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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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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주의, 다 주의, 억지주의 

















실직을 당했다. 


제 발로 나왔지만 상황을 고려할 때 실직을 당했다고 표현하는 게 타당했다. 너는 결코 남들보다 뒤지지 않았으나 어쩐지 4년차 5년차가 되어도 승진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팀 내 1명뿐인 여자라 차별을 받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게 정답이었다. 참아야 할 게 따로 있지 이런 걸 참고 있을 수 없어서, 매년 시행하는 관리자와의 면담에서 '내가 이대리, 박대리, 김대리보다 못한 게 없고 오히려 그들보다 더 회사에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만 매년 승진에 누락되는 것을 보니 무언가 차별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라면 잘못된 것 같다. 나는 굉장히 낙담해 있는 상태이다'라고 말했다가 그 다음부터 기도안찰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하는데...뭔가 실적을 올릴만한 일을 주지 않으니 이건 대놓고 네가 아무리 잘해봤자 소용없다는 관리자의 답변이 아닌가. 이게 내가 매일 폐인처럼 야근 특근 해가며 다닌 노고에 대한 보상이라니. 그래서 관리자의 얼굴에 사표를 던지고 싶었지만 정중히 두 손으로 건네드리고 대신 며칠 밤을 세워 작성한 부당한 대우에 관한 보고서를 감사팀에 제출 후 상쾌한 마음으로 회사를 나왔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막상 계획 없이 덜컥 회사를 관두고 보니 뭘 해야 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친구들은 다 회사를 다니니 같이 놀아달라 할 수 없었고. 집에서 뭐라뭐라 질책하는 건 없는데 이상하게 눈치가 보여서 맘놓고 편히 늦잠도 못 자겠고. 그렇게 한달 정도 탱자탱자 놀다가 뭔가를 좀 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뭘 할까. 내가 그 동안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게 뭐가 있었을까.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그 중에 이렇게 대책 없이 시간이 널널할 때 해야 하는 게 뭘까 생각 했는데 장기여행이라는 답이 나왔다. 장기힐링여행. 지난 5년동안 개같이 벌어놓은 돈이 있으니 돈은 문제 없었고. 유럽같은델 가고 싶었는데 뭔가 요즘 테러니 뭐니 위험한 일이 많아서 어학연수를 갔었던 미국으로 가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LA에 살고 있는 지인에게 연락을 넣었고, 저렴하게 장기투숙이 가능한 숙소를 소개 받았는데 그 곳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LA에 도착해서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문제는 시차 적응이었다. 한국에서 나름 저녁형인간으로 살았기 때문에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LA에 와서도 저녁형인간으로 살게 될 줄이야. 매일 낮에는 퍼질러 자고 저녁에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웹서핑이나 하는, 남들이 보면 대체 뭐 하는 지랄일까 싶은 생활을 3일정도 이어가다가, 정신을 차리고 돈을 위해서라도 시차적응에 성공을 해서 알찬 여행을 한번 해보자,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려보자, 나름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잠과 싸웠으나, 새벽 6시 쯤이 되자 도저히 밀려드는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너는 편한 트레이닝 복을 입고 조깅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매일 뒹굴 거린 탓 + 수면부족으로 인한 체력저하로 얼마 뛰지도 못하고 호흡곤란을 겪어 결국 달리다 말고 벤치에 앉아 헉헉 숨을 쉬었다. 정말 세상만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싶어서 젠장젠장 속으로 욕을 하다가 '아니 아니지. 이제부턴 내가 나를 사랑해 주어야 해. 이 개 같은 세상은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는 거 같거든. 그러니 일단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하기로 하자. 이 저질체력도 잘 가꾸면 고급이 될지도 몰라. 아니 고급이 아니면 어떠리. 세상 즐겁게 살기만 하면 된다. 그럼 그렇지. 힘내자. 할 수 있다 나 자신아. 파이팅이다. 파이팅!!!'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힘차게 두 주먹을 하늘로 뻗었다. 그 순간 뻑!!!!하는 소리가 나며 주먹에 엄청나게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으악!!!내 주먹!!..주...으...으헉..." 



말 그대로 주먹이 깨지는 아픔이었다. 이게 뭐야 도대체! 너는 주먹을 품에 끌어안고 악악거리다가 바닥에 널브러진 다리 한 쌍을 보았다. 왜 다리가....세상에!!! 어떤 선글라스를 낀 웃통을 벗은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뭐야!! 변태인가!!!! 


끄으응...끄으... 


하지만 자세히 보니 남자는 턱을 쥐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 설.....마....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현실이 되어 목을 조르는 법. 너가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지른 그 주먹에 남자의 턱이 맞았고 그대로 뒤로 나자빠진 모양이었다. 


세상에 이걸 어쩌면 좋아. 내가 저 남자를 폭행한 거나 다름없잖아!!!!!!! 


이제 주먹이 아프지도 않았다. 심장이 마구 뛰는데 이상하게 체온은 계속 내려가는지 손발이 차갑다 못해 저려오기 시작했다. 너는 조심스럽게 그 남자의 머리맡으로 다가갔다. 



"저...저기요...괜찮으세요?..." 

"...으....뒤통수가...깨진 것....같아...." 



뒤..뒤통수가 깨..깨지면...죽는 거 아냐?  

.....아니야...사람의 뒤통수는 그렇게 쉽게 깨지지 않아. 

않겠지...? 

....않아야 되는데? 


너는 일단 뒤통수가 정말 깨졌는지 확인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 남자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조심스럽게 그 남자의 머리를 들어 확인 했다. 머리가 좀 커서 그런지 무거웠지만 뒤통수를 더듬어보니 피는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정말 천만다행이다 진짜... 



"...저기...피는 안 나는데.....많이 아프세요? 구급차 부를까요?" 

"아니..괜찮아요." 



남자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남자는 상체를 일으켜 앉아서 뒤통수를 몇 번 문질렀다. 



"...아프세요? ...어지럽거나, 이상한 소리가 들리거나 그러진 않으세요??" 

"...네. 그렇진 않네요." 



아....다행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턱에는 조금 문제가 있을지도..." 

"턱이 아프세요?? 입이...잘 안 벌려지거나...아니면 통증이?..." 



너가 정신 없이 묻자 남자가 고개를 돌려 너를 쳐다보았다. 



"앞니 몇 개가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 



아.....세상에 맙소사...이빨....이빨은...안 되는데.... 


이 남자는 상어가 아니기 때문에 한번 빠진 이빨은 다시 나지 않을 것이며 만약 남자의 이빨이 빠진다면 그때는 너의 전 재산을 털어 넣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다시 한번 너의 체온이 차갑게 식었다.  


아 제발...어쩌면 좋아. 흑...임플란트...미국은 임플란트가 얼마나 하지? 



"농담입니다." 



...장난하나 이게...  



"그렇게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으니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턱에 멍이 들 것 같은데...당분간은 일을 쉴 예정이라...아. 광고 화보 촬영이 있었나? 음...메이크업으로 어떻게 하면 되겠지..."  



....광고 화보? 


너는 지금 뭘 들은 건가 싶어서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계속 뭐라 중얼거리고 있는 핑크빛 입술. 여드름 자국이 남아있는 예민해 보이는 피부. 짙은 눈썹과 선글라스 속의 밝아 보이는 눈동자가 마치... 



"크리스....파인." 

"네?" 

"크리스 파인이세요?" 

"그런데요." 



헐 세상에 내가 헐리웃 배우를 쳤다니.  


너는 벙찐채로 벌써 여러 번 찾았던 세상을 계속해서 찾았다. 세상에...세상에나...세상에 이런 일이.... 



"괜찮은 것 같으니 전 먼저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자..잠깐!" 



너는 일어나려고 하는 크리스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가다니, 어딜?! 



"가면 안돼요! 잠깐만요. 그냥 가면 어떡해요?!" 

"그냥 가면 안 되는 이유라도..." 

"만약에 뇌..뇌진탕이면 어떡해요?" 

"괜찮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하지만 아까 머리가 깨진 것 같다고 했잖아요!" 

"괜찮다고도 얘기 했는데요." 

"제가 괜찮지 않아요." 



일반인도 아니고 무비스타를 다치게 해놓고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너는 크리스의 팔을 붙들었다. 


만약에 크리스 파인이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혔는데 턱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다면?? 전 세계의 크리스파인 팬들이 들고 일어나겠지? 누가 저 뾰족한 턱에 멍이 들게 했는지 궁금해 할거야. ..파파라치?? 설마 지금도 파파라치가 날 찍고 있는 거 아냐???? 


너는 주위를 빙빙 둘러보았다. 다행히 파파라치는 없는 것 같았다. 


...정말 없는 걸까. 저번에 어디서 보니까 아주 멀리서 숨어서 줌으로 땡겨서 찍는 것 같았는데...만약에 내가 크리스 파인을 주먹으로 친 게 파파라치로 찍혔다면? 그럼 난 전세계적으로 쌍욕을 먹는 건가? 거기다가 크리스 파인이 날 그냥 보내주긴 했지만 만약에 정말 뇌진탕 후유증이라도 와서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가서 날 턱 뺑소니로 고소할 수도 있잖아. 이 남자가 말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나에게 그냥 가도 된다고 허락한 증거도 없고.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지금 저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고 당신이 연락처를 알려줘도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기억할 자신이 없군요. 당신이 뭘 걱정하는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상태가 나쁘지 않으니 이대로 서로 헤어져도 될 것 같습니다." 



상대가 이렇게까지 얘길 하니 더 이상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크리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너에게 손을 뻗었다. 너는 크리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럼...특별한 이상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주세요. " 

"...그렇게 하겠습니다." 

"꼭이요." 

"하하..네." 



크리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너는 멀어지는 크리스의 맨 등을 보며 그의 건강을 간절히 빌었다. 그러는 와중에 왜 저 남자는 웃통을 벗어 제끼고 조깅을 하는 걸까. 어메리칸스타일인가? 하며 생각하다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반팔티를 발견했다. 왜..저게..여기에...너는 찝찝한 마음으로 반팔티를 집어 들었다. 좋아해야 되는 건지 싫어해야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2017.01.12 (19:37:24) 신고
ㅇㅇ
모바일
그 이후의 억지스러운 연애는 어떻게 진행되는건지 너무 궁금해요 센세 어나더는 필시 있는 거겠조?
[Code: 0fae]
2017.01.12 (19:53:48) 신고
ㅇㅇ
모바일
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존나 신난다 파인너붕붕 갸아악
[Code: e4d0]
2017.01.13 (02:40:08) 신고
ㅇㅇ
모바일
센세 어나더!!
[Code: 0a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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