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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6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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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피터 





  피터는 쉬지않고 말을 달렸어. 거의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었지. 밤새 한 순간도 쉬지 않았지만 피터는 전혀 피곤한 기분이 들지 않았어. 오히려 완전하게 깨어있는 기분이었지. 온몸에 피가 빨리 돌고 세포들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어. 그의 온 정신과 온 몸이 생각하고 있는건 오직 산사 뿐이었어. 피터는 이를 악물고 말을 달리고 있었어. 이런 감정을 느껴본게 얼마만인지 피터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어. 어쩌면 태어나서 처음일지도 모르는 일이었지. 그의 온 감각은 당장 산사가 그의 곁에 있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었어. 그외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 오직 강렬한 열망과 순수한 분노 뿐이었어. 순식간에 누가 그의 몸속에서 무언가를 뜯어내 가져가 버린 것과 같았지. 원래 그의 것이고 그에게만 속하는 무언가를 말이야. 


 그의 옆에서 급하게 말을 달리고 있는 브론은 이 상황이 꽤 당황스러웠어. 물론 한낮에 베일리쉬의 부인이자 공주를 낚아채 간 상황 역시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지. 그렇지만 제 고용주가 저런 얼굴을 하는걸 보는것도 처음이었어. 브론은 제 고용주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 느물거리는 그 재수없는 웃음을 지우지 않을거라고 생각해왔거든. 하지만 지금 피터의 얼굴은 지나치게 심각했어. 브론은 피터가 망설임없이 배신한 용병의 배의 단검을 찔러넣었던 것 역시 똑똑히 보았지. 브론은 그저 묵묵히 말을 달렸어. 여기서 그를 말로 설득하거나 하는건 아무 소용도 없을거란걸 알았지. 그저 그가 할 수 있는건 주인을 따라 밤새도록 말을 달리는 것 뿐이었어. 적어도 후에 피터 베일리쉬가 꽤 많은 양의 금화를 쳐줄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했으니까. 



 아린 협곡에 들어서자 브론은 약간 주춤했지만 피터는 저를 향해 겨눠져 있는 수많은 화살들을 보면서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어. 그는 익숙하게 말을 부려가며 좁은 협곡을 통과했지. 브론은 그들이 완전히 아린 가문의 소유지에 들어섰다는걸 깨달았어. 돌이킬 방법도 없었지. 피터는 망설임없이 블러디게이트까지 말을 달렸어. 브론의 걱정과 달리 문을 통과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그는 라이사 아린의 약혼자로 내정되어있었으니까. 



 "베일리쉬 경!" 



 네스토 로이스가 호위병들을 거느리고 성에서 뛰쳐나오다시피 했어. 피터를 저지하도록 명령받은 모양이었지. 피터는 이를 악물고 겨우 차분한 얼굴을 했어. 그리고 말에서 내렸지. 



 "로이스 경."

 


 로이스는 둔한 발걸음으로 피터의 말까지 걸어왔어. 그의 호위병들이 경계를 멈추지 않은채로 그들의 주인곁에 바싹 붙어왔지. 피터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거든. 


 "자네가 왜 여기왔는지 알고 있네."


 "그렇다면 비켜주게나." 


 "이건 이제 스타크 왕가의 문제로 넘어갔네. 자네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스타크.  

 그 단어에 피터는 머리끝까지 치솟는 분노를 느꼈어. 피터에게서 산사를 낚아채는 대담한 행동을 저지르려면 스타크 정도는 되어야했지. 아니면 라이사만큼 단단히 미쳤거나. 피터도 말을 달리며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보았지만 스타크가 이런 비열한 행동을 했다는건 여전히 믿기 어려웠지. 확실한 건 그만큼 그들이 피터와 산사의 결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



"지금 성 안에 있는건 그럼 롭 스타크인가?"



 피터는 즉각적으로 롭 스타크를 떠올렸어. 그는 젊고, 젊을 때라면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니까. 게다가 그는 곧 왕위를 물려받을 사람이니 거칠 것도 없었지. 산사는 그의 여동생이고 남부의 철왕좌에 속하기 전에 윈터펠의 성벽 안에 속하니까. 

 그렇지만 로이스는 고개를 가로저었어.



 "캐틀린 스타크께서 직접 와 계시네."


 

 로이스의 대답에 피터는 발끝까지 차갑게 식는 배신감을 느꼈어. 캣. 캐틀린 툴리, 캐틀린 스타크. 피터는 그 이름을 되뇌며 로이스를 그냥 지나치려 발걸음을 옮겼어.



 "베일리쉬 경!"


 "난 내 아내를 만나러 왔소." 


 "북부는 경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소."


 "로이스 경, 난 베일이 처한 곤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소이다. 이 작은 공국이 겪는 갈등을 말이오. 당신네들은 북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겠지. 특히 성의 안주인인 레이디 라이사가 지시한다면 말이야. 그렇지만 자네가 기억할 것이 있소."


 "......"


 "당신네들은 남부에도 따라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 존 아린이 섬기던 바라테온 왕가말이오. 난 일곱 신과 왕 앞에서 맹세를 했소. 그리고 그건 곧 왕의 뜻이고 왕좌의 법에 속하는 것이지."


 "경이 말하고자 하는건-"


 "내 결혼은 왕의 뜻으로 행해진 것이라는 말이오."


 "그리고 왕의 뜻을 따르지 않는 건 반역이다?"


 "따로 설명할 단어가 없는 것 같소이다만."


 "그럼 자네가 저지르는건 북부에 대한 반역이 아니고?"


 "로이스 경, 공주마마께선 날 선택하셨소. 공주마마를 납치한 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지." 

 

 


 그렇게 말하고 피터는 그저 로이스를 지나쳐버렸어. 어차피 호위병들은 그가 먼저 칼을 뽑지 않는이상 그를 제지할 수도 없었지. 


 피터는 거추장스러운 망토를 그냥 벗어서 떨어뜨렸어. 서리가 이는 새벽이었지만 피터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어. 온몸을 끓는 피가 채우고 있는데다가 오래 말을 달려 흥분이 가라앉질 않았지. 피터는 뛰듯이 계단을 올라갔어. 산사,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어. 그의 아내가 이 성 어딘가에 있을테였지. 그는 산사를 다시 만나야 했어. 그녀를 다시 제 정해진 짝으로, 일곱 신이 맺어준 아내로서 되찾는 것보다 더 원시적인 욕구가 피터 안에 존재했어. 단순하게 산사를 다시 보고, 다시 듣고, 다시 만져야만 한다는 갈증같은 감각이었지. 그의 손이 닿는곳에 그의 손끝이 어루만질 수 있고 그의 입술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산사가 있어야 했어. 그게 마치 정해진 것 처럼. 피터는 발을 빠르게 움직였어. 필요하다면 이 거대한 성의 모든 방의 문 하나하나를 다 열어서라도 산사를 찾아내야했지. 시녀 하나가 복도를 지나다 저승사자같은 얼굴을 한 피터를 보고 비명을 질렀어. 그리고 다음 순간 캐틀린 스타크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복도를 돌아 나타났어. 




 "산사에게 무슨 짓을 했어! 무슨 짓을 한 거야?"


 캐틀린은 인사도 없이 피터에게 달겨들었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캣."


 피터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캐틀린 앞에 멈춰섰지.


"내 딸이야, 산사는 내 딸이라고. 그런데 이젠 내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도 않아."


"지난 4년동안 산사가 변했으리라곤 생각해본적 없어? 언제까지나 너의 순종적인 어린 딸일거라고 생각했어?"


 피터가 입가에 비웃음을 걸쳤어. 캐틀린은 즉각적으로 그 냉소에 반응을 보여왔지. 


"내가 산사 곁에 있지 않았던 건 사실이야. 그렇다고 네가 곁에 있었던 것도 아니지."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노려봤어. 피터는 오랜 친구 사이의 정겨운 인사는 이쯤에서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어. 



"난 이 결혼을 무효화할 생각없어, 캣." 


"난 네가 내 딸을 이용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 없어." 


"산사는 선택을 한 거야."


"산사는 아직 어려. 제대로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 아니라고."


"산사에게 판단력이라는게 생기기도 전에 이미 바라테온에게 보내버렸잖아. 그건 맞는일이고, 지금 성인이 된 산사가 내린 결정은 틀린 일이라고?"


"말로 좋게 포장해서 넘어갈 생각하지마. 네가 어떤 식으로 상황을 빠져나가는지 다 아니까."




 캐틀린은 단호하게 말했어. 피터를 공격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게 눈에 보였지. 그렇지만 피터는 아무렇지도 않았어. 피터는 예의 그 비웃는 듯한 미소를 여전히 입가에 걸친채로 여유로운 말투를 가장했어. 



"오, 캣, 캐틀린. 인정하기 싫겠지만 산사가 날 선택했어. 내가 산사를 홀린게 아니라. 산사가 가질 수 있는 것들 중에 선택한거라고. 산사는 하이가든으로 보내지면 포로같은 생활을 하게 될 거란걸 알고 있었어. 티리온과 결혼하면 라니스터의 소유물이 된 다는것도 알았고. 내가 줄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도 이해하고 있어.  캐틀린, 산사는 어린애가 아니야."


"그런다고 네가 내 딸을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건 아니지."


"부정하지 않아. 대신 산사도 나를 이용하는거고. 결국엔 네가 산사를 누군가와 결혼시키는 행위도 그녀를 이용하는거고." 


"넌 산사를 내버려뒀어야했어. 네겐 라이사가 있잖아. 산사에겐 네가 필요하지 않아." 


"아무런 보호도 없이 산사를 킹스랜딩에 내버려두겠다고? 조프리 바라테온이 있는곳에?"


"조프리 바라테온은 마저리 티렐과 결혼할테고-"


"오, 조프리가 결혼한다고 해서 산사에게 손을 대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말 조심해, 피터." 


"캐틀린, 현실을 좀 봐. 눈을 뜨고 현실을 보라고. 북부의 가세가 기울고 있는걸 남부에서 모를것같아? 그들이 산사를 그저 내버려둘것같아?"


"피터, 제발, 네가 산사를 구해준것처럼 말하지마. 네가 좋은 의도로 움직이는 남자가 아니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솔직해지라고? 난 산사를 원해. 아니, 산사는 이미 내 여자야. 그리고 캐틀린, 너는 산사가 결혼한 게 '나'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택한거지, 이런 터무니없는 방법을. 내가 너에게 함부로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을테니까. 그게 네 솔직한 생각이었겠지."


 그게 가장 피터가 지울 수 없는 기분중 하나였어. 캐틀린은 피터를 얕잡아 보고 있었지. 그가 그저 손놓고 제 신부를 뺏기리라고 말이야. 캐틀린에게 피터야 어렸을적 제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하던 소년으로 기억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20년도 전에 일어난 일이었어. 피터는 이제 그 소년이 아닌 전혀 다른 남자였지. 웨스테로스는 그 남자를 경멸할 순 있지만 얕잡아 보진 않았어. 피터의 것에 손을 대면 어떻게 되는지는 똑똑히 알려져 있었으니까.


"단언하지마, 캐틀린. 난 너를 위해 검을 맞았었지만 그게 너에게 검을 겨누지 않으리란걸 보장해주는건 아니야."


 피터는 위협하듯 캐틀린에게 한 걸음 다가섰어. 


"특히 나에게서 내 것인걸 뺏어간다면 더더욱."


"...어렸을땐 네가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어."


"갖고 놀기에 좋은 놈이었겠지, 캐틀린." 


 피터가 쓰게 내뱉었어. 그리고 캐틀린이 그 문장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말을 이었어.


"날 그냥 순순히 산사에게 결혼시키는게 나을거야. 어떤 놈이랑 결혼시키던간에 난 산사를 몇번이고 되찾아올테니." 


그리고 그 문장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들리던 피터는 더이상 상관하지 않았어. 


 캐틀린은 잠시 피터의 표정을 들여다보았어. 피터는 매우 진심이었어. 진심으로 산사를 되찾을 생각이었지. 캐틀린 역시 피터가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어. 물론 어린시절에 일어났던 일들로 그를 얕잡아보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캐틀린은 자발적으로 이 결혼에 동의할 생각이 없었어. 모든 걸 제쳐놓고라도 산사는 북부의 공주였고, 피터는 여러모로 악명이 높은 남자였지. 캐틀린 역시 산사와 피터 사이에 떠도는 소문들을 북부에서까지 들을 수 있었어. 갑작스런 결혼이 이루어진 이유들에 대해서도 말이야. 캐틀린은 겨우 자세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어. 



 "네가 이미 이곳까지 와버렸으니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바지. 나와 산사는 내일 윈터펠로 향할거야. 그리고 네드와 이 문제를 이야기할거야."


"나 역시 윈터펠로 갈거야, 캐틀린. 그것 역시 네가 어찌할 수 있는 바는 아니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때까지 네가 산사를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거지."

 

 

 캐틀린이 단호하게 말했어.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지, 피터는 속으로만 그렇게 중얼거렸어. 캐틀린은 산사가 할 수 있는 일들 역시 얕잡아 보고 있는게 분명했지. 




2017.02.26 01: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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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센세에게는 선개추!!!!!
[Code: b294]
2017.02.26 10:11
ㅇㅇ
모바일
센세 너무 좋아요
[Code: a3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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