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존조파인으로 개화기AU 어딘가 퇴폐적인 존조한테 홀리는 그런게 보고싶다


역사알못ㅈㅇ 국적바꿈ㅁㅇ




1920년, 미해군인 크리스가 이 땅에 첫 발을 딛었다.

자신의 나라와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는 이 나라를 무어라 불러야 할지 크리스는 잘 몰랐다. 예전에는 분명 '청'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이제 이 나라가 '청'인지, '중화민국'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이 나라 사람들도 모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곧 시대 흐름에 굴복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이제 어쩌면 자신들의 나라 이름도 없어질지도 모르는. 남의 나라에 간섭하고 끼어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주제에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본인의 나라를 위해 복무하고 남자들끼리 몸으로 부딪치고 다른 사람을 지키는 일은 성미에 맞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났다고 늘 생각했다.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는 것도 썩 좋지만은 않았지만, 어찌되었건 자기도 먹고 사는 게 중요했으므로, 자기가 이 나라에 와 있는 동안 가족들이 배불리 먹을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교환이었다.

작고 까맣고 이질적인 복장을 한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며 지나다녔다. 어떤 무리들은 대놓고 적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함께 하선한 동료들에게 개의치 않는다는 뜻으로 양 손을 들어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이번에 크리스가 복무지로 배정받은 곳은 상하이였다. 1910년대 이후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군대들이 이 도시로 모여들었다. 상하이 연합군 부대에 도착하니 역시나 영국군 밭이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오게 된 미해군 150명, 대표 대위 크리스 파인 신고합니다."
"나이가 젊은데 계급이 높구만, 젊은이가 지내기 심심할수도 있고 흥미진진할수도 있는 곳이지. 사고만 안치고 잘 지냈으면 좋겠네, 허허."

연합군을 총 지휘하는 것은 영국군이었다. 막사에는 영국군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상하이에서 지내는 동안 크리스는 영국 의무병인 칼과 친하게 지냈다. 나름 이곳은 평화로운데 대체 의무병은 뭘 하면서 보내는 걸까 심심해서 들렀더니, 인상을 과하게 찌푸린 채 온몸으로 지루하다는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의무병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칼이었다.



*



"아편을 피울 수 있는 곳이 있대."

오늘도 이 애새끼같은 미군 대위가 뭔 소리를 지껄이나 했더니, 아편이란다.
정말로 미군을 대표해서 이끌고 온 장본인이 맞는지, 칼은 크리스와 첫 만남 후 몇 번이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확인해야했다. 상하이에서 크리스를 알고 지낸지도 벌써 세 번의 여름이 흘렀다. 그동안 질리지도 않고 상하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더니, 한다는 소리가 아편이란다.

"야, 진짜 가게?"
"거기 끝내주는 미인이 있다는 첩보를 내가 들었지."
"첩보는 개뿔. 아편에 취해서 본걸 믿냐?"
"에이 뭐, 한 대 빨고 오지게 이쁘게 생겼네 이러면 된거지 뭐. 내 뇌는 이쁘다고 생각할건데 뭐 어때. 그게 그거지."
"하......"

이 애새끼는 대체 어떻게 이 시대에 태어나서 이 시대에 군인이 되고 이 시대에 멀리멀리 흘러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참으로 의문이다. 지금같은 시대에 가장 군인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크리스 파인이라고 0.1초만에 답할 자신이 있었다. 이 순한 애새끼는 진짜 애같았고, 마음이 물렁물렁했고, 장난이 많았다. 점심을 먹으며 저녁에 기대하라고 눈을 찡긋찡긋 거리고 미군 막사로 가더니 진짜로 저녁에 본인 막사에 찾아온 크리스였다.

환장하겠군.

"너, 내가 의무병인건 알고 있지?"
"그럼, 당연하지. 너 처음 본 게 의무실에서였잖아."
"그럼 넌 무슨 배짱으로 의무병한테 아편 빨러 가자고 하는 거냐."
"에이 뭐, 의사라고 담배 안피고 술 안마시고 마약 안하나."
"야,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아편이라니 말이 되냐? 여기 아편으로 망한 읍!"
"야, 목소리 너무 커. 그런 민감한 문제를 그렇게 크게 말하면 어떡해."

그런 민감한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한테 말한 넌 뭐냐. 나는 의사고, 일단은 상하이에 살고 있고, 군인이기도 하고...... 대꾸해봤자 내 혈압만 오르지. 일단 칼은 입을 다무는 편을 선택했다.

아편에 민감할수밖에 없는 나라에서, 그것도 감시가 심한 항구도시인 이곳에서 아편이라니, 믿기 힘들었지만 크리스가 들은 정보가 영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잘도 찾아간다 싶게 골목 골목을 거쳐 누가 봐도 수상해보이는 길로 접어들었다. 그 때쯤 이미 칼은 아편은 둘째치고 이곳에서 다시 막사로 찾아갈 수는 있을는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여기야!"
"......?"

「犬虫六一」

이게 뭐지. 가게 이름 한번.
개와 벌레가 61마리?......

"야, 여기 맞아?"
"응, 맞아, 그려준거랑 똑같애."
"그려준거?"

여기에 와 봤다는 누군가가 크리스에게 한자를 '그려'줬나보다. 칼은 한자를 조금 읽을 줄 알았다. 한자에 조금 빠져있기도 했다. 어차피 한동안 있을 거라면 간단한 말 정도는 알아듣고, 간단한 글 정도는 읽을 수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크리스가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녔다. 특히 술집이나 뭘 먹을때 메뉴용으로.) 크리스는 관심은 있어 했지만 칼이 몇 번 가르쳐 보려다가, 크리스가 진심으로 정말 머리에 열이 나는 것 같다며 처음 보는 진지한 얼굴을 해서 포기했다.

아편을 파는 가게, 혹은 술을 파는 가게, 혹은 여자를 파는 가게라고 해도 처음 보는 패턴의 간판이었다. 아편은 칼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했지만 간판은 칼의 관심을 끌었다.

"빨리 들어가자."
"하... 진짜 들어가?"
"여기까지 와서 무슨소리야."

끼익.

크리스가 문을 열었고, 주춤거리며 크리스의 뒤를 따라 칼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가게가 보통 그렇듯이, 매우 캄캄했고, 조명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장사를 하고 있는건지조차 확신하기 힘들었다.

"Hello?"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두꺼운 커튼 같은 것이 둘러져 있었고,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커튼을 걷자, 한 쪽 다리를 드러낸 푸른 치파오 차림으로 다리를 꼬고 앉은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

"请进。(들어오세요)"

푸른 치파오 차림으로 앉아서 우리를 맞은 그 사람은 한 손으로는 길다란 은색 담뱃대를 들고 연기를 내뿜고 있었는데, 그 탓인지 흐리고 살짝 처진 오묘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살짝 벌어진 입술이 붉었다.



아무래도 크리스가 들은 미인의 소문은 소년인 모양이었다.



칼존조파인 / 파인존조칼
교주가 떠먹여주는데 안믿고 배기나 ......
2017.01.21 17:55
ㅇㅇ
헐 센세 대작의 시작을 보았음니다ㅠㅠㅠㅠ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89e2]
2017.01.21 18:56
ㅇㅇ
모바일
어나더요 센세 ㅠㅠㅠㅠㅠ
[Code: 07e1]
2017.01.21 19:02
ㅇㅇ
센세...센세 제발...더듬이뽑는다...어나더...
[Code: b5d3]
2017.01.21 19:28
ㅇㅇ
모바일
이 센세는 문학을 하시고 계시다고!
[Code: 410d]
2017.01.21 19:57
ㅇㅇ
모바일
헐 본적이 없는 대작이다 믿을 수 없는 대작이야!!!!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1d9]
2017.01.21 21:34
ㅇㅇ
모바일
대작의 시작을 이렇게 함께하네요ㅠㅠㅠ 센세!! 분위기 완전 취적이라 말이 안나와요ㅠㅠㅠ 어나더ㅠㅠㅠ 제발 어나더 주셔야해요ㅠㅠㅠㅠㅠ
[Code: 4738]
2017.01.22 06:28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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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어나더 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ee90]
2017.02.20 14:46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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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붕... 실은 벌써 예전부터 이 무순의 제목을 눈여겨 보았읍니다만 아껴 읽고 싶어서 참아왔읍니다... 제목만 봐도 벌춤 췄는데 이렇게 영접해보니 무릎 연골이 나갑니다....
[Code: ae23]
2020.01.09 02:2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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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돌아오란 말이야..!!!!!
[Code: 406c]
2020.10.12 08:0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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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행해요 선생님 저 무릎끓었읍니다
[Code: e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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