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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15:48
5년 미션에 들어가면서 커크와 술루가 연애를 본격적으로 시작함. 그리고 의외로 결정적 한 방은 술루가 날렸으면 좋겠다. 자낮한 면이 있어서 커크는 속은 다 내보이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한 발 뺐기 때문임. 이렇게 아무랑 사귀지도 못하게 하면서 책임지지도 않을 건가요, 함장님? 이라는 말에 무슨 잔뜩 얼어붙은 아이처럼 희게 질려있다가 겨우 그게 아니라, 아니 내가... 하는 커크는 결국 울먹이면서 술루 네가 싫어할까봐 그랬다며 답잖게 어린애처럼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겠지. 함선 안에서 연애기간 동안 과거와는 달리 의젓한, 함장 직위에 걸맞는 모습을 보인 커크는 사실 자기 애인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책임감이 컸을 거 같다. 언제나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던 거지. 그래서 닼니스 사건 이후로 어찌어찌 살아 돌아왔지만 몇 년 후 이루어진 검진에서 이상결과를 본즈로부터 듣게 됨. 그 때 그 방사능이 여전히 문제였던거지. 물론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면 이미 죽었어야 할 운명이지만 말야. 본즈는 함선 안에서 치료받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을 전했어. 아무래도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이야.

하선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커크를 설득한 것은 본즈였음. 잠시 쉬고 건강을 찾아야 술루와 더 오래 행복할 것 아니냐는 논지였음. 결국 커크는 몰래 요크타운 부제독이라는 지상직 자리를 다시 요청하고 심사 후 허가명령을 받은 후에야 술루에게 이야기를 할 것 같다. 물론 자기가 아프다는 말은 쏙 빼놓고.


"우리 잠깐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것 같아."


조용한 곳으로 불러 난데없는 소리를 하는 커크의 말에는 이미 술루의 의사가 반영될 곳은 없었지. 왜냐고 겨우 묻는 말에 커크는 너무 오래 우주에 있었더니 심적으로 많이 지쳤다는 말을 해. 부제독 자리도 운이 좋게 다시 발령받았다는 말과 함께.

술루는 어떻게 자신과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런 일을 결정지을 수 있냐며 화를 내기 시작했고, 커크는 거기서 술루에게 "네가 나 때문에 하선을 선택할 사람은 아니잖아." 라고 함. 술루는 그 말에 자신의 애인은 자길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싶어선 힘이 쭉 빠짐. 커크는 그 와중에도 술루에게만은 멋지고 반짝이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건강 상의 문제로 임무를 다 마치지도 못하고 떠난다는 말은 죽어도 못하겠지.


"결국 전 함장님에겐 이 정도 밖엔 안 되는 사람이었네요."


술루는 쓰게 웃고 자리를 떠났어. 두 사람만 있을 땐 늘 짐, 제임스라고 불러주던 술루의 호칭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그땐 이미 술루가 자신의 쿼터로 돌아간 후였음.

그렇게 부함장인 스팍을 제외한 누구도 커크의 건강 상의 심각한 문제를 모른 채 커크는 그대로 하선했음 좋겠다. 스팍이 함장으로 임명받으면서 그 덕에 술루는 부함장으로 승진하겠지. 그렇게나 원하던 진급이었지만 술루는 하나도 기쁘지가 않았어. 드라마틱한 사건은 이전보다 덜 했지만 술루는 가끔 지루하기도 하고 어딘가 텅 빈 것 같기도 해 적적한 마음에 말동무를 찾은게 본즈였어. 본즈 역시 절친인 커크를 보낸 후 마음이 편치 못했음. 심지어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으니까. 치료 받으면 1년 내로 임무 복귀가 가능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남들 몰래 커크를 위로했던건 자신이었지만 사실 누구보다 커크를 걱정하는 건 본즈였고.

아무튼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난 후에, 두 사람은 오프 때 종종 만나 술친구를 하며 커크 흉을 보겠지. 술루는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어느 날 평소보다 더 마셔버린 술루가 끝내 눈물을 보이며 그렇게 매정할 줄은 몰랐다며 무너지는데, 본즈는 그 순간 죄책감을 느껴. 술루를 동료나 가장 친한 친구가 사랑했던 연인이어서가 아닌, 강한 면모만 보여왔던 부함장의 눈물에 순수하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으니까.

술루는 그 날 일을 몹시 부끄러워했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이유 없이, 혹은 커크의 변심이나 승진욕구 때문에 버림받았다고 착각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즈 앞에서만 보였고, 본즈는 이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다른 마음을 갖고 술루를 애써 달래겠지.

그러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춘 건, 그 날 따라 술루와 대작을 하다 덩달아 더 취한 본즈 탓이었어. 눈물이 그렁한 술루에게 입을 맞추고, 큰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어 엄지로 눈가를 문지르며 울지 말라고 해버렸거든. 술루도 알게 모르게 본즈를 의지해온 것도 사실이어서 그날 결국 두 사람은 본즈의 쿼터로 가 처음으로 몸을 섞을 거야.

술루가 마음이 공허할 때마다 본즈를 찾아가는 시간이 늘고, 그렇게 둘은 커크가 하선한 지 6개월 만에 연인이 되었음. 주변 사람들도 크게 놀란 티는 내지 않았어. 오히려 매정하리만치 쿨하게 떠난 커크를 생각하면 어른스럽고 다정한 본즈가 술루와 더 잘 어울린다고 말하겠지.

그렇게 2년 간의 임무를 마저 마친 엔터프라이즈가 본부로 무사 귀환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해산식이 이루어졌어.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구로 옮겨 부제독 직을 이어가는 커크가 있었지.

생각보다 치료가 길어져 꼬박 1년 반이라는 시간 후에야 완치 판정을 받은 커크는 다시 함장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견을 낸 상태였어. 엔티 호가 지구로 귀환한다는 소식을 들은 커크는 술루를 만나면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할 참이었지. 혼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술루 네 옆에서 다시 반짝이는 멋진 함장이 되고싶어서 꾹 참아왔다고. 그리고 해산식이 끝나기가 무섭게 흩어지는 인파 속에서 술루를 찾기 위해 헤매이다 끝내 동그란 뒤통수를 발견한 커크가 한달음에 뛰어가려는 찰나였어.

보고싶기로는 술루와 순위를 다투던 본즈가 시야에 들어오더니 망설임 없이 술루에게로 다가가 등을 끌어안고 뺨에 입을 맞추었어. 커크는 걸음을 뚝 멈추고 멀찍이 서서 두 사람을 볼 수 밖에 없었고, 그 모습을 지나가던 스코티가 보고서는 머뭇거리다 커크의 어깨를 짚고선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고개만 절레절레 젓고선 가던 길을 갔음.

커크는 여전히 얼이 빠진 상태였고, 그 때서야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술루가 돌리고 커크와 눈이 마주쳤음. 술루는 불안함 때문인지 오히려 팔을 둘러 안고있던 본즈의 허리를 더 꽉 당겨안았고 그때서야 같이 술루의 시선이 머문 곳으로 눈길을 돌린 본즈의 표정이 난감해졌음. 사실 커크의 완치 판정을 전해듣긴 한 상태였거든. 커크에게 얻어터질 각오도 한 본즈였지만 커크는 이내 조용히 두 사람에게로 와 이전처럼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주며 인사를 했지. 다들 잘 지낸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술루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어. 진급 축하해, 부함장. 하지만 술루는 굳은 얼굴로 커크의 손만 내려볼 뿐이었어. 커크가 머쓱함에 손을 거두는 찰나 어색한 세 사람 사이의 침묵을 술루가 반으로 쪼개듯 갈랐어.


"잠시 대화 가능할까요, 부제독님?"


아무 미련 없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반쯤 파묻혀있던 본즈 품에서 빠져나온 술루의 말에 당황한 커크가 본즈와 술루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 고개를 끄덕였고 술루는 그대로 어디론가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어. 커크가 술루의 뒤를 쫓으려 걸음을 떼는 데 그 때서야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어. 본즈였지.


"미안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본즈의 음성에 잠시 멈추었던 커크가 어색하게 웃으며 본즈를 돌아봤어.


"아냐, 이해해. 내 조타수가 몹시 매력적인 건 사실이니까."


의연한 척 대답한 커크는 재빨리 저만치 멀어진 술루에게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고, 본즈는 한동안 우두커니 서있다가 커다란 선으로 제 얼굴을 감싸안았음. 두 사람에 대한 죄책감과 술루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한데 휘몰아 쳐 엉망으로 번고 있었음.

그리고 그 때까지만 해도 커크는, 자신이 그러하듯, 술루 역시, 자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확신에 빠져 있었어. 꼭 동화 속에서 언제나 행복한 두 사람처럼. 다시 건강하고, 잘생기고, 멋진 함장이 되었으니 예전처럼 서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는 어린 아이같이 순진한 생각만 한 거지.
2017.01.24 15:51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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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앙 센세 ㅠㅠㅠㅠ 찌찌가 ㅠㅠㅠㅠㅠ 커크랑 본즈 둘다 찌통이 ㅠㅠㅠㅠㅠㅠ 이제 어떻게 되나요 !!! 어나더 !!!
[Code: a3e5]
2017.01.24 16:05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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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대작의 시작이지? 그치 센세? 대작 맞지? ㅠㅠㅠㅠ어나더!!!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ffb6]
2017.01.24 16:30
ㅇㅇ
찌통이 완전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7aa]
2017.01.24 16:30
ㅇㅇ
센세 어나더가 시급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7aa]
2017.01.24 16:30
ㅇㅇ
돌아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67aa]
2017.01.24 16:4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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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꼭 어나더 있으면 좋겠다 센세 제발...ㅠㅠㅠㅠㅠㅠㅠ얘기하자고 했으니까 어나더 있는거지? ㅠㅠㅠㅠㅠㅠㅠㅜ믿는다 응?
[Code: ffb6]
2017.01.24 17:33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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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
[Code: 9e04]
2017.01.24 17:37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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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 어나더가 필요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찌통ㅠㅠㅠㅠㅠㅠㅠㅠㅍ
[Code: 0f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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