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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8 05:40

ㄴㅈㅈㅇ





타이어가 길게 끌리는 소리가 나더니 보닛 안쪽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엔진에 이상이 생겼거나 배터리에 이상이 생겼을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면 브레이크니 엑셀이니 신나게 밟아댄 탓에 다른 곳에 과부하가 걸렸거나.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남자는 허둥지둥 차에서 내려 교정을 가로질렀다. 아이에게는 몇 번이고 연락을 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째서 연락을 받지 않는지 이런저런 걱정으로 머리는 과부하에 걸릴 지경이었다. 걱정이 앞선 탓에 중력을 박차는 걸음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는 일도 없이 좁은 문을 통해 세상 밖으로 빠져나오는 아이들을 거슬러 빨갛게 페인트 칠 된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흐름을 거슬러 문 안쪽으로 도달하자 양 옆으로 길게 나뉜 갈림길이 보였다. 눈앞으로는 거대한 액자에 걸린 괴상한 그림이 보였고 그 옆으로는 학교의 트로피들이 장식장에 잘 정돈 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남자는 초조하게 제 핸드폰을 꺼내 다시 한 번 아이에게 전화를 걸며 허둥지둥 걸음을 옮겼다. 짧은 통화음이 이어지고 뚝하고 전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이제 미칠 지경이었다. 스스로 이성을 잃은 제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초조함에 다급한 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이를 찾아야했다. 제 아이가 제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고, 자신은 아이를 찾아야했다.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학교의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알턱이 없는 남자는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걸음을 옮겼다. 중간중간 아직 하교하지 않은 아이들이 남자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남자는 저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제 아이가 어딨는지 물어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헤맸다.

남자가 막 계단 이층을 올라가려던 순간,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제 손에 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케빈. 단조로운 몇 글자가 제 액정 가득히 떠오른 것을 보고 남자는 땀에 젖은 손으로 액정의 잠금을 해제했다. 여보세요?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잔뜩 떨리는 목소리는 꼭 겁에 질린 것 같았다.


[아빠]

“아가? 케빈, 너니?”

[흐윽]


남자는 큰 충격에 빠진 사람처럼 호흡을 멈췄다. 아이가 울고 있었다. 스피커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잔뜩 젖어있었고 떨리고 있었다. 울고 있다. 아이가 울고 있다. 남자는 그 자리에 굳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아빠, 도와주세요...]

“케빈? 아가, 너 어디니? 아빠가 지금 갈게.”

[여기, 여기 2층 과학실이에요. 아빠, 도와주세요...]


남자는 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퍼득 몸을 떨었다.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아가? 케빈? 케빈? 남자는 넋이 나간 사람마냥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불이 꺼진 핸드폰에선 따끈하게 열기가 피어올랐다. 남자는 어느새 달리고 있었다.

층계단을 빠르게 올라가다 남자는 다리를 헛디뎌 넘어졌지만 제가 넘어졌다는 사실도 몰랐다. 남자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계단을 올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나간 텅 빈 복도를 달렸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남자의 구둣발 소리를 땅땅 튕겨냈다. 사방으로 부딪히는 남자의 발걸음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우다가 열린 창밖을 통해 빠져나간다. 남자는 연신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과학실을 찾았다. 주변 풍경을 구경할 세도 없었다. 남자는 방금 자신이 지나친 곳이 어딘지도 몰랐다. 그저 빠르게 지나치는 풍경 속에서 과학실, 딱 세글자를 찾고 있었다.


“헉, 헉... 허억..”


땀이 남자의 턱끝을 타고 흘렀고 거친 숨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메우고 있었다. 남자는 파랗게 칠해진 철제문 안에 섰다. 손에 땀이 고였고 발바닥 안쪽으로도 흥건하게 땀이 고였다. 불안감에 눈앞이 흐려졌다. 흘러내린 땀방울이 눈 안쪽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문고리가 흐리게 보였다. 떨리는 손이 문고리를 잡았다. 소리도 나지 않을 만큼 조심스럽게 잡힌 문고리가 땀 때문에 미끄러졌다. 남자는 불안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문고리를 돌렸다.

처음 든 생각은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것 정도였다. 제 학창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목탁으로 만들어진 책상 몇 개가 적당히 거리를 두고 늘어져 있었고 벽면에는 각종 과학 용품이 즐비해 있었다. 인체 모형 몇 개와 최신식으로 보이는 기계도 몇몇개 보였다. 남자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그 모든 풍경을 눈에 담은 뒤에 제 아이의 모습을 찾았다. 언뜻 보이지 않던 풍경들을 천천히 주의 깊게 살피자 책상 사이로 하얀 등과 까만 머리카락이 저를 등지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케빈. 남자가 쉰 목소리를 내뱉었다. 제 발 밑으로 불안감이 흘렀다. 아이의 고개가 저를 향하는 것이 보였다.


“아빠.”


아이의 얼굴이 전과 달랐다. 예쁜 콧대도 깊이 있는 눈동자도 부드러운 입꼬리도 모두 같았지만 젖어있는 속눈썹과 얼굴에 튄 빨간 액체는 전에는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케빈. 남자는 절규하듯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제 보호자를 본 아이는 그제야 안심했는지 눈을 감고 길게 울었다. 아빠. 손을 쭉 뻗는 아이의 손끝이 젖어있었다. 아빠... 남자는 제게 뻗은 손을 보며 뒷걸음질치다 울먹이는 목소리에 제 아이에게 달려갔다.


“아빠, 아빠.”

“케빈. 어떻게 된 거니. 이게 무슨 일이야.”


손을 뻗은 아이가 남자를 끌어안고 울먹였다. 남자는 제 아이를 팔로 감싸 안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제야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였다. 반쯤 보이지 않던 아이의 얼굴의 반쪽은 상처로 물들어 있었고 다리에는 녹슨 쇳덩이가 박혀있었다. 남자는 그제야 하얗게 얼굴이 질려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케빈, 내 아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무슨 일이야.


“제, 제 잘못이에요. 케이시가 저를 쫓아왔어요. 그녀가 저를 위협했어요. 하지만 전 정말 그럴 생각은 없었어요.”


아이는 충격에 빠졌는지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횡설수설 말을 내뱉었다. 남자는 흥건하게 고인 피가 아이의 피라는 사실과 아이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놀랐다. 그녀가, 그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했어요. 저도 같이 죽이겠다고 했어요. 그녀가 저 밑에 있어요. 저기에요. 남자의 머리가 움직인다. 아이의 손끝은 창밖을 가리키고 있었다. 몸싸움을 벌이다가 그녀의 눈을 찔렀어요. 제가 그녀를 화나게 만들었어요. 그녀를 밀쳐내다가 그녀는 창밖으로 떨어졌고 저는 다리를 다쳤어요. 아빠. 아이가 울며 남자를 끌어안는다. 죽지는 않았겠죠? 너무 큰 소리가 들렸는데. 퍽, 하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뭔가 깨지는 소리요. 하지만 2충인데, 아니겠죠? 어떻게 해요.

남자는 머리가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이를 끌어안고 내팽겨쳤던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그의 머리로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911을 누르는 남자의 손길은 침착했다. 아이가 작게 울음을 토해내며 숨을 헐떡였다. 창가 너머로 갑자기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번호를 누르기 전, 남자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자신의 보잘 것 없는 인생을 다시 한 번 휩쓸어갈 태풍임을 깨달았다. 아이가 남자의 손을 꼭 붙잡았다. 물기에 젖은 눈동자가 눈꺼풀 속에서 빛났다. 두 번의 신호음 끝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911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여보세요? 여기 사람이 다쳤어요.”


*


한동안은 큰 소란이 있었다. 금발에 아름다운 미소를 가졌던 소녀는 결국 죽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남자는 격렬한 몸싸움의 증거마냥 약간의 타박상이 난 소녀가 머리가 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케빈은 그날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 몇 번의 수술을 받았는데, 상처의 휴우증으로 가끔 다리를 절곤 했지만 꽤 빠르게 회복했다.

남자는 또 한 번 메스컴에 시달리느라 곤욕을 치뤘다. 고등학생의 치정 싸움과 그 주인공이 한 때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던 어메이징 에이미의 아이라는 사실은 기자들에게 아주 좋은 뉴스감이었다. 소녀의 죽음은 안타까웠으나 사람들은 아이의 어미가 그러했듯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케빈이 불러일으킨 비극에 대해 분석하고 우스갯소리를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아보였다. 가끔 결과적으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간 케빈에 대해 비난을 쏟아지거나 의심어린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으나 케빈의 증언대로 쇠막대기를 끌고 케빈의 뒤를 쫓아 과학실로 들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세상에 공개되자 그 발언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남자는 다리가 불편한 케빈을 대신해 밤낮 없이 붙어다녔다. 남자는 이 모든 일들이 지나갈 때까지 제가 케빈의 곁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에이미는 동의하지 않는 듯 했지만 케빈은 남자만 찾았기 때문에 세간의 시선을 의식해 어쩔 수 없이 물러섰다. 큰 일이 있었음에도 케빈은 생각보다 잘 적응해 나갔다. 재활치료에도 곧잘 응했고 남자를 졸라 치료가 끝나면 활을 선물받기로 했다. 남자를 보면 곧잘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농담따먹기를 건네기도 했다. 긴 병원치료 끝에는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야채즙을 한 번에서 두 번, 두 번에서 세 번으로 늘려 매일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남자의 생각과 달리 모든 것들이 다 괜찮았다. 이상하게도 그랬다. 나쁜 일이 있었지만 그보다 나쁜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일상은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그 모든 일이 있던 동안 바뀐 것은 에이미 뿐이었다.

그녀의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었다. 남자를 향해 전보다 더 짜증을 내고 화를 억누르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케빈에게는 전에 없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는 일도 있었다. 케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마냥 방긋방긋 웃었다. 가끔 에이미가 던진 소녀의 이야기에는 눈을 가늘게 휘며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케빈은 에이미의 비위를 아주 잘 맞추었다. 어떻게 해야 언뜻 거스를 수 있는 그녀의 선을 지키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간혹 인터뷰를 응하는 기자들 앞에선 에이미와 남자의 팔짱을 끼고 부모님 덕에 잘지내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케빈의 이야기가 한 번 씩 텔레비전에 뜰때마다 호들갑을 떨었지만 남자는 그조차 얼마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사건을 잊고 관심을 잃게 된다. 남자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이야기에 빠져 살다가도 제 일상에 닥치는 아주 사소한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이를 향하는 뜨거운 관심과 눈길은 두 달 도 채 되지 않아 사라질 터였다. 남자는 아이가 그때까지 잘 버텨주기만을 바라며 야채즙을 마셨다. 날이 갈수록 역한 맛에 익숙해져갔다. 한 번은 맛있다는 칭찬을 해주자 케빈이 입꼬리를 길게 늘리며 웃었다. 그래요? 달력에 빨간 펜으로 날짜를 체크하며 케빈은 콧노래를 불렀다. 케빈이, 아이가 그리는 미소가 점점 더 진하게 번져가는 것이 보였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2017.01.18 08:08
ㅇㅇ
모바일
학 셍세 일단 선개추 선설리를 받아봐
[Code: 9c26]
2017.01.18 08:08
ㅇㅇ
모바일
ㅠㅠㅠ 존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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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8 08:11
ㅇㅇ
모바일
케빈은 ㄹㅇ 에이미 비위 잘맞출거같아 센세 캐해석 내가 많이 조와해ㅎㅇㅎㅇ 그러니까 성실하게 쭉 억나더 가좍
[Code: 9c26]
2017.01.18 08:20
ㅇㅇ
모바일
센세가 성실해서 내가 행복해
[Code: 91bb]
2017.01.18 08:57
ㅇㅇ
모바일
여전히 존잼이신 센세....케빈 영악하고 존쎅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저 녹즙의 정체는 뭘까요 센세....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add9]
2017.01.18 10:28
ㅇㅇ
모바일
캬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케빈이 놓은 덫에 야무지게 걸어들어가는 닉이 보인다ㅋㅋㅋㅋㅋㅋㅋ 디데이 정한건가여? 쉬펄ㅋㅋㅋㅋㅋㅋ 선생님 꿀잼존잼이조ㅠㅠㅠㅠㅠㅠㅠ스크롤이 주는게 아깝다ㅠㅠㅠ
[Code: e2f4]
2017.01.18 10:59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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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ㄷㄷㄷㄷ 진짜 존잼꿀잼이에요 센세ㅜㅜ 저랑 백년만년 살면서 계속 써주세요!!!!!
[Code: ac06]
2017.01.18 12:59
ㅇㅇ
모바일
센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많이 좋아해....그나저나 야채즙의 정체가 뭘까 겁나 궁금한것...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센세 억나더 8282
[Code: db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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