알렉세이 이바노프, 그자와 그자가 이끄는 반군부대를 점멸하러 갔었을 때 말이야."

"응"

"그 동안 너와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일은 없었는데 말이야... 매일 훈련만 같이 하다 너랑 팀으로 붙어서 좀 놀랐었던 것 같아. 그리고 네가 날 다른 이름으로 불렀었잖아."

"뭐?"

"내가 다른 놈들을 처리하고 있을 때, 네가 나한테 날라온 총알을 막아줬잖아. 그때 넌 날 에셋이라고 부르질 않았어. 기억나?"

".........."

"정신이 멀쩡하지 않았을 때인데도 네가 팔에 피흘리는 걸 보고 두려워서... 그런데도 네가 날 이름으로 불러줬던 게 좋아서... 갑자기 그 때가 생각나서 웃음이 났어."



*



아, 늘어진다. 그냥 zipzip해서 혈청가지고 오윈솔 실험하듯이 하이드라가 빌런스팁 만들어냈으면 좋겠다. 캡틴 아메리카의 완벽한 복제품으로 만들어낸 회심작이겠지. 빌런 스팁이 다행스럽게도 혈청 거부반응 없어서 폐기되지 않고 윈터솔저와 함께 하이드라가 명령한 미션 수행하러 다닐거야. 빌런스팁이 맞은 혈청도 스티브가 맞은 진퉁혈청은 아니여서 버키의 능력스탯보다 조금 더 향상된 정도였으면 좋겠다. 하여튼, 외모는 스티브 클론이라고 봐도 똑같을 듯. 하이드라가 가끔가다가 연구실 난장판으로 만드는 윈터솔져를 진정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도 빌런스팁 연구한 거 겠지. 핸들러 옆에 빌런 스팁 세워두려고. 


윈솔 뺨치는 전투능력과 신체능력 보유한 빌런스팁은 주로 홀로 미션 수행하는 암살자 윈솔과는 다르게 팀업을 많이 할 거야. 애초에 버키처럼 일반 사람도 아니었고, 브레인워싱할 기억도 딱히 없으니 말 잘듣는 무기로 부리기 완벽하겠지. 그러다가 빌런스팁이랑 버키랑 같이 미션 수행하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 당시 상황 전혀 모르니, 그냥 공산 반군 지도자와 그가 이끄는 군대 처단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치자. 할튼 이게 꽤 큰 위험을 안고 있는 미션이었고, 그만큼 까다로워서 하이드라 최고의 무기들을 앞에 세운 거겠지. 그래서 빌런스팁의 지도자격으로, 버키는 반군 지도자 암살자로 작전에 투입될거야. 버키는 반군 지도자만 찾아서 암살하면 자기한테 할당 된 미션 끝이겠지. 그래서 다른 하이드라 대원들은 싸우고 있을 때 혼자 반군 지도자 머무는 막사로 잠입해서 암살하고 나올 듯. 빌런스팁은 날아다니면서 반군 부대 박살내고 있겠지. 버키는 지 미션 끝났으니깐 복귀하면 되는데, 어째선지 그 날은 바로 복귀 안 하고 다른 하이드라 대원들 도와줬을거다. 그러다가 저격수가 버키에게 총을 겨누고 쐈겠지. 버키는 다른 인간들 상대하느라 눈치채지 못하고 그걸 빌런 스팁이 대신 맞아줬으면 좋겠다. 


예상치 못한 저격수에 빌런스팁은 버키에게 소리치는데, 하필 빌런스팁이 버키 이름을 불렀으면 좋겠다. 당연히 에셋이라고 부르던가, 솔져라고 불러야하는데 빌런스팁은 "제임스!!!"하고 부르겠지. 그리고 버키 부르는 소리보다 지 몸이 먼저 튀어나가서 총 대신 맞아주겠지. 어깨부근에 총상 입은 빌런스팁은 화염총 날려서 반군 저격수 아예 저 세상으로 보내버릴 듯. 버키는 윈솔 모드에 있으면서도 순간적으로 제임스라고 저를 부른 목소리에 갈렸던 기억들이 마구마구 머릿 속에서 튀어나와 정신이 없겠지. 


미션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다 같이 하이드라로 복귀하는데 버키는 다시 냉동고로 들어가야했지. 그런데 평소 같으면 군말없이 따를 윈솔이 빌런 스팁 앞에서 머뭇거리면서 가기 싫어하는 게 보고싶다. 빌런스팁은 그런 버키 보면서 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는, 네가 다시 눈을 뜨면 내가 있을 거라고. 우린 언제나 함께잖아. 하면서 달래는 게 보고싶다. 그제서야 발 움직이는 윈솔이겠지.


사실 빌런스팁이 윈솔에게 무슨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진 않았지. 하이드라가 그를 설계할 때 스티브 로저스의 기억 일부를 세뇌하듯 심어놨을 뿐이었고 그렇다고 빌런스팁이 윈솔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 그래서 빌런스팁은 인공적으로 심어진 기억으로 윈솔을 대했고, 그게 완벽한 자기 기억도 아닐 뿐더러, 빌런 스팁은 진짜 스티브가 아니니 버키가 위험에 처했을 시 버키라고 부르지 않고 제임스라고 부르는 게 보고싶다. 그 와중에 버키를 왜 구했는지는 진짜 의문으로 남았으면.... 심어놓은 기억의 부작용인지, 아님 그 순간만 빌런스팁이 윈솔에 대해 새로운 감정을 갖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으면....


그렇게 버키가 냉동고에 다시 들어가기 전에 네가 눈 뜨면 내가 있을 거라고 약속을 했던 빌런스팁이지만 그는 버키가 냉동고에서 잠들었을 때 또 다른 미션을 수행하다가 거기서 죽어버렸겠지. 


버키는 헬리케리어 때 피어스의 명령으로 다시 눈을 뜨는데 오랜만에 냉동에서 눈 뜨고, 브레인 워싱으로 빌런스팁이 약속했던 말이 바로 생각나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다리 위에서 스티브를 만나고, 그가 윈솔을 보고 "버키?"라고 말을 뱉는 순간, 진짜 스티브를 빌런스팁이랑 동일한 인물로 착각하는 버키가 보고싶다. 


스티브는 이제까지 버키가 저를 빌런스팁과 동일시 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내리는 눈 구경하면서 저는 브루클린 시절 생각하고 있을 때 버키는 윈솔시절 생각하는 거 알고서는 버키의 기억이 엉망이라는 거 알게 되겠지. 그리고 빌런스팁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진짜 별 것도 없는 제 클론이고, 버키와 그가 같이 한 미션도 고작 1개 밖에 없으면서 그 가짜랑 저를 동일시 하는 걸 보고 충격먹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별 접점도 없고, 감정도 나누지 않았던 클론을 기억할 정도로 버키가 스티브와의 희미한 기억에 무의식적으로도 메달렸다는 걸 깨닫고 가슴아파하겠지. 




이게 뭐지.................할튼 스티브는 빌런스팁은 자기가 아니었다는 걸 알려줄까 말까 고민할 거야. 버키는 빌런스팁이 완벽하게 에셋, 솔져로 살아가고 있던 자신에게 '제임스'라는 이름을 불러줬던 게 마지막 희망의 동앗줄 같은 거였으니. 버키에게 진실을 말하면 버키의 마음을 파괴하는 것 같고, 그 가짜랑 똑같은 인물 취급 받는게 싫기도 한 스티브는 고민하다가 결국 제가 빌런 스팁이었던 척 거짓말 했으면 좋겠다.







2017.01.20 22:08
ㅇㅇ
허미 센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괴모죠 존나 좋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7d03]
2017.01.20 22:13
ㅇㅇ
모바일
찌통인데 진짜 좋다 센세 설정 대박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d497]
2017.01.21 00:12
ㅇㅇ
모바일
허미 미친....미친...... 존좋 센세 필력도 존좋
[Code: de68]
2017.01.21 00:30
ㅇㅇ
모바일
존좋!
[Code: a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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