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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0 16:43



처음 3살 어린 동생이 토끼의 시체를 가지고 왔을때는 나는 알지 못했다. 나도 어렸고, 나도 내 어린 눈높이로만 세상을 봤기 때문이다. 토끼가 죽은건 동생이 뭔가 실수를 했거나, 토끼가 나쁜 토끼이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지난 부활절에 선물해준 나도 아끼는 토끼였지만, 동생은 나한테 더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에 나는 울면서 토끼를 땅이 묻고 엄마 아빠한테는 내 잘못으로 토끼가 죽었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부모님은 다정한 분이셨고, 토끼가 죽어서 마음이 아프겠다며 나를 위로해줬고 생명은 소중히 보살펴 줘야한다고 꾸지람도 했다. 이미 너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을테니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며 강아지를 사다주셨다. 동생은 그 옆에서 무표정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나와 동생은 미키(강아지)와 언제나 함께였다. 숲을 돌아다닐때도 내가 처음으로 체조로 상을 탔을때도, 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내내 함께였다.  그리고 동생이 5학년이 되던 해, 어느 새벽 피범벅이 되어 내방으로 들어왔다. 형, 미키가 죽었어. 일단 동생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어디가 다쳤는지 이 피가 어디서 나오는지 찾아보려 했다. 하지만 다친건 동생이 아니었다. 나는 더 겁에 질렸다. 어디로 가면 되는지도 모르면서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 와중에도 이건 부모님이 몰라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다. 내가 뒷뜰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이리저리를 둘러보자 동생은 내 손목을 잡고 뒷뜰 뒤에 있는 숲으로 인도했다.


미키는 아직 따뜻했다. 배에서 나오고 있는 피를 꾸역꾸역 집으려고 해봤다. 피를 다시 넣어주면, 피만 멈춰주면 미키는 다시 꼬리를 흔들며 눈을 뜰 것 같았다. 미키에 배에는 깊은 자상이 새겨져 있었다. 대체 이 숲에서 개가 자상을 입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생의 어두운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묻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동생이 대답하는 순간 그게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뭔가가 무너질 것 같았다. 


울면서 미키를 안고 집으로 들어가자 부모님도 비슷한 생각을 한거 같았다. 잠깐 무표정한 동생과 나를 봤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번엔 꾸지람과 위로도 없었다. 우리 가족은 밤중에 뒷뜰을 파고 미키의 무덤을 만들었다. 


그 다음날밤 동생은 내 침대로 파고 들었다. 무섭다면서 같이 자자고 했다. 나는 사랑하는 내동생을 안았다. 동생은 내 품을 파고들며 말했다. "형 내가 했어." 나는 놀라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 어떤 지점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남과 다른 동생이 무서웠찌만, 그것보다 더 가여워서 동생을 더 끌어 안았다. 


그때 내가 몰랐던건, 내 동생이 토끼도 강아지도 죽인것 뿐아니라 날 위해 죽였다는 거였다. 




이런 싸패동생탑, 똑똑한형텀을  보고 싶음 

빵탐(제레, 노말빹), 아담토니, 리처드마틴



2017.02.21 02:1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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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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