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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도 본 적 없는 아버지의 과거를 엿보는 기분은 엿같았다. 에그시는 중년의 신사가 당혹스러운 감정의 편린을 애써 갈무리하는 것을 물끄러미 보며 속으로 욕을 뇌까렸다. 리 언윈이 게이였다던가, 게이임에도 불구하고 미쉘과 결혼했다던가, 결국 그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았다던가 하는 것들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에그시는 자신이 아버지와 남자 보는 눈이 아주 흡사하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처음으로 반한 상대였다. 나이가 많은 것도, 그가 사실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비밀 조직원이라는 것도, 그 비밀 조직원에 자신을 추천한 것도 에그시는 무시할 수 있었다. 주변을 맴돌며 드러나지 않는 도움을 줬던 상냥한 손이 한 때 아버지의 것이었고, 리 언윈이 죽은 지금도 그의 그림자를 벗어나려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만이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처럼 에그시를 갈기갈기 찢었다. 


"해리, 당신이 좋아요."


고백했을 때 해리는 철모르는 아이를 달래듯 최악의 청소년 상담사가 할법한 대답을 되돌려줬다. 리 언윈과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하면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에그시는 문득 공격 받은 파이터가 똑같은 크기의 고통의 상대에게 선물하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충동을 느꼈다. 아마 당황하겠지. 미안하다고 사과할테고, 그리고 그는 떠날 것이다. 에그시는 해리가 고통받기를 바랐지, 눈앞에서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혀를 깨물며 충동을 눌러 삼키고 에그시는 해리가 바라는 반응을 보였다. 상처 받았지만 깊지는 않고, 보란듯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니며 그를 안심시켰다. 몇 주가 지나가 해리는 완전히 경계를 풀었다. 


"해리, 난 아직도 당신을 좋아해요. 탈선도 좀 지겹네요."


해리는 뜻밖의 사태에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표정을 갈무리하는 데도 실패했다. 에그시는 진지하고 처연한 태도로 해리의 처분에 맡기겠다는 듯 속눈썹을 내리깔았다. 성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는 나이고, 나이가 많고,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고, 하는 답들은 이미 지난 번에 다 써먹은 뒤였다. 에그시는 해리가 되돌려줄 답을 찾지 못해 당황하고 어색해하고 그러다 입을 다무는 과정을 기다렸다가 그의 손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똑같은 마음이 되어 달라고는 안 해요. 그냥 옆에 있게 해줄래요?"


해리는 에그시에게 약했다. 리 언윈의 아들이기 때문에, 리 언윈의 가정이 파탄난 이유에 일부분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리 언윈의 죽음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해리는 에그시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었다. 에그시의 고백은 해리의 죄책감에 불을 지피는 꼴이었다. 


"동정만으로 평생을 보장할 수 있다면, 우리는 꽤 좋은 동반자가 될 거에요."

"에그시, 그게 무슨...?"


불안하게 흔들리던 동공이 리 언윈의 죽음에 대해서라는 유일한 이유를 떠올리고는 안정되어간다. 에그시는 자신과 아버지는 매우 닮았으니, 나를 사랑하기가 그리 어렵진 않을거라고 말하고픈 욕구를 내리눌렀다. 


"물론 나는 아버지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널 동정하지는 않아. 말했잖니. 네게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에 일을 제의한 거라고."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데, 돌려받을 수 없잖아요. 당연히 날 동정해야 되지 않을까요, 해리?"

"에그시. 넌 아직 젊고 경험이 적어. 더 많은 삶을 경험해보고 나면 그 감정은 그저 지나갈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자기 잣대로 타인을 재는 건 젠틀맨이 할 법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맹랑한 대답에 해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그시는 해리의 손을 끌어당겨 입술에 눌렀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동안, 다른 사람과 관계하지 말았으면 해요. 약속해줄 수 있죠, 해리?"


해리는 문득 에그시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느꼈다. 절대 들켜서는 안 될 판도라의 상자 한 쪽이 허물어져있는 환영이 잠시 눈앞에 나타났다. 그럴 리 없다고 해리는 되뇌었지만 번득이는 눈동자에는 에그시가 주장하는 사랑과 애정 이외의 섬뜩함이 한 구석에 도사리고 있었다. 해리는 뱀 앞의 개구리처럼 굳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토록 바라는 대답이었음에도 에그시는 환하게 미소 짓지 않았다. 그는 당연히 받아야 할 맹세를 손 안에 넣은 듯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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