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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오타나 맞춤법 오류 있어도 이해해주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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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도착하자 입구 앞에서 이미 의료진과 함께 대기하고 있던 태너가 급히 본드의 차를 향해 달려왔어. 그도 아직 총상을 입은 다리가 완전히 낫지 않았기에 뛰면 아팠을 터인데 그의 얼굴에는 큐에 대한 걱정만 가득했어. 그의 뒤로 들것을 든 사람들이 줄줄이 따라왔고, 본드는 뒷좌석 문을 열어 이미 정신을 잃은 큐를 조심스레 밖으로 빼내었지. 본드와 함께 병원 안으로 들어온 태너는 큐가 응급실로 옮겨지는 것을 보며, 그의 뒤를 따라가려는 본드를 잡아 세웠어. 



"더블오세븐, 잠깐만요. 무슨 일이에요? 안 그래도 방금 본부에 이상한 메세지가 왔는데 아무래도..."


"그때 그 자식인 것 같아."


"역추적 해보려고 했지만 그렇게 쉽게 잡힐 놈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태너는 본드에게 말을 하면서도 폰을 꺼내 들어 혹시라도 MI6에서 온 연락을 놓쳤는지 확인했어. 아직 아무런 단서도 못 찾았나 보네요. 라고 한숨쉬듯 말하며 태너는 다시 바지 주머니에 폰을 집어넣었어. 그리고는 구두 앞발로 바닥을 톡톡 치며 발목을 두어 바퀴 돌렸는데 그 사건 이후로 생긴 버릇 중에 하나였지. 



"그놈에게서 먼저 연락이 올거야. 나한테 원하는 게 있는 것 같더라고. 알고보니 이전에 얽힌 적이 있던 놈이었어."


"메세지에도 다시 연락 할 것이라고 적혀있었어요. 오늘이나 내일쯤 접촉해올 것 같아 직원들 대기시켜 놨어요."


"큐에게는 어떻게 손을 댄 거지? 분명 그 날 병원에 자네와 실려와서 검진을 받았을 때 의사가 큐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했었는데."


계속해서 의료진과 큐가 사라진 방향을 흘깃흘깃 쳐다보던 본드는 결국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어. 그 자식이 영국 최고의 의료진과 연구원들이 있는 병원의 정밀검진에서도 알아채지 못하는 성분의 약물을 주입했을 리는 없고, 의사가 큐를 잘못 진단했을 확률도 극히 낮았지. 아무래도 큐의 주치의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본드는 태너를 복도에 세워두고 병원 리셉션으로 달려갔어. 그리고 몇 분 후 본드는 굳은 표정으로 복도에 멀뚱히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태너에게 돌아왔지. 본부에서의 연락을 기다리며 휴대폰을 확인하던 태너가 제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도 아무 말이 없는 본드를 의아하게 여기며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어. 


"원래 큐를 담당하던 의사는 어디갔지? 명단에 이름이 없는데."


"아, 그 사람 오늘 오프날이라고 하던데요. 아마 연락을 하면 받-"


"명단에 없다고. 관둔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거지? 여긴 MI6 소속이라 상부 허가 없이는 제멋대로 그만둘 수 없을 텐데. 말로리한테 확인해보겠나?"


"제 기억으로는 최근 결재받은 서류에 사퇴에 대한 인사건은 없었는데요."


"젠장할. 당장 이 의사 추적해봐. 아무래도 그놈에게 매수당했던가 아니면 애초에 그 쪽 사람이었던게 틀림없어. 검진 기록을 감히 조작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아, 큐가 혀 근육때문에 꾸준히 복용하던 약....그래 그게 문제였어."


"알겠어요. 지금 당장 연락을 해볼...어- 본드. 지금 당장 본부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놈이 30분 뒤에 영상 대화를 걸겠다고 메세지를 보냈대요. 일단 큐는 병원에 맡겨두고 저희는 이동하죠."


"뭐? 하지만 여기를 어떻게 믿고 큐를 놔두고 가. 그 의사놈 말고도 스파이가 더 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큐에게 M 담당 의료진을 보낼테니 걱정하지 말고 얼른 이동하는 게 좋겠어요. 알다시피 말로리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진들의 신원은 3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확인했을 정도로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신분 검사를 조금 더 확대할 필요가 있네요."



 

태너의 재촉에 본드는 다시 한 번 큐가 실려간 방향을 끈덕지게 보다가 겨우 시선을 거두고 몸을 틀어 병원 밖으로 나갔어. 말로리의 의료진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 일단 그것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덜었지. 하지만 큐의 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그가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본드는 그게 겁이 났어. 비록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들의 관계가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았는데 말이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기에 본드는 MI6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이를 악물었어. 해독제를 쥐고 있는 것도 그 새끼였기에 큐를 살리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어. 필요하다면 제 한쪽 팔이라도 기꺼이 내줄 의향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숨을 희생할 생각은 없었어. 본드는 큐를 데리고 천년만년 살 생각이었거든. 그의 머릿속이 점점 과부하에 걸리려 할 때쯤에 그들이 탑승하고 있던 차가 멈춰서는 것을 느꼈고, 본드는 단 1초도 지체하지 않고 문을 열고 나가 MI6 건물로 뛰어들어갔어. 비상시라 그런지 사무실 가득 직원들이 자리를 채우고 앉아 제 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아까 낮에 퇴근할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었어. 본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몇몇 직원들이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를 손에 쥐고 그에게 다가왔어. 



"더블오세븐. 여기 CIA의 도움으로 그 의사에 대한 신상을 캐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여기 그 놈 이름과 조직에 대한 정보인데 별로 건질만한 것은 없었어요. 죄송해요."


"의사는 나중에 처리하기로 하고, 루이스 테리. 47살이고 15살에 영국으로 이민을 왔네. 이게 다야? 이때까지 겨우 이걸 정보라고 찾아낸 거야?"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본드의 말에 큐브랜치 직원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렸어. 본드로 인해 사무실 가득 침묵만이 감돌았고, 무거운 공기가 직원들을 짓누르기 시작하자 정적을 깨보려는 듯 헛기침 소리가 터져나왔어. 그때, 본드의 눈 앞에 있던 대형 스크린 화면이 갑자기 밝아졌고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지. 낯익은 장면이 다시 연출되는 것을 느끼며 본드는 말없이 저벅저벅 걸어가 스크린 앞에 멈췄어. 


"오랜만이야. 아니지 한 달만인가? 요새 날짜 개념이 없어서 말이야. 어때, 그 녀석은 좀 괜찮아졌어?"


"큐의 주치의는 애초에 너네 사람이었나?"


"빙고. 이미 알고 있나 해서 조마조마했는데 쿼터마스터의 주치의로 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깔깔거렸지 뭐야. 영국정보국도 별 대단치 않더구만. 네가 나에게 준 그 자료들 말야. 너무 엉성하게 마무리를 해서 한 눈에 딱 봐도 가짜라는 걸 알 수 있더라고. 자료를 바꿔치려고 했으면 내가 알아치지 못하게 정성껏 처리했어야 할 것 아냐. 응? 장난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누굴 병신으로 아나."


화면 너머의 상대는 웃으며 말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소름이 끼쳤어. 그의 발 밑으로는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을 시체들이 뒹굴고 있었지. 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시체의 몸뚱이를 넘어 화면 앞으로 다가온 그가 정면으로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어.



"괜찮아. 어차피 너네 첩보원들 수준이 바닥인 걸 알았으니 그 자료는 굳이 돌려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진실을 말하자면 넌 날 그때 죽였어야만 했어. 안 그러면 너의 귀여운 그 아이가 저렇게 죽어가진 않았겠지. 미리 준비한 게 있다고 했던 말 있잖아. 그거 혹시나 해서 던져본 말이었는데 네가 덥썩 물더니 그냥 날 놔주더라고. 사실 나 그 날이 내 제삿날인 줄 알았거든. 뜻밖에 횡재했지 뭐야. 그런데 네가 내가 했던 말을 기대하며 준비라도 할까봐 차마 그런 널 실망시킬 수는 없었기에 이미 병원에 심어둔 조직원에게 명령을 내렸지. 그 아이의 해독제를 얻고 싶으면 네가 이쪽으로 와줘야겠어."


"그게 이런 일을 벌인 이유인가?"


"그렇게 말하니 내가 되게 할 짓 없는 사람 같아 보이잖아. 너에게 남은 사소한 복수도 있고 해서."


"장소나 이쪽으로 보내. 당장 가줄테니."


"저번처럼 여길 뒤집어 놓을 생각은 아니겠지. 일개 부대를 끌고 오더라도 아마 이번에는 힘들걸. 그냥 마음 편하게 와서 나랑 차나 한 잔 나누며 이야기 하자고."



여유롭게 손인사까지 보이며 본드를 조롱하던 그는 돌연 표정을 굳히더니 이윽고 화면이 어두워졌어. 밤늦게까지 MI6에 남아 일하던 직원들은 초조해하며 본드의 낯빛을 살폈지. 옆에 서 있던 태너도 말로리에게 전화를 걸며 잠시 복도로 나갔고 사무실 안은 다시 조용히 침묵만이 남아 그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어. 지금 이대로 루이스가 있는 곳으로 간다면 본드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거야. MI6 직원들은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쿼터마스터와 더블오 요원의 목숨을 저울질해 보았지. 만약 해독제를 자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때까지 큐가 버텨주기만 한다면 굳이 본드가 목숨을 걸고 저쪽으로 갈 필요가 없었어. 다들 머릿속으로 복잡하게 계산을 하며 긴장하고 있을 때 말로리와의 통화를 마친 태너가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지. 그리고 본드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꾹 힘을 주었는데 그것은 마치 위로하는 것 같이 느껴졌어. 이번 일은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야.



"단독으로라도 갈 거니까 내게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어."


"이미 알겠지만 그건 MI6 룰에 어긋나는 행동이에요. 그리고 우린 그런 당신을 가둬둘 수밖에 없어요. 포기해요, 본드. 병원에서도 의사들과 약사들이 힘을 합쳐 큐의 몸을 해독할 방안을 찾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쿼터마스터보다 내가 더 필요하다고 말로리가 그러던가? 아마 우리 둘 중 하나를 선택했을 것 아냐."


"이 일은 당신 사적인 일에 가까워요. MI6가 직접 참여해야 할 당위성을 찾지 못하겠다고요. 다행히 큐가 집에서 일하며 미리 정보들을 정리해두었기에 당장은 그가 필요하지 않을 거에요. 그 사건 이후로 그의 업무를 대신할 직원들도 고용했고요."


"아아- 그러니까 큐가 예전만큼 반드시 필요한 존재는 아니다 이거구만. 얼마든지 대체할 인력도 있고 말이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큐를 걱정하던 자네는 어디가고 그딴 소리나 내뱉고 있는 거지?"


"본드. 냉철해져야 할 때에요. 반드시 큐는 살릴테니-"


"하지만 내가 가야하는 이유는 큐의 해독제때문만은 아니야. 분명 같이 봤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것보니 자네도 트레이닝을 다시 받아야겠어. 세르비아와 헝가리에서 잠복하고 있던 MI6 요원 두 명이 루이스에게 잡혀 살해당했어. 거짓이 아니야. 녹화해두었을테니 다시 화면을 돌려봐. 어떻게 그들의 신상을 얻었는지 확인해야하니 당장 헬기를 준비해줘."



Shit. 태너는 답지 않게 욕을 내뱉으며 다시 화면을 재생하라고 소리를 질렀고, 직원들은 서둘러 널부러져 있던 시체의 얼굴을 확대해 본드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았지. 여기저기서 탄식의 소리가 터져나왔고 태너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씁쓸한 표정으로 본드를 돌아보았어. 그리고는 고개를 한 번 짧게 끄덕이며 신호 대기중이던 폰으로 즉시 헬기를 띄울 것을 명령했지. 말로리에게도 말해둘게요. 정말, 정말로 미안해요, 본드. 하지만-



"그건 자네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고,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그들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짧게 인사를 나누고는 즉시 계획을 행동으로 옮겼어. 본드는 인이어와 발터, 그리고 혹시 모를 것에 대비하여 기타 장비들을 챙겨 옥상으로 올라갔지. 부디 자기가 일을 해결하고 돌아올 때까지 큐가 목숨을 부지하길 바라며 말이야.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일이 복잡하게 변한 것인지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본드는 리프트에 몸을 실었고, 그때 루이스의 패에 넘어간 저의 판단을 탓하며 안주머니에 있는 발터를 만지작거렸어. 이번에는 절대로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야.












얼마나 지났을까. 큐가 힘겹게 눈을 떴을 때 그걸 발견한 간호사는 소리를 지르며 의사를 불렀어. 그에게 다가온 의사는 정신이 드냐고 물으며 상태를 체크했지. 고개를 끄덕여보려고 해도 몸에 힘이 도통 들어가질 않아 그저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어. 다행히 그의 뜻을 알아차린 의사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태너에게 전화를 걸었어. 한숨 돌리게 되었으니 한동안은 괜찮을 것이라고 말이야. 병실을 나가며 통화하는 의사의 말을 들은 큐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를 썼어. 코를 찌르는 피 냄새와 알코올 향, 그리고 물을 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 처음 눈을 떴을 때 분명 지금 있는 곳이 병원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눈앞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어. 아, 내가 지금 누워있구나. 병원 침대에. 으, 피 냄새. 그러다가 차츰 머리가 맑아지고 본드가 저를 업고 차에 태웠던 기억이 떠올랐어. 갑자기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본드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간신히 한 손을 들어 제 발치에 있던 간호사를 불렀어. 움직이지 마세요, 라며 무서운 얼굴을 하고 간호사가 다가왔지만 큐는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같이 온 사람 좀 불러달라 부탁했어. 그 말을 들은 중년의 간호사는 아, 혹시 머리색이 금발인 분 말씀하시나요? 그분 태너씨랑 급하게 본부로 돌아갔어요 라고 말하며 휴대폰을 가져다주겠다고 덧붙였지. 자신의 몸에서 갑자기 왜 피가 솟구쳤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큐는 그저 자기는 이제 괜찮으니 안심하라고 말하기 위해 불러달라 한 것일 뿐, 지금 그가 국경을 넘어 목숨을 걸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놈에게 가고 있다는 것도 몰랐어. 





허름한 건물 앞에 멈춰선 본드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미리 동선을 짰어. 물론 그가 계획은 세운다고 해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말이야. 다시 한 번 제가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점검한 후 태너에게 신호를 보내고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어. 아니나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양옆에 서 있던 루이스의 부하들이 그를 결박했지. 본드는 예상했다는 듯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어. 한참을 가다 보니 이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철문이 나타났고 아주 천천히 끼익 거리는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열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어. 이 문 너머에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상대인 루이스가 있겠지. 



"안녕. 더블오세븐.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어."


"환대가 시원찮군. 시간이 없으니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지. 원하는 게 뭐야?"



여유롭게 미소를 품은 얼굴로 그에게 웃어 보인 본드는 티 나지 않게 방 안을 슬쩍 둘러보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MI6 소속 첩보 요원 5명, 루이스의 조직원이 4명 그리고 컴퓨터 2대와 서류철 한 묶음. 그것이 다였어. 사실 더블오 요원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게 기본 룰이었지만 더블오 요원으로 승격하기 전 같이 일했던 동료이기에 두 명은 알아볼 수 있었지. 남몰래 그들을 지켜보던 본드가 시선을 거두고 다시 루이스를 쳐다보자 그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지. 물론 본드는 가볍게 그 말을 무시하고 신발에 묻은 피를 카펫에 닦았지만 말이야.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앉지 그래? 영 몸이 예전같지 않잖아. 안 그래?" 


"길게 말 늘어놓는 건 내 타입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렇게 내 몸을 생각해준다면 그냥 빨리 끝내지 그래?"



병원에 누워서 사투를 벌일 큐를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해진 본드가 간신히 초조한 기색을 감추고 맞받아쳤지. 소매 끝이 시계에 걸린 것을 바로잡으며 본드가 요구 사항을 말하라고 재언했어. 루이스는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를 싹 거두더니 고개를 까딱해 제 조직원에게 다가오라고 신호를 보냈어. 부하는 루이스에게 책상에 있던 서류철을 가져다주었고, 다시 그가 본드에게 그 서류뭉치를 던졌어. 본드의 허벅지에 부딪힌 서류철은 착-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고, 미간을 찌푸리며 그걸 빤히 바라보던 본드가 결국 허리를 굽혀 주워 올렸지.  겉표지를 넘기자 제가 몇 년 전에 맡았던 사건의 표적이었던 사람의 사진이 붙어있었어. 



"설마 기억 못 하는 건 아니겠지? 내 동생이야. 네가 머리에 숨구멍을 여러 개 만들어 준 바람에 지금은 여기 없지."


"복수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 않았나? 한 입으로 두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아아 그랬었지. 사실 사이가 그렇게 좋진 않았거든. 처음 걔가 죽었다는 소릴 들었을 때는 아 그 새끼 깝치다가 그럴 줄 알았다 싶었어. 그런데 걘 유일한 내 혈육이었고, 어느 날 갑자기 열이 확 오르지 뭐야. 게다가 넌 어린 애인까지 두고 잘 사는 것을 보니까 배알이 꼴리더라고. 그 사건이 있던 날 혹시나 내가 죽여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애타게 바라보던 네놈의 눈빛을 보니 오기가 생겼어. 어때. 이 정도면 꽤 타당한 이유이지 않아?"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결론이나 말해. 네 눈물겨운 형제애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거든."



이런 사건을 벌인 루이스의 의도를 알게 된 본드는 사실 속으로 바싹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태연한 척 굴었어. 



"그래그래. 급하기도 하지. 생각해 봐.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일 것 같아? 우리가 동등해지려면 네놈이 죽든가 아니면 니가 가장 아끼는 사람이 죽든가 해야지 않겠어? 응? 예를 들면 그 까만머리의 귀염둥이 말이야. 이미 죽어가고는 있지만."



본드는 무어라 덧붙이려다 갑자기 귓속 가득히 울리는 태너의 목소리에 곧바로 입을 다물었어. 우선 제 말이 들리면 헛기침을 하라는 태너의 말에 본드는 입에 주먹을 쥔 손을 가져다 대고는 짧게 헛기침을 했어.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으로 루이스를 바라보며 속여넘겼지.



- 본드. 큐가 깨어났어요. 그리고 투여된 약 성분을 모두 파악했고 내일 오전 안으로 해독제를 완성할 거라고 해요. 그러니 그 문제는 신경 쓰지 마요."



아. 큐가 깨어났다니. 게다가 해독 방법을 알아냈다니. 순간 기쁨의 환호를 지를 뻔했다가 간신히 스스로를 통제하고는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루이스에게 향해 있던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며 재빨리 머리를 굴렸어. 해독제가 필요 없어진 이상 질질 끌 필요도 없고, 또 그 순간 본드가 알아차린 것이 있었기에 다음 행동으로 옮길 준비를 했어.



"그럼 해독제를 포기하겠어. 죽여. 어차피 그를 대신할 직원은 많거든."


"뭐?"


"아, 그리고 네 첩보원이 누구인지 어떤 대단한 능력을 갖췄는지 모르겠지만 좀 오래된 정보를 물어다 준 것 같군. 네가 모르는 게 두 가지가 있어. 우리 헤어진 지 꽤 됐어. 잠깐 죄책감을 가지고 잘해주긴 했는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는 더 이상 아냐. 그러니 내겐 직장 동료 이상의 감정이 없어. 그리고 내가 여기 온 건 다른 볼일이 있어서였거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의사로 심어둔 내 부하도 네가 여전히 그 새끼를 좋-"


"아아. 이미 말했잖아. 죄책감 때문이라고. 네 말이 다 끝났으면 이제 내가 발언할 차례인가? 우리 첩보원들의 존재는 어떻게 알아낸 거지?


"그건 이 만남의 목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니 대답하지 않겠어. 정말로 그놈의 목숨을 포기하는 건가?"


"몇 번을 다시 말해야 알아들을 텐가? 필요 없다고. 이미 나를 백업할 요원도 구해뒀어. 저번이랑 상황이 다르거든. 그때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장 없어서는 안 될 직원이었고. 다시 물을 건데 이게 마지막 기회야. 어디서, 어떻게, 그리고 왜 우리 정보원들을 살해한 거지?"


"그건 저기 누워있는 저놈들한테나 물어봐. 아하, 이미 뒈져서 그럴 수가 없겠군."



루이스는 본드의 심드렁한 태도에 당황했으면서도 애써 침착함을 가정하여 말했지. 제가 쥐고 있던 해독제가 쓸모 없어지자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지만 마땅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어. 뒤에 서 있던 부하들도 웅성거리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하는데 본드가 다시 말문을 열었어.



"그리고 네가 모르는 또 한 가지 사실은 말이야."


"뭐-"


"네가 내게 건네 준 이 문서에 이미 내 물음에 대한 답이 나와있네. 내게 이 자료를 건네줄 때 그 정도는 신경썼어야지. 해독제만 가지고 네가 이미 이 싸움에서 이겼다고 생각했겠지. 싸움 도중에는 항상 긴장하고 있는 게 기본인데."



그와 부하들이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잽싸게 안주머니에서 발터를 꺼내든 본드가 루이스부터 하나하나 제거했어. 그의 인이어로 태너의 앓는 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했지. 



-더블,오,세븐. 다 제거해버리면-


"걱정 마. 이미 내 손에 있는 이 서류에 다 적혀있어.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요원 중 한 명은 아직 살아있더군. 그치 K?"


"눈치챘군.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이미..."


"대답할 기력이 있었으면 백업해주지 그랬나. 그랬더라면 총상을 입지 않았을 텐데."



본드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 총탄에 욱씬거리는 팔을 두어 번 위아래로 흔들더니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애쓰는 K를 도와 부축했어. 그리고 태너에게 이곳을 뒷처리 할 병력을 투입하라고 부탁했지. 물론 이미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한 K를 치료할 의료진과 헬기도 포함해서 말이야. 죽은 루이스와 그의 부하들을 마지막으로 확인 사살한 후 본드는 그 방을 떠났어. 이미 피비린내라면 질리도록 맡았기에 한시도 그곳에서 머물고 싶지 않았거든.












태너에게서 본드가 임무를 맡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잠들었던 큐는 꿈에서 모래밭을 걷고 있었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자꾸만 발이 푹푹 빠지는 바람에 슬슬 짜증이 났지. 그때 저 멀리서 본드가 손을 흔드는 게 보였어. 가까이 가려고 해도 자꾸만 모래에 발이 묶여 전진할 수가 없었지. 그러다 언뜻 본드의 발밑에 물이 가득한 것이 보였어. 뭐야, 나 지금 스틱스 강이라도 건너나. 큐는 손을 들어 눈을 비비며 다시 본드의 발치를 쳐다보았는데 자세히 보니 물이 아니라 퍼렇게 물들어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의 시체였어. 이상하다 왜 몸에서 파란색 피가 흐르지. 모래 속으로 발이 빠지고 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고개를 앞으로 쭈욱 빼 살펴보던 큐는 그것이 피가 아니라 본드의 눈물이라는 것을 알아챘어. 그리고 그 순간 이게 꿈이라는 것을 알아챈 큐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감았다 다시 떴을 때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어. 저 멀리서 자기를 지켜보며 손을 흔들던 본드가 바로 옆에서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지.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질 않아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멍하니 그늘진 본드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어. 본드 역시 아무런 말이 없었지. 그러다 그의 손에 닿는 이불의 감촉에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본드에게 언제부터 보고 있었냐고 소름 끼치게 왜 아무 말도 없냐고 물었어. 본드는 큐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려 하는 것을 보고는 도와주려고 상체를 그에게로 숙였어. 그 순간 본드의 어깨에 붕대가 감겨있는 것을 보고는 큐가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어. 거, 거기 왜 그래요? 하고 말까지 더듬으면서 걸리적거리는 링거 튜브를 이리저리 흔들었지. 그러자 본드가 너 들고 오다가 무거워서 팔이 빠졌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놀려댔지. 큐는 하나도 안 웃기다고 하면서도 이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진짜로 살이 쪘나 허벅지를 만져보았어. 최근에 통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본드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야. 여전히 살가죽이 뼈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안도하던 큐는 갑자기 기침이 터져 나오자 당황해하며 재빨리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들어 입을 가렸어.  



"분명 해독제를 투여했다고 했는데 왜 다시 피가?"



이번에는 본드가 당황해서 말릴 틈새도 없이 연거푸 큐의 머리맡에 있는 벨을 눌려댔어. 큐가 기침하면서도 오른팔로 본드의 손을 잡아끌어내리며 아, 잠결에 들었는데 아마 한동안 이럴 거라고 했으니 걱정 안 해도 되니까 그것 좀 그만 눌려대라고 말했지. 그제야 아-하는 멍청한 소리를 내며 본드가 벨에서 손을 뗐어. 이미 간호사와 의사가 그들을 향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지만 말이야.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지금, 큐와 본드는 오늘도 한바탕 전투를 벌였어. 아 물론 서로 다른 타입의 두 전투였는데 하나는 MI6에서였어. 여전히 제멋대로인 본드에게 큐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움직이면 지원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어. 하지만 끝내 큐의 백업은 참고만 하며 멋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던 본드가 임무를 성공적으로 해내자 큐는 아무런 말도 잇지 못하고 그저 붉으락푸르락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큐브랜치 직원 모두에게 보여주어야만 했지. 태너는 가만히 짝다리를 짚고 서서 발목을 돌리기만 할 뿐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지 않았어. 괜히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되고 싶지는 않았거든. 말로리와 태너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모두에게 수고했다며 오늘은 일찍 퇴근해도 좋다고 말하였어. 그리고 작게 주먹을 쥐고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큐에게 다가가 보고서는 내일 오전까지 작성하고 본드에게 발터를 반납하라고 전해주라고 부탁하였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던 큐는 쾅 소리 나게 노트북을 닫으며 짐을 챙겼어. 큐가 자아내는 살벌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임무를 마친 MI6 지원팀은 환호를 지르며 집에 갈 채비를 서둘렀지. 







집에 돌아온 본드는 불이 꺼진 거실에 들어섬과 동시에 더듬거리며 전등 스위치를 찾았어. 그리고 간신히 불을 켰을 때, 저를 노려보고 있는 큐를 발견할 수 있었지.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본드는 큐에게로 황급히 다가가 다짜고짜 껴안았어. 이거, 놔, 요. 하며 아등바등거리던 큐가 씩씩거리며 본드의 어깨에 콧김을 내뿜었어. 하지만 알다시피 본드가 지능으로는 몰라도 힘에서는 밀릴 인간이 아니었지. 한동안 꽉 껴안은 채 어차피 잘 끝냈잖아.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 오늘 저녁 먹었어? 앞에서 컵케익 팔길래 사왔는데 먹자. 하고 끊임없이 말을 이었지. 이윽고 제 어깨를 밀어내던 큐의 손에 힘이 빠지자 그제야 큐를 놓아준 본드는 두 손으로 큐의 볼을 감싸며 쪽쪽하고 버드키스를 했지.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던 큐가 얌전히 있다 싶더니만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본드의 목에 매달려 잡아먹을 듯 키스를 했어. 당황한 본드가 뒤로 주춤 물러났지만 큐는 바짝 몸을 그에게 붙인 채 더 강렬한 자극을 갈구하듯 행동했지. 그리고 그렇게 오늘 2차 전투가 벌어진 거야. 물론 침대에서 말이야.





상체를 반쯤 일으켜 침대 헤드보드에 기댄 채 코에 크림을 묻혀가며 컵케익을 먹던 두 사람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서로를 쳐다보았는데 그게 순간 너무나도 웃겨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트렸어. 이젠 서로를 완전하게 믿는 큐와 본드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물론 가끔 투닥거리며 싸우기는 했지만 그것은 큐가 예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본드를 대한다는 뜻이기도 했기에 오히려 좋은 징조였어. 히터를 세게 틀어 갑갑한 것인지 큐가 이불 속에서 끙끙거리며 발을 빼내더니 턱-하고 본드의 다리 위에 걸쳐 올렸어. 미소를 지으며 컵케익을 야금야금 파먹던 본드의 눈에 문득 큐의 발등 위 화상 흉터가 들어왔지. 본드가 먹던 것을 멈추고 제 흉터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큐는 다시 재빨리 이불 속으로 발을 집어넣었지만 이미 본드는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어. 



"미안해. 아마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겠지. 잔인하게 굴어서 미안해."


"이건 진짜로 실수였다니까요. 난 겁쟁이라 팔팔 끓는 물을 내 발에 부을 정도로 용기 있진 않아요. 기껏 해봐야 칼에 손 베이거나 굶는 게 다였으니까. 왜 그랬나 몰라. 멍청하게."


"어찌 되었건 간에 미안해. 흉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며."



본드가 이불 속에서 제 발을 끌어다 큐의 발등 위에 올리고 발가락 끝으로 살살 흉터 있는 부위를 문질렀어. 간지러운 듯 큐가 몸을 뒤틀고 웃으며 그럼 앞으로 잘하라고 대답했지. 큐가 마지막 남은 케익 조각을 입에 털어 넣고는 협탁 위에 놓인 휴지를 몇 장 뽑아다가 몸에 묻은 본드의 흔적을 슥슥 닦아냈어. 그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던 본드가 뜬금없이 다른 사람이랑도 사귀어 볼 걸 후회하지 않냐고 물었어. 흐음-하고 말을 끌며 뒤처리를 마저 하던 큐는 별로? 라고 짧게 대답했지. 원하는 대답을 들어 내심 기분이 좋아진 본드가 다시 한 번 짓궂은 질문을 했어. 



"나보다 속궁합이 더 잘 맞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랑만 해봐서 모르는 것뿐이지. 다른 사람이랑 자고 싶다는 생각 한 번도 안 해봤어?"


"나 다른 사람이랑 잔 적 있는데."



무심하게 대답하고는 휴지를 버리러 일어서려는데 뒤에서 본드가 큐의 허리를 감아쥐고는 제게로 끌어당겼어. 어어-하며 본드의 완력에 딸려간 큐가 벌러덩 누운 채로 시선을 위로 돌리자 그를 무섭게 내려다보고 있는 본드의 얼굴이 보였지. 본드가 자세를 고쳐앉으며 한 손으로 큐의 가슴팍을 누르더니 언제?하고 되물었어. 얼굴에 그늘이 지자 큐가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대답했지.



"어...나 당신에게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는 버티다가 결국 집 나간 날있잖아. 그 날 펍에 갔다가 홧김에..."



제 가슴팍 위에 얹은 손에 힘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본드의 얼굴도 약간 벌게진 것 같긴 한데 빛을 등지고 있으니까 큐는 그가 화가 났는지 안 났는지 긴가민가했지. 내심 질투하길 바라면서 말이야. 그래서 좋았냐고 묻는 본드에게 큐는 무슨 대답을 원하냐고 심드렁하게, 하지만 놀리듯이 되물었어. 본드는 제가 저지른 짓도 까맣게 잊고 큐가 다른 사람이랑 잤다니까 막 속이 타서 죽겠는데, 큐는 별것 아니라는 듯 행동하면서 알람이나 맞추고 있으니까 돌아버리겠는 거지. 자기가 놈팽이 짓을 해봤기 때문에 더 신경 쓰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래서 제 손 아래 눌린 채로 시계를 만지작거리는 큐의 배를 간지럽히면서 다시 물어보았어. 



"되게 유치하고 한심한 질문이기는 한데, 좋았나?"



거의 처음으로 제게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 본드가 신기하기도 하고 좋기도 해서 조금 더 이 상태 그대로 놀릴까 하다가 큐는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그러니까 아- 음. 그때는 사실 좋고 나쁘고 느낄 여유가 없었어요. 당신이랑 정말로 헤어진다는 생각밖에 안 들거든요."


 
큐의 솔직하고도 진지한 대답에 본드가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제서야 다른 한 손에 꽉 쥐고 있던 침대시트를 슬며시 놓았어. 이미 찢어지기 직전이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큐의 가슴 위에 올리고 있던 손에 주고 있던 힘도 풀었지. 본드가 안심하는 모습을 보자 괜히 서운해진 큐는 다시 한 번 본드를 놀리기로 마음 먹었어.



"그런데 말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 진짜 좋았던 것 같아요. 되게 다정하고 배려깊은 사람이었거든요. 기억하죠? 그때 제임스 당신 되게 나 함부로 대했잖아요. 그때 생각하면 아, 진짜. 내가 무슨 욕정 풀어주는 도구도 아니고." 



큐가 눈썹 끝을 양 관자놀이로 축 늘어뜨리며 속상해하는 표정을 짓자 미안하기도 하고 동시에 원나잇 상대가 좋았다고 말하니까 짜증 나기도 하고 해서 본드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어. 심지어 큐가 아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드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 그래서 큐가 어...내가 생각하던 반응이 아닌데 싶어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고개 숙인 본드의 얼굴 밑으로 제 얼굴을 쑥 집어넣었어. 그리고 그의 가슴 부근을 파고들며 올려다보았는데 본드가 씨익하고 웃고 있었겠지. 이게 뭐하는...?하고 황당해하며 큐가 고개를 빼려는데 본드가 위에서 콱 눌리며 진득하게 키스를 해왔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큐를 바로 눕혀 그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지. 큐가 발끝으로 본드를 밀어내며 이제 그만 자야 된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그깟 발길질에 밀려날 본드가 아니었지. 약한 스탠드 불만 켜진 그들의 침실에서 잠시 다투는가 싶더니 이윽고 낯뜨거운 소리가 방문 틈새로 새어나왔어. 오늘 밤도 여느 때와 같이 길어질 게 뻔했지.
2013.12.18 (07:33:53)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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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쬲 ㅠㅠㅠㅠㅠ 선생님 대작을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
결국 마지막엔 행쇼라니 ㅠㅠㅠ!!
[Code: 7397]
2013.12.18 (14:52:39) 신고
ㅇㅇ
모바일
선생님 사랑해ㅠㅠㅠㅠㅠ
[Code: 0fe9]
2013.12.18 (19:28:24)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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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거 나오는 걸 기다리겠다고 몇일을 여기서 서식한거야...흡
[Code: cc01]
2014.01.24 (16:35:41)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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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많이많이기다렸는데 이제야봤어요ㅜㅜㅠㅠ
[Code: e859]
2016.10.14 (20:57:05) 신고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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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
[Code: a9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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